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해야 해 별숲 동화 마을 10
하은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별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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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경 작가의 신간 『아버지를 구해야 해』가 도서출판 별숲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먼저, 그 내용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금동이는 어느 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바로 아버지가 방화범으로 몰려 잡혀 간 겁니다. 황 부자 집에 불이 났는데, 금동이네 아버지는 황 부자에게 빚이 있었거든요. 불이 난 그 날 금동이네 아버지는 술이 취해 황 부자 집에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황 부자 쪽에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빚을 못 갚으면 금동이네 엄마를 종으로 데려가겠다고 했거든요. 이대로 두면, 금동이네 아버지는 방화범이 되어 큰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이게 금동이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방화범을 잡고자 합니다. 금동이는 결국 불이 난 그 날 황 부자 집에 찾아온 사람들이 몇 사람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의 절친인 백정 양봉춘 아저씨(금동이의 친구인 선이의 아버지), 그리고 박 도령이랍니다. 특히, 불 탄 황 부자 집을 조사하던 금동이는 박 도령의 백패를 발견했답니다. 과연 진짜 방화범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박 도령이 의심스럽죠? 게다가 금동이는 박 도령이 평소 투전판에 들락거리고, 황 부자에게도 빚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쯤 되는 진범이 누군지를 알겠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금동이는 진짜 범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이 장편동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추리동화랍니다. 시대극이니 역사추리동화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시대극은 시대극만의 재미를 언제나 선사하죠. 특히, 이런 시대극 가운데 조선시대 시대극이 제일 많은 듯합니다. 아마도 역사적 자료가 많아서이겠죠. 그만큼 이 책도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역사적 근거 하에 잘 묘사하고 있답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한양의 지리적 표현들을 살펴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를 주네요.

 

게다가 장르가 추리동화라는 것 역시 흥미로운 소재죠. 추리동화는 사실 많지 않기에 더욱 신선하기도 하고 관심도 가게 되네요. 동화를 읽어가며 독자도 함께 범인이 누구일지 생각해보는 것 역시 재미나답니다. 처음에는 너무 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솔직히 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반전이 있답니다. 또한 금동이가 과연 어떻게 범인을 밝혀내게 될지 마음 졸이는 느낌도 좋고요. 영악한 캐릭터라기보다는 사람 좋고, 조금은 어리숙한 듯싶으면서도, 똑똑하며, 효심 가득한 금동이의 캐릭터도 멋지답니다. 금동이에게 부족한 영악함을 보태주는 선이의 캐릭터도, 어리숙하지만 순박한 삼용이의 캐릭터도 돋보이고요.

 

또한 의적 보라매를 등장시키는 것 역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네요. 의적 보라매를 통해 당시 부패한 양반들과 파렴치한 부자 상인들의 탐욕을 고발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끝내 금동이는 의적도 도둑임을 말하지만요. 그럼에도 보라매가 등장할 수밖에 없던 당시 사회의 부패함을 한번 생각해보게 하네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보라매 뿐 아니라,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 일지매 등등 모두를 갈망하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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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잡담
박세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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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雜談)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설명한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 그렇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인이 쓸데없이 지껄이는 말이다. 그래서 잡담이 맞다. 일부로 아는 척하지도 않고, 일부로 아름답고, 선하게 말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래서 ‘잡담’이다.

 

처음, 시인의 글을 읽어가며, ‘뭐, 이런 글이 다 있지?’ 싶었다. 왠지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지절대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산만함과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어낸 듯한 언어들이 독자를 당혹케 한다. 하지만, 점차 읽어가는 가운데 묘하게 빠져든다.

 

시인이 적어 내려간 산문들은 논리적인 구성을 갖고 있지 않다. 산발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하나의 제목으로 묶여 있는 글들이라고 해서 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있는 글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때로는 바로 앞 문장과 다음 문장이 안드로메다만큼의 간극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그저 펼쳐지는 부분을 읽어도 무방하다. 게다가 작가의 글이 때론 저속하기도 하며, 때론 말장난을 늘어놓기도 한다. 때론 비약이 심하여 이야기가 산으로,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때론 취중진담처럼 들리기도 하며, 때론 찌질한 소리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글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 제목처럼, 쓸데없는 지절거림과 같은 잡담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쓸데없진 않다. 쓸데없는 지절거림, 잡담 안에 시인의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으며, 시인의 시를 향한 영혼이 담겨 있다. 시인은 자신의 잡담 속에서 무엇보다 시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뱉는다. 그러한 고민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시인에게 있어, 시는 없는 구멍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는 몸짓이란다(38쪽). 그러니 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작업일지를 상상케 한다. 없는 구멍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으려는 어리석은 몸짓이라니.

