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봐왔던 만화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고 감명 깊게 본 작품들입니다. 웬만한 문학 작품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인 것 같습니다~ 주관적인 것이지만 저랑 취향이 같으신 분들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 제1. 기생수
매우 충격적인 글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것만큼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굳이 분류한다면 이토 준치의 공포만화 계열로 분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분류하기에는 이 작품의 무거움이 상당히 걸립니다.
예~ 바로 기생수는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라는 철학적 주제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나서 일본에서는 철학적 논쟁이 가열됐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만화가 이와와키 히토치는 그해의 만화상을 수상했다고 하더군요.
머리를 점령하지 못한 외계생물 ‘오른쪽이’를 통해 보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 정도로 형편없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도그럴것이 오직 인간만이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유일한 존재이니까요. 충격적인 첫 장에 쓰인 글을 보아도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인간 존재의 모습을 인간보다 더 뛰어난 생물체에 의탁하여 비판하고, 그 문제의식을 드러낸 수작입니다. 특히 '오른쪽이'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야하는 주인공의 고뇌의식과 오른쪽이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보아 가는 오른쪽이의 의식이 이 작품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더불어 큰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기생수를 꼭 보시길... 애장판도 나왔습니다~
그 제2. 섬데이
하라 히데노리를 아십니까? 모르시면 대여점에 달려가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의 어떤 작품이라도 보시길...모두모두 다~ 감동을 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히데노리 작품은 우리나라에 히데노리 선집으로 대원에서 출간되고 있습니다. 절판된 겨울이야기를 비롯해서 청공에 이르기까지...
히데노리 작품의 주요 테마는 남녀의 사랑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녀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의 묘사가 사랑을 해본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는 작가의 역량에 있습니다.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하게되고 작품을 읽을수록 스스로 빠져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섬데이는 취업을 앞둔 대학4학년생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꿈과 사랑을 모두 쟁취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직업과 취업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갠적으론 히데노리 작품에서 잴루 잼나게 본 작품이라 할 수 있네요^^
히데노리 작품은 이 외에도 내 집으로 와요(연인), 그래하자, 프리킥, 언제나 꿈을 등이 있습니다. 요즘 스토리작가와 작업을 함께해서인지 요즘 나오는 히데노리의 신간 작품들은 예전 작품들보다 못하네요~
그 제3. 무한의 주인
정말 대단한 작품 입니다. 베르세르크와 함께 읽으면서 작가의 역량에 놀란 작품입니다.
그림이 정말 예술입니다. 정말 예술 작품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일러스트 집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시나리오도 죽입니다. 암울하지만 무게 있는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 저는 이 만화를 보고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만...
그 제4. 용오 shinji Makar&syu akana공저
니고시에이터(교섭자)의 활약상을 그린 액션 활극물(?)입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과 매우 흡사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입니다. 키튼이 고고학적 전문지식이 강점이라면, <용오>는 해박한 국제정세 지식이 한 몫 한다고 할까요. 예컨대, 97년 한창 논란이 됐던 파키스탄 종교내란, 구소련 해체 후 빈곤에 허덕이는 러시아, 홍콩반환 시점에 맞춘 홍콩의 어두운 세력 등등‘
여튼, 구성의 탄탄함과 그 나라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실제 작가는 그 나라를 직접 방문하고 작품구상을 했다는 군요. 직접 체험에 의한 사실의 전달) 작품의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습니다. 꼭 007를 보는 것 같다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 년 째 출간되지 않고 있어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제5. 해피
떠오르는 혜성,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 비록 <몬스터>나 <마스터 키튼> 보다는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진가가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라 생각되어 이 작품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만화 매니아이신 분들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이 모두 뛰어나다는 걸 잘 아실 텐데요, 이 작품은 특히, 한번 잡으면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대단한 흡입력이 장점입니다. 그런데, 그 흡입력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가장 큰 장점인 인물묘사 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제가 볼 때 해피만큼 인물의 표정이 생동감 있게 표출된 작품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특히 미유키와 쵸코의 갈등관계에서 미유키가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다’는 생각을 줄기차게 했었는데, 바로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량...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제6. 최종병기 그녀
무한의 주인과 함께 그림이 죽여주는 만화 중에 하나입니다. 이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그림이 너무도 좋아 읽기 시작한 것이 그만 끝까지 읽게 된, 그런 작품 입니다. 헌데, 내용도 매우 뛰어나더군요. 약간 감상적이지만, 처절함이 베어있다고나 할까요. 최종병기인 그녀...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끼는 남자친구 슈우. 그 둘 사이의 애절한 관계가 가슴 아프게 그려진 멋진 비극 만화입니다~ 이런 작품 드문데 말이죠^^
그 제7. 베르세르크
말이 필요 없는 명작입니다. 작가 미우라 켄타로를 불세출의 스타로 만들어준 엄청난 데뷔작입니다. 인과율에 의해 선택 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 모든 것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의 첨예한 갈등을 뛰어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철학적 대립구도 등을 장대한 스토리라인에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대단한 것은 작가 자신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미우라는 역사의 암흑기인 중세와 비슷한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성인도 기꺼이 속아 줄 수 있는 가상공간 속에, 작가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을 지양하고 그 중간 영역으로서 God Hand라는 존재를 설정했습니다.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중간계를 지배하는 공간. 굳이 분류하자면 환타지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기존의 환타지물과는 격을 달리합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세계~ 꼭 한 번 빠져보시길!
그 제8. 곤
아~ 이만화는 정말 예술작품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태고의 공룡 새끼인 곤. 단연 그는 밀림의 동물 중에서 공포의 대상이 될 만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동물의 왕인 사자나 호랑이도 곤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됩니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곤이지만 천진한 면도 많아 약한 초식동물들을 도우면서 그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이 작품은 최강의 힘을 가진 곤을 통해 여러 비정한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비정한 세계와 절묘한 대응을 이루고 있습니다. 곤이 나타나기 전까지 초식동물을 위협하여 그들의 힘을 자랑하는 육식동물들. 하지만 곤의 힘 앞에 한 없이 비굴해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의 장점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계속 여행을 하고 있는 곤의 여로를 통해 인간사의 비정함을 함께 경험하시길..
그 제9. 드레곤 헤드
공포가 무엇인지 시종일관 어두움으로 일관하는 공포 만화의 걸작입니다. 저는 이 만화를 정품이 나오기 전에 봤습니다. 한국에서 어느 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다가 기차가 전복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그 당시 책의 제본 상태라든가 인쇄상태가 매우 안 좋았지만 내용이 하도 독특하여 끝까지 보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얼굴의 공포스런 표정과 식은땀 그리고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어두움은 진정한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토 준치의 작품들이 공포만화의 대표로 자리매김 되고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 <드레곤 헤드>의 무거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드레곤 헤드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그 제10. 생존게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습니다. 이 만화를 손에 잡으면 그 어떤 활동도 유보해야 할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20권이 넘는 방대한 작품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단, 그림체는 별로 더군요 ㅎ)
큰 해일로 일본열도의 거의 전체가 물에 잠긴 어느 날, 홀로 어느 섬에 남겨진 소년이 문명생활에서 원시생활로 이행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매우 밀도 있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문명의 혜택을 입고 살아가는 문명인이 문명의 도움 없이 홀로 남겨졌을 때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이 만화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의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휘되는 태고의 원시적 본능이 문명의 이기가 없을 때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익하고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인간과 문명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수작 입니다. 꼭 보시길 강추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