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이런 저런 모임이 많았습니다. 모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모임이었죠. 거기서 만난 많은 분들한테서 한국사와 역사서에 대한 추천을 부탁받곤 했습니다. 역사서를 읽고 싶은데, 쉽고 알찬 책을 찾을 수 없다면서.

역사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읽고 있는 분야가 역사 분야이기 때문에 읽었던 책 중에서 괜찮은 책 위주로 책을 추천해 주곤 했습니다. 내공이 얕아 부끄러운 추천이었지만 책을 읽은 분들이 재밌고 유익한 책이었다는 반응에 꽤 추천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주고받은 정보였기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추천했던 책들을 모아봤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참고하시길~




역사분야는 일단 통사류와 개별 시대사, 평전 그리고 역사철학 분야가 있습니다.
통사류의 책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와 문화사(세계사책)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대사는 한 시대를 특정한 주제로 접근한 책입니다. 야마베 겐따로의 <한국 근대사>가 있습니다. 평전은 말 그대로 유명인사의 전기로서, <단재 신채호 평전>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로 대변되는 분야가 역사철학입니다.




 

 

 

헌데,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읽는 참맛은 통사류와 역사철학 분야를 읽을 때입니다. 특히 통사는 한국사이든 세계사이든 역사를 아는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이기에 반드시 일독할 가치가 있는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한국 사람들이니만큼 우리 역사를 아는 수고로움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평이 나 있는 5대 통사를 꼽으라면 한영우 교수의 <다시 찾는 우리역사>(이하 다.찾.사), 이기백 교수의 <한국사 신론> 변태섭씨의 <한국사 통론>, 서울대 출판부에서 나온 <한국사 특강> 한국역사 연구회에서 펴낸 <한국역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방통대 교재인 <한국사의 이해>가 추가됩니다.




 

 

 

이 책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가장 정평 있는 한국의 통사 책입니다. 각 대학교 사학과 1학년 필독서이거나 교양필독서로 정해진 책들입니다. 이 중 아무거나 한 권 택해서 정독하면 되실 겁니다. 너절하지도 않고 잡스럽지도 않으면서 정통 통사를 잃는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태섭씨의 <한국사 통론>은 약간 수험서를 읽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다.찾.사>나 <한국사의 이해>를 강추드립니다. 이 두 책들은 편집이 화려해서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특히 후자는 방통대에서 2년 전 올컬러로 전면 개정해서 휘황찬란합니다. <다.찾.사>도 해마다 개정 증보되고 올 컬러화 되어 다채로운 우리의 문화유산을 직접 눈으로 목도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겠 끔 쉽게 서술되어 있고 학술도서라는 깊이도 아울러 맛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통사 이외에 교양 역사 도서 중에서 아주 유익했던 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한권으로 읽는 왕조시리즈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공전을 히트를 쳐서 고려사와 삼국사까지 나왔습니다.

국사교과서가 너무 간략하고 딱딱하게 서술된 것과는 달리 이 3권의 책들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쓰여져 있어 무척 빠르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들을 상세하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구성하여 자세하게 알 수 있게끔 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교과서에는 거의 언급이 없는 ‘ 4대 사화’ 이외의 ‘사화’, 그리고 무수한 ‘정변’과 ‘난’들의 구체적인 정황을 접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왕조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문화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것은 다른 책으로 커버가 됩니다. 일단 통사에서 중요한 왕들 중심의 굵직굵직한 줄기를 잡는데 유익한 책입니다. 
 


2.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한국역사연구회, 청년사  


1,2권으로 나누어진 생활사를 다룬 통사. 1권은 사회 경제 생활이야기, 2권은 정치․문화 생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도 조선시대의 인기에 힘입어 고려와 삼국시대까지 소급해서 출간되었습니다.  전부 조선시대처럼 1,2권으로 나누어져 있고(삼국시대만 한 권) 책 제목도 시대만 바뀌었지 똑같습니다. 한권으로 읽는 왕조시리즈를 보완해주는 시리즈라 할 수 있죠. 거기서 못 담은 생활사 위주의 이야기를 통사로 엮었으니까요. 1996년에 책(조선시대 생활사)이 처음 나와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는 교양한국사 책이랄 수 있습니다.

2004년에는 이 3권의 책을 한 권에 담은 책이 <한국인의 생활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생활사를 다룬 통사인데, 위의 책들의 분량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게 매우 유용할 책입니다.