 

게다가 시는 모호하다. 그래서 시인은 시는 오리무중이라 말한다(95쪽). 시는 불가피하게 오리무중을 오리무중으로 뚫고 나간다는 것. 심지어 너무 분명한 시는 시가 아니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독자로서 시를 잃고 이해되지 않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말할 때, 마침내 시는 시 같아진단다(15쪽).

 

아~~ 그래서 시들이 어려웠구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너무 시인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시는 솔직히 공감하기 어렵고 괜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떨쳐낼 수 없다. 공감할 수 없는 문학은 글쎄다.

 

물론, 다양한 시에 대한 정의를 내려가며 시를 향해 접근하는 잡담들이지만, 결국 시인은 시는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또다시 시를 이렇게 정의한다.

 

“시는 정의하는 순간 틀어진다. 시는 정의하기 직전까지다. 마치 그대의 동의를 얻기 직전까지의 번뇌와 망설임과 괄호 안에 가둔 희열의 순간이 사랑을 생성시켜 주는 것처럼. 나에게 시는 강력한 현실이자 더없는 환상이다. 아무 것도 아니면서 그것 없이는 살아도 살아지지 않는 그 무엇이다.”(268쪽)

 

결국 시인에게 시란 그것 없이는 살아도 살아지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시인에게 시란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시인의 생명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시에 대한 시인의 정의 가운데 이러한 정의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시는 언어에 묻어 있는 삶이다(210쪽). 그렇기에 시는 삶을 입는다(229족). 이 말을 바꿔, 삶을 입지 않은 추상적인 언어유희는 시로서 부적격하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 삶과 괴리된 언어적 잔치는 참 시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를 응시하는 것이고, 자기 삶의 미열과 증상을 문자 언어로 다스리려는 인문적 실천입니다. 시 쓰기는 언어와 언어의 문맥 속에 자기를 위치시키려는 자발성이지요.(302쪽)”

 

산만한 잡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시인의 잡담에 묘하게 마음이 끌리는 이 책, 『시인의 잡담』을 통해, 시에 대한 시인의 자기 성찰에 귀기울여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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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에서 온 아이 북멘토 가치동화 15
윤숙희 지음, 김희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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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꿈속에서 그림자괴물에게 쫓기곤 하던 시훈은 어느 날 UFO를 보게 된다. 그리곤 비도 오지 않는데, 노란 비옷을 입은 이상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바로 시몬이란 친구인데, 시몬은 자신이 놀라운 비밀을 시훈에게 알려준다. 바로 자신은 시리우스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것. 빨리 고향별인 시리우스로 돌아가 우주괴물을 무찔러야 하는데, 우주선을 찾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 시몬을 시훈을 돕겠다 나서고 시몬에게서 ‘에이원’이란 암호명을 부여받게 된다.

 

이제 시리우스 별에서 온 아이인 시몬과 친구가 된 시훈은 시몬을 돕고자 하는데, 시몬은 과연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몬은 정말 시리우스 별에서 온 걸까? 또한 시몬을 괴롭히는 우주괴물은 누구일까? 뿐더러 시훈을 언제나 괴롭히는 그림자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장편동화는 무엇보다 아버지의 폭력 앞에 상처받게 된 동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주괴물도, 그림자괴물도 모두 아버지의 폭력으로 만들어진 괴물들이다. 폭력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우주 공간으로마저 도망치게 만드는 괴물이다. 우리 아이들이 결코 이런 폭력의 괴물들에 노출되지 않길 소망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며, 삶이 버겁고 힘겹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니까요.”(글쓴이의 말 중에서)

 

그렇다. 사랑하기에 더욱 조심하고 배려하며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만 하지 않을까? 난 개인적으로 성장하며, 아버지에게 한 번도 매를 맞은 적이 없다. 아버지가 안 계서도 아니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무심하여서도 아니다. 아버지의 의지와 배려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떠한 이유에서건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적 결단으로 인해 아버지는 우리에게 폭력은 고사하고 매조차 들지 않으셨다.

