어제, 오비디우스의 <연애법>을 잽싸게 읽은 다음, 리뷰를 끝냈다. 실로 오랜만에 책 읽고 리뷰라는 것을 써서인지 무척 낯설었다.

<연애법>은 1993년에 출간된 건데, 상태가 의외로 괜찮았다. 당시 가격은 6천원. 요즘 나오는 그리스 신화 책과는 달리 그냥 검은 활자만 있다. 인용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이 상당한데, 적절한 그림이 없으니 아주 심심한 책이 돼 버렸다.

잠시 책날개를 펴봤는데, 책표지가 컬러인 책들이 3권 나열돼 있다. <엉덩이의 역사> 장 닉 엔뤼그, <강간충동> 도미니크 딜레락, <에로스와 가스테레아> 윌리 파시니.

이상하게도 3권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싶어졌다. 알라딘에서 검색해 보니, 모두 절판이다. 교보, 그래24, 리브로 모두 절판이다. 할 수 없이 헌책방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모두 없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집 주위의 헌책방 사이트를 찾아 검색했는데, 거기에 <강간충동>이 있었다.

검색을 끝내자마자, 책을 사러 출발했다. 집에서 버스타고 가면 한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2년 전에 들러 책을 왕창 사온 바로 그 헌책방이다.

헌책방에 도착해 보니, 역시 가판대에 1000원짜리 책이 즐비했다. 살림 문고 3권과 그린비 출판사에서 나온 여행에세이 3권 등 모두 11권으로 골라 아저씨에게 계산을 맡겼다. 그러면서 <강간충동>을 찾는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잠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왜, 그딴 책을 찾느냐면서 컴퓨터 단말기로 책 위치를 확인한 다음 책을 찾아 주셨다. 정 가는 7천원인데, 3000원 달라신다. 11권 모두 13000원. 2천원 드리면서 택배로 붙여 달라고 했다. <강간충동>은 가방에 넣었다.

약속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아서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 <강간 충동>을 읽기 시작했는데...우와~ 이거 물건이다!

강간을 심도 있게 탐구한 최초의 이론서란다. 근데, 소설가라서 그런지 사례에 대한 시나리오가 무척 흡입력 있다. 이런 책이 소리소문 없이 절판되다니, 한국의 출판시장은 너무 지엽적인 것 같다. <강간충동>이라는 타이틀이 넘 셌나?

여튼 3권 중 한권을 손에 넣으니, 이번 목표는 <에로스와 가스테레아>다. 이 책만 구입하면 3권 모두 갖춰진다. <엉덩이의 역사>는 2005년 예담에서 <엉덩이의 재발견>으로 재출간 된 듯하여 이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만약 완전히 다른 책이라면 그냥 <엉덩이의 재발견>으로 <엉덩이의 역사>를 대체해야 겠다. 

 

 

 

 

 

 

문제는 <에로스와 가스테레아>로써, 정말 구하기 힘들듯하다. 거의 모든 인터넷 서점을 검색했는데, 파는 곳이 한 곳도 없다.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봐야 할 듯.

성을 주제로 한 3부작을 동심원 출판사에서 90년대 야심차게 계획하여 출간한 거 같은데, 1쇄 찍고 절판된 것 같다.

<연애법>과 <강간충동>을 읽어보니, 좋은 책인 것 같아 약간 안타깝다. <강간충동>과 <에로스와 가스테레아>는 도서관에 가면 만나볼 수 있으니 간략한 소개라도 해본다. 물론 이건 책날개의 정보이다.

(<엉덩이의 역사>는 <엉덩이의 재발견>이 있기에 소개를 생략한다. 같은 책 아니면 비슷한 책인 것 같으니~)

강간의 본질과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강간에 이르게 되는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 매커니즘까지 설명한다. 강간자들과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강자의 법이 지배하는 이 세상이 우리를 강간자와 강간당한 자로 양분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유혹에 대해서, 그리고 위반의 현기증 나는 즐거움에 대해서 다루는 이 책은, 에로티시즘과 미식을 가장 독창적인 각도에서 취급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최근 아주 일상화되어 있는 성적이고 음식물적인 허기증 혹은 거식증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 오비디우스의 <연애법>은 현재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로 재출간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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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8-22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간 충동...제목을 점잖게 지었더라면 좀 더 많이 팔렸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ㅋㅋ
님 그나저나 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세용^*^

yamoo 2011-08-23 14:53   좋아요 1 | URL
예, 저도 그게 무척 아쉽더라구요...이건 제가 이 비슷한 주제에 관한 책들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이 사람의 글 쓰는 능력에 탄복하고 있어요. 제목을 좀 멋있게 달았다면 꽤 많이 나갔을 책인거 같아욤. 근데, 책을 읽으면 강간충동이 지대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ㅋㅋ

예, 전 책탐하나는 끝내주거든요~ㅎㅎ

2011-08-23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3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8-23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간혹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게 되면 낯뜨거운(?) 제목이나 표지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어요. 성과 관련된 책이라면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이
생각나네요. ^^;;

yamoo 2011-08-23 22:59   좋아요 1 | URL
바타이유의 <에로티시즘>은 저 위의 책들보다 어렵습니다. 근데, 표지는 아주 강렬하죠. 붉은색에 책 테두리는 검정색~ 눈에 완전 확~ 띤다는..ㅋㅋ
재작년인가 그 전해인가..<버자이너 문화사>란 책두 나왔어요...ㅎ

감은빛 2011-08-24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간충동> 정말 제목이 너무 쎄군요!
야무님께서 칭찬하시니 저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 과연 있을까요?
제목때문에 도서관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yamoo 2011-08-25 13:55   좋아요 1 | URL
난감한 제목 중 하나에요...ㅎㅎ 도서관에 있으니 빌려서 읽어보세요..무척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사회학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기 때문에 구립도서관 정도면 다 비치하고 있을 거에요. 우리 동네 도서관 2곳에도 모두 비치돼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근데, 놀라운 건...장정일의 독서일기5권에 강간충동이 소개돼 있더라구요. 무려 한 페이지 반을 할애해서 장정일의 리뷰가 실려 있습니다. 쓴소리 안하고 열심히 인용한 걸 보면 좋은 책인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