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간의 수학 여행 - 70일간의 여행 시리즈 6 70일간의 여행 시리즈 9
새터교육도서개발팀 엮음 / 새터 / 199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명 교양수학책들로 분류하는 책들이 꽤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근래에 들어 알았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싫었던 수학이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관심이 생기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 번 필이 꽂히면 물불을 안 가리고 파고드는 성격상, 교양수학책이라면 눈에 띄는 대로 많이 구해서 읽어 보았다. 첨엔 하나같이 참신했고 재밌었다. 그래서 마구마구 읽어 재꼈는지도 모른다.

헌데, 좀 보다보니 모든 교양 수학책들이 대동소이 했다. 수학이 현실생활에 이렇게 접목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류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제들로 수학적 사고를 훈련시키는 부류. 딱 이 2가지 부류로 나뉜다.

후자 쪽은 좀 심하다 싶게 문제위주로 채워져 있다. 수학 공식을 외우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들로 채워져 있는데, 문제 출처도 없고 그냥 문제들로만 채워져 있는 책들이 많다. 일부는 문제의 난이도도 무시한 책들도 있고 심지어 해설이 틀린 책도 허다했다.

아무래도 ‘교양 수학’, 하면 전자 쪽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왜 기초학문이며, 실생활에 얼마나 유용하고 응용이 많이 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박경미의 <수학 콘서트>다.

<수학 콘서트>는 교양 수학책 중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책 중 하나이다. 지금은 3편 까지 나왔는데, 누가 봐도 책이 매우 유용하게 잘 쓰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최고 강점은 수학의 원리를 일상에서 쉽게 도출해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이는 계산 문제의 수학적 출처와 조형물들 속의 수학적 원리를 이야기 속에 잘 녹여 내었다.

예를 들어서 부르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다이하드에 나오는 눈금이 없는 물통에 물을 나누어 담는 문제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 문제인데, 이 문제의 본질이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준 건 이 책이 처음이다.

이렇게 영화와 일상에서 활용되고 있는 수학의 사례들을 문제와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은 현재 교양 수학책에서 <수학 콘서트>가 가장 돋보인다. 쉽기까지 하다.

성인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데, 아마도 저자가 고등학생에서 대학 초년생을 주 독자로 생각하고 집필해서 그런 모양이다.

헌데, 우연찮게 읽기 시작한 책 중에서 <70일 간의 수학여행>(새터, 1995)이라는 책이 있다. ‘70일 간의 여행 시리즈’의 6번째 책인데, 이 시리즈의 책들은 퍼즐, 음악, 추리, 세계사 등 고교생들의 교양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기획한 책들이다. 대부분 감수한 분들이 고교 선생님들이다. 이 책을 엮은 새터교육도서개발팀은 청소년들의 교양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70일 간의 수학 여행>은 <교실밖의 수학여행>과 유사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냥 문제들로만 채워져 있는 여타 문제 위주의 교양수학책과는 그 질적 수준이 현격히 다르다.

책에 수록된 문제와 분류 기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문제를 나눈 기준이 정말 절묘하다. 기하, 대수, 도형과 같은 수학의 일반적 영역들에 대한 문제 중에서 문제의 기원과 수학적 원리를 동시에 깨우칠 수 있는 문제들을 선별하여 싣고 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문제를 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분류 기준을 갖고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근데, 그 분류기준이 아주 이색적이고 절묘하다.

이런 식이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차례가 나온다. 책은 10주에 독파할 수 있게끔 구성돼 있는데, 하위 목차가 아주 재밌다. 첫 주(제1장)의 하위 목차를 보면 이렇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백문이 불여일견 /까마귀 열두 소리에 하나도 좋지 않다.

10주까지 이렇게 분류돼 있는데 유유상종, 설상가상, 인과응보 등 사자성어와 속담 속에 담겨 있는 수학적 사고를 일반적인 수학 문제와 연결시켜 수학이 결코 현실과 유리된 학문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학의 역사도 덤으로 알려준다.

어떻게 이러한 내용이 가능한지 책의 내용을 소개해 보겠다. 이 책의 넷째 주 3절을 보면 소제목이 ‘바늘가는데 실이 간다’이다. 이 속담을 수학에 어떻게 담아냈을까? 집필자들은 말한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은 서로 따른다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어느 한쪽이 이동을 하면 다른 한쪽도 따라서 이동을 한다는 뜻이다. 항상 함께 어울려 다니는 단짝 친구들을 가리킬 때 이 표현이 자주 쓰이고 있다.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실과 바늘과 같은 단짝 친구들의 예를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p131)

“ ‘바늘 가는데 실이 간다’는 말 자체는 단순히 단짝 친구를 가리키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필요도 있다. 우리는 때로는 ‘OO문제는 XX의 말을 따르면 무난하다’는 표현도 쓰고 있지 않은가? 수학에서도 역시 ‘문장으로 제시된 문제는 그림을 그려 활용하라’는 교훈이 있다. ‘함수는 반드시 그래프를 그려볼 것’이라는 교훈 역시 그 적절한 예일 것이다.” (p132)

다시 말해서 이 넷째 주의 3절에서는 문장으로 출제되어 무척이나 어렵게만 보이는 문제를 그림으로 명쾌하게 풀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예를 든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 책인 이집트의 <아메스 파피루스>에 수록된 3700년 전의 문제이다.