 



3. 한국사 100장면, 박은봉, 실천문학사  


우리 역사에서 중요했던 사건을 장면별로 100가지 선정한 책입니다. 그 사건의 전말과 아울러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시대적 배경 등을 비교적 상세하고 쉽게 서술한 책입니다. 재미있게 한국사를 한 번 훑을 수 있게 편집된 책입니다. 통사류의 책 중에서 가장 쉽고 빨리 우리역사의 중요 점을 짚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이죠. 이것도 참 많이 팔린 책입니다. <한국 근대사 100장면>과 같이 보면 금상첨화입니다~  



4. 제왕들의 책사, 신영우&신영란, 생각하는 백성

제왕들을 움직였던 책사를 중심으로 하여 엮은 책입니다. 역시 조선시대의 인기에 힘입어 삼국시대까지 나왔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제왕과 책사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한 최초의 교양서일 듯. 이 책도 무지 재미있게 읽었던 책입니다. 1996년에 초판이 나와서 지금까지 계속 찍고 있는 걸 보면, 책의 가치를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의 제왕과 책사가 꽉 잡힙니다. 왕이름만 알만 바로 책사가 튀어나온다는...  



5. 한국근대사, 강재언, 한울


시대사를 다룬, 재일 조선인 사학자 강재언 교수의 역작입니다. 역사책을 읽고 울분을 느낀 최초의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열혈의식에 불타오를 수 있는 책입니다.(또또 오버하고 있습니다..ㅋㅋ)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이 분의 또 다른 책이 <신편 한국 근대사 연구>란 책이 있는데 <한국근대사>책을 개정 증보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은 <한국근대사>책을 구할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권해드립니다. 한국 국적도 북한 국적도 택하지 않은 사학자라서 한국 근대를 보는 시각이 객관적이라 신선합니다. 우리나라 학자에서 느낄 수 없는 역사의식을 접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분의 저서 중 <재일 한국·조선인>도 있습니다. 역사가로서 이분만큼 재일 조선인 문제에 민감했던 분은 없을 듯합니다. 한 역사가가 어떻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들과 같이 본면 좋습니다.  



6. 역사의 교훈, 월듀란트, 범우사

역사라는 논제를 상당히 평이한 문체로 설명한 역사철학서입니다. 현재의 상황, 미래의 개연성, 인간의 본성, 국가의 행동지침 등을 밝혀 줄 사건들을 정리해 펴낸 것입니다. 역사를 설명함에 있어 지질학, 생물학, 인종, 도덕, 경제학, 정부, 전쟁 등의 요소를 상호 관련시킴으로써 역사의 총체적 이해를 시도한 책입니다. 150페이지도 안 되는 소책자에 역사의 총체를 담고 있습니다. 쉽고도 명쾌해서 좋은데, 번역이 구려 매우 아쉬움이 남는 책입니다.  



7.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읽으신 분도 많이 계실듯. 수많은 출판사에서 다투어 출간했죠.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수록된 책입니다. 대표적인 역사철학 입문서죠. 대학생 필독서입니다.

헌데, 이 책을 선택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번역본을 찾는 일입니다. 현재, 육문사  까치글방  홍신문화사 범우사등 4종류의 판본이 있는데 만족할 만한 번역서는 없는 듯 보입니다. 범우사판보다는 까치출판사본이 더 괜찮은 거 같습니다. 육문사본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읽은 분들의 전언에 따르면 까치출판사보다 못한거 같습니다. 여튼 저는 까치본을 추천~ 
 


7. 역사를 위한 변명, 마르크 블로흐

역사가의 사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너무도 유명한 책.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자가 책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사망하여 무척 아쉬움을 느끼게 만드는 책입니다. 만약 마르크 블로크가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나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에 필적하는 대작이 탄생되었을 거라 생각이 드는 명저입니다. 저도 개디스의 <역사의 풍경> 때문에 읽게 된 책입니다. 너무도 오랫동안 명성만 들어온 책이라 말이죠. 단언하건데, 개디스의 책보다 쉽습니다!  



8.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푸른나무

이 책도 말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죠. 일독하시길! 쉽고 유익한 책입니다. 많은 고교생들과 대학 초년생들이 유시민의 이 책을 읽고 팬이 되었다죠.^^







이외에도 네루의 <세계사 편력>과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그리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있습니다. <역사의 연구> 전9권 과 <로마제국 쇠망사>전10권은 워낙 방대한 대작이라 읽기 쉽지 않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0권보다 훨씬 읽기 힘듭니다. 하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관심을 갖고 읽어가는 것도 좋겠죠. 오스왈드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 3권짜리도 순환사관을 접할 수 있어 괜찮습니다. 슈팽글러의 책은 좀 독특하죠. 하여간 헤로도투스의 <역사>와 함께 여력이 있으신 분들 일독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에릭 홉스봄의 4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이상 한길사) <극단의 시대>(까치)가 완역되어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보세요~ 저는 분량상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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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7-2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yamoo님이다, 잘 지내시죠?

