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은 과연 구별가능 한 것인가? 이 물음은 말 같지도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문학과 철학은 엄연히 다른 학문의 범주이기 때문이다. 문학텍스트와 철학텍스트를 혼동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똑같은 언어로 기록되어 있지만 이 두 책은 분명히 구별이 가능하다. 문학과 철학으로.  

 

 

 

 

 

 

그러면 “문학은 철학이어야 하는가?” 또는 “철학은 문학의 형식으로 표출될 수 없는가?” 이런 물음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두 물음에 부정적이다. 한 문학가는 어느 소설의 평론에서 문학이 점점 ‘철학적’이 되어가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철학의 구분이 매우 모호한 작품들이 많다. 특히 실존주의 철학서와 실존주의 문학 작품들이 이러한 고민을 깊게 한다. 다음 작품들을 보자.
 

 

 

 

 

 

 






 

 

 

이들 작품을 만나면 이것들을 문학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철학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문학과 철학은 엄연히 구분되는 범주인데도 말이다. 어디서부터가 철학이고 어디까지가 문학인지조차 알 수 없다. 아마도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처음부터 두 세계가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성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이쯤해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보자. ‘실존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문학과 철학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자, 그렇다면 다음의 작품들은 어떨지 생각해 보자.




 


 

 

 

 

 

 

 


 

 

 

 

 

 

플라톤의 <국가론>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일종의 정치철학서이고, 볼테르의 <캉디드>는 사회윤리서이다. 하지만 문학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문학적 형식을 띠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포세시옹>은 작가의 기호학적 이론을 문학적 형식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마셜 제번스의 <효용함수의 치명적 유혹>3권과 조나단 와이트의 <애덤스미스 구하기>는 경제학 교수가 문학의 형식을 통해 경제학적 기본 이론을 쉽게 서술한 작품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장자>는 모두 문학의 형식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상징적으로 표출하는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와 유성룡의 <징비록>은 모두 기록문학에 속한다. 문학을 몇 갈래로 대분류할 때 기록문학은 문학의 범주에 확실히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두 작품은 모두 문학작품이다. 그래서 <카탈로니아 찬가>는 민음세계문학총서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징비록>은 기록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은 문학이지만 이게 과연 전통적 문학작품인지 심히 의심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는 문학 작품을 위장한 유럽 성문화 비판서이다.

앙리 베르크송의 <창조적 진화>는 철학서이다. 하지만 문체가 아름다워서 노벨문학상을 탄 철학서이다.

이렇게 본다면 처음에 던진 질문은 ‘말 같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물음으로 변하게 된다.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철학이 없는 문학’과 ‘문학이 없는 철학’은 절름발이 문학이고 철학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학은 경제학 뿐만아니라 사회학 및 기호학 그리고 여타 학문에서 대중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중요한 형식적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문학과 철학의 상보적 역할을 탐구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두서 없는 단상을 끝내도록 하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1-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처럼 느껴지는데요~~ 결국 다 연결되어 있으나 각자 보고자하는것만 보이고 느끼고자 하는것만 느껴지는....그런거요^^; 아이쿠, 어려워요ㅡ_ㅡ

yamoo 2011-08-17 22:07   좋아요 0 | URL
PJY님 오랜만이어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ㅎㅎ 재밌는 표현이에요~
저 중에서 쉬운 책도 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