 

아마도 아버지의 그러한 의지적 결단은 우리들에게 더 큰 배려로 자라 잡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자녀들을 향해 매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의 자녀들이 성장하게 된다면, 그 아이들 역시 훗날 가정을 이루었을 때, 같은 자세로 자녀들을 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배려가 가정에 계대하는 것이야말로 축복 아닐까?

 

아울러, 혹여 라도 가정의 폭력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있다면, 그 상처가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됨으로 그들의 영혼에 상흔을 남기지 않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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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과 풀어가는 유저랜드의 비밀 - 환상적인 세계의 컴퓨터 과학 동화
까를로스 부에노 지음, 한선관 옮김 / 사이언스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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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환상적인 세계의 컴퓨터과학 동화” 이러한 설명을 볼 때, 이 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동화다. 그것도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화다. 로렌이라는 여자 아이가 길을 잃어 들어가게 된 유저랜드라는 곳. 마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것과 같이 로렌은 유저랜드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 가는 모험을 하게 한다. 가는 곳마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한 암호를 풀어야 하며, 또한 여러 환상적인 동물들도 만나게 된다. 뿐더러 이상한 캐릭터의 사람들도 만나며, 집을 찾아 유저랜드 곳곳을 헤쳐 나가는 환상적인 모험이야기이다.

 

뿐 아니라, 이 책은 “컴퓨터과학 동화”를 표방한다. 그러니, 컴퓨터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화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단 한 번도 “컴퓨터”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로렌의 모험을 통해, 자연스레 컴퓨터 과학의 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 그 안에 담겨진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마지막으로 “풀어가는”이란 단어를 통해, 뭔가 수학적인 접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해 볼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앞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요소가 함께 버무려져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고리즘이란 어떠한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같은 문제라 할지라도, 그리고 같은 결과를 풀어냈다 할지라도 해결방법에 따라 실행속도나 오차 등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아마도 이런 ‘알고리즘’이야말로 컴퓨터과학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정신(?)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은 로렌을 따라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점차 알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사고, 창의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단지, 옮긴이가 말하는 것처럼, 『해리포터』시리즈처럼 신비하고 재미나지는 않는다. 물론, 유저랜드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환상적인 부분들이 있기에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재미나지는 않다. 아예 재미나지도, 그렇다고 아예 학문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도 없지 않다. 따라서 혹시라도 재미난 동화를 읽기 위한 분들이라면 추천하지 않는 게 정직할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함양하는 직접적 목적을 가진 분들에게 적합하냐? 이것 역시 설명이 조금은 필요하겠다. 난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기를 테야 라는 직접적인 목적의식이 있는 분들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컴퓨터에 대한 언급도 없을뿐더러, 직접적으로 과학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목적함을 표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렌을 따라 로렌의 유저랜드 모험을 함께 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과학적 사고에 접근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동화이야기 뒤편에 나오는 <유저랜드의 현장 가이드>가 더 좋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부분은 이야기 속에서 로렌이 유저랜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장소, 또는 동물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라고 보면 좋을 듯싶다.

 

이 가운데 해밀턴 사이클이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아내에게 이런 것도 있는데 아냐고 했더니, 팩토리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팩토리얼(계승) 공식이다. 난 이런 것 당초 배운 적 없는 것 같은데, 싶다가도 아내가 말하니 왠지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로렌과 함께 팩토리얼 공식을 배우게 된다면 잊어버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물론 책에서는 이것 역시 팩토리얼 공식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때론 그냥 직접적으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마디로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표방하지 않는 듯싶지만, 어느 샌가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과학적 사고의 맛을 알게 하는 그런 묘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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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호 위대한 클래식
월터 스콧 지음, 김보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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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하우스에서 계속하여 출간되고 있는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4번째 책은 『아이반호』란 책이다. 앞에서 출간된 다른 책들과 다르게 제목이 낯설다. 하지만, 다 읽은 후에는 왠지 언젠가 읽어본 듯한 느낌도 갖게 되는 책이다. 읽어봤으면 어떻고 안 읽어 봤으면 어떻겠나. 어느 시인은 이런 말을 했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어떤 외국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고. 파우스트를 지금 읽는다고 하면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에 ‘다시’ 읽는다고 퉁친다. 사랑스런 위선이다. 모든 책은, 영화는, 그림은, 심지어 삶조차 ‘다시 읽혀야’ 할 무엇이다. 처음 읽으면서 다시 읽는다고 하는 것은 유치한 앞가림이지만, 다시 읽기는 언제나 처음 읽기다. 진정한 반복은 없다. 반복은 다시 겪는 처음일 뿐이다. 들었어도, 읽었어도 그 속에서는 다른 울림이 튀어나오지 않던가. 낯익지만 낯선 이 순간.