역사, 제 취약 부분이긴 하지만...그래도 안 읽은 책이 더 많네요~ㅠ.ㅠ

yamoo 2011-07-25 20:02   좋아요 1 | URL
헛~
양철님이시닷^^ 흠...잘 못지내고 있슴당~ㅜㅜ
양철님은 잘 지내고계시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ㅎ

흐미~ 역사 분야가 취약부분이라뉘...첨 알았습니당~~ㅎ 앞으로 양철님의 역사서 리뷰를 기둘리겠습니다~ㅎ

감은빛 2011-07-2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야무님.
글이 참 오랫만에 올라온 것 같아요.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 글 무척 반갑습니다.
추천하신 책들 중에서 두어권 추려서 보관함에 담아갈게요.

맨 마직막의 <극단의 시대>는 번역이 뭐 같아서 참 힘겹게 읽었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네요. ^^

yamoo 2011-07-27 19:30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두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대부분의 역사철학서 번역물들은 번역이 구려서 읽기가 참 힙듭니다~ 저두 홉스봄의 책을 다 갖고 있지만 읽다가 화가나서 매번 덮곤 합니다..ㅎㅎ

SceneStealer 2011-08-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하다 들렀습니다~
제가 세계사를 잘 모르는데요 통사적 관점으로 다룬 세계사 서적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일단 기본 흐름 자체가 안되어있어서 두고두고 읽고 다시보고 하려고 하거든요~

yamoo 2011-08-13 00:00   좋아요 0 | URL
세계문화사 책, 특히 통사류는 많이 읽지 않아서 추천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제가 본 책으로는 방통대 교재인 문화사 책이 매우 좋습니다. 매우 알차고 통사로서의 기본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교과서 체제라 읽기에 좀 따분합니다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좋습니다.

일반 교양서로는 <한눈으로보는 세계사 1000장면>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5권까지 나온 건데, 이 책이 꽤 재미 있고 내용이 풍부합니다. 인류의 탄생 이전인 150억년전 우주 빅뱅에서부터 시작해 1993년 4월 미국 텍사스주 사교집단의 집단자살까지 인류의 역사흐름을 통사적으로(1000장면) 구성한 통사입니다. 근데, 분량이 넘 많고 지금은 절판된 상태라 도서관에 가야 접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는 아니지만 까치출판사에서 출간된 <새 유럽의 역사>라는 유럽 통사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유럽 공동의 역사 교과서인데요, 유럽사만 다뤄서 그런지 일반 문화사 책보다 유럽사의 내용이 훨씬 자세합니다. 삽화와 사진 그리고 지도와 참고 자료도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새 유럽의 역사>를 강추드립니다. 유럽사에만 국한되어서 아쉽지만, 한국에서 고교 교과서로 출간된 세계사 교과서와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내용의 풍부함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세계 문화사는 많이 읽지 못해서 요정도로만 추천해 드릴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 블로흐가 써낸 명저 <봉건사회>가 다행히 번역본이 있죠.경제사 분야 책을 보면 이 책이 정말 인용이 많이 되어 있더군요.개정판 내면서 한길사가 값을 너무 올려서 좀 그렇습니다만...

yamoo 2011-08-20 10:42   좋아요 1 | URL
앗, 이 댓글을 이제야 보다니..@_@

봉건사회 번역은 어떤가요? 저도 경제사 책을 좀 갖고 있는데, 블로흐의 봉건사회에 대한 인용은 기억에 없네요. 날림으로 읽었나 봐요. 다시 한번 뒤적거려 봐야 겠어요.

봉건사회 번역이 괜찮다면 얼른 구입해야 겠어요! 좋은 정보 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김미영 2011-10-0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퍼가요........
개인적으로 넘 모르는 책의 중요함을 알아가는 지라
인사없이 감사하게 퍼가요..

솔맘 2013-01-2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정보 얻고가요. 저희 딸은 상위 5﹪가 되는 수학만화책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더라구요. 그래서 한권 더 사줄려고 했는데 이게 적당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