고대의 이집트 수학책에 수록된 문제는 어떤 것이고 얼마나 어려웠을까? 이런 물음에 엮자들은 문제로 이 의구심을 잠재운다.


다음과 같은 조건이 만족되도록 100개의 빵을 5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① 각 사람의 몫이 등차수열을 이룬다.

② 많이 가진 순서대로 3사람 몫을 합하면 그 양의 1/3이, 적게 가진 2사람 몫의 합과 같아진다.

이 [예제](p137)가 바로 3700년 전의 문제이다. 쉬워보이는가? 엮자들은 “만일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그것은 3700년 전 사람보다 못하다는 결과가 된다”는 자극적인 꼬드김으로 이 문제에 도전하게끔 한다.

헌데, 놀라운 것은 등차수열이란 개념이 3700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열’은 최신 수학의 반영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잘못된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문장으로 출제되어 어려워 보이는 문제이지만 그림으로 그려보면 의외로 쉽게 풀린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답만 아는 것이 아니라 푸는 과정이 매주 쉽고 재밌었다. 수학의 수열 공식을 몰라도 등차수열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을 그림으로 저절로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문제였다.

이렇게 책은 쉬운 고사성어나 속담 속에 담겨져 있는 기본적인 사고를 수학에 연결시키고 있다. 정말 참신하다. 어떻게 보면 좀 억지스런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사고 자체를 확장시킨다는 시각에서 보면 아주 좋은 접근방식인 것 같다.

여튼 도형과 방정식 문제뿐만 아니라 알쏭달쏭한 퀴즈 문제까지 수많은 유형의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문제의 수학적 기원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저절로 수학적 사고를 터득하게끔 돕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수학콘서트>와 <교실밖의 수학여행>의 장점만을 모아 놓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교양 수학에서 다루어야 할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개발한 팀의 노고가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좋은 책인데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서평을 쓰게 됐다. 수학에 관심이 있거나 적성시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분들, 그리고 아이의 사고력을 신장해 보고자 하는 학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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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8-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야가 정말 두루두루 다양하시군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와 이렇게 저렇게 겹치기도 하구요.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yamoo 2010-08-10 20:36   좋아요 0 | URL
관심있는 분야는 많아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다가...말았습니다..ㅎㅎ 그래서 깊이가 거의 없죠~ 한 우물을 계속 파야하는데, 팔 때 쯤이면 또 다른 분야가 재밌을 거 같고..뭐, 그렇게..ㅎㅎ 근데, 나무꾼님이 좋아하는 분야는 어떤 거에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는데요.. 저는 수학을 잘하지 못 했지만,
그래도 TV 오락프로에서 공공연히 수학을 왜 배우냐 하면서 희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야무님의 의견에 동의하네요~

yamoo 2010-08-10 20:38   좋아요 0 | URL
문제를 풀면서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 재미와 논리를 추구하신다면 <논리트레이닝>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학생 때 그리고 수학을 몰랐을 때는 도대체 필요도 없는 것을 왜 배우는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수학은 가르침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수학을 왜 배우냐 하면서 희화하는 것은 정말 슬픈 현실 입니다~

pjy 2010-08-1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평균이하의 IQ과 평균이하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서 수학은 고전 인문학이고 그래서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사실 재수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쓸모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ㅋ
넘버스라는 미드가 생각나서 재밌습니다~

yamoo 2010-08-10 20:40   좋아요 0 | URL
앗! 넘버스라는 미드가 재밌나요?? 수학과 관계 있는 건가요?? 뭔 내용인지 좀 알려주세요. 재밌으면 얼릉 구해서 보게요~~ㅎ

pjy 2010-08-11 12:45   좋아요 0 | URL
형제는 용감했다는 드라마죠ㅋ 형은FBI고 동생은 천재?수학자인데 그런 연분으로 사건해결하는 대부분을 수학으로 진행하고 막 어려운 공식 등장하고 매트릭스비스므레 화면그래픽이 나오기도 하고,,
이를테면 은행강도의 다음목표를 그동안의 데이타를 바탕으로 수학이론으로 예측하는 막 요런~~~ 재미납니다^^

마녀고양이 2010-08-11 15:45   좋아요 0 | URL
ㅇㅇ, 넘버스 나름 잼나져.. ^^

yamoo 2010-08-11 18:11   좋아요 0 | URL
지금 막 구했습니다..ㅎㅎ 무쟈게 재밌을 거 같네욤..근데 5기까지 나와서 볼라믄 꽤 오랜 시간이 걸릴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