- 박세현, 『시인의 잡담』 중에서

 

그렇다. ‘처음’ 읽는 『아이반호』여도 좋고, ‘다시’ 읽는 『아이반호』여도 좋겠다.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낯익음 가운데 낯선 느낌이 있을 것이기에. 금번 크레용하우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아이반호』를 통해, 이러한 “낯익지만 낯선”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아이반호』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도 등장하는 주인공들 가운데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는 사자왕 리처드와 로빈 후드가 그들이다. 무엇보다 그 유명한 로빈 후드가 등장한다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보게 된다.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아~ 이 사람이 로빈 후드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다. 또한 사자왕 리처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름을 밝히고 등장하진 않지만, 이 사람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을 소설 가운데서 찾아보는 재미도 어쩌면 『아이반호』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사자왕이나 로빈 후드가 아니다. 주인공은 단연 책 제목이기도 한 아이반호이다. 그럼 잠깐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시대적 배경은 11세기 말 영국이다. 노르만계 귀족들에 의해 앵글로 색슨 계열의 귀족들의 입지가 극히 위축되어 있을 때, 색슨 계열의 몇 안 되는 귀족 가운데 하나인 세드릭은 자신이 돌보고 있는 로웨나 공주를 통해, 앵글로 색슨 계열의 부활을 꿈꾼다.

 

주인공인 아이반호는 바로 그 세드릭의 아들이다. 하지만, 아이반호는 아버지에 의해 가문에서 축출당한 상태. 색슨 계열 부활의 구심점인 로웨나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그 표면적 이유이지만, 실제적 이유는 아마도 아이반호가 앵글로 색슨 계열의 부활을 꿈꾸기는커녕 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사자왕 리처드 왕의 심복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자왕이라 불리는 리처드는 몇몇 심복들과 함께 십자군 전쟁에 나서 예루살렘에서 온갖 영웅담을 쌓던 가운데 적의 포로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존 왕자는 이를 기회삼아 형의 왕좌를 빼앗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많은 귀족들은 여기에 동참하며 온갖 못된 짓들을 일삼는다. 하지만, 이들의 못된 짓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아이반호이다.

 

예루살렘에서 비밀리에 귀국한 아이반호는 아슈비에서 열리는 마상 시합에 신분을 숨기고 출전하여 승리한다. 하지만, 이 때 큰 부상을 당함으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과연 아이반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게다가 아이반호와 로웨나 공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또한 사자왕은 다시 왕의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은 앵글로 색슨 계열과 노르만계 귀족간의 갈등구조. 또한 존 왕자와 사자왕 간의 갈등구조. 아이반호와 부아길베드 간의 대립. 여기에 더하여 유대인인 아이작과 조르보 수도원장인 탐욕스러운 에이머, 로빈 후드와 무법자들까지 다양한 계층들의 이해구조가 얽히고설켜 있다. 게다가 아이반호와 로웨나 공주, 아이반호를 향한 레베카(유대인 거상인 아이작의 딸)의 연정, 레베카를 향한 부아길베드의 마음 등이 또한 얽히고설켜 재미난 연애전선을 이룬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구조와 연애전선으로 인해 소설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상 이야기는 아주 깔끔하게 전개된다. 이것이 원작자인 월터 스콧의 공인지, 각색자인 샤를로트 그로스테트 공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렴 어떤가. 깔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고전 문고판의 경우, 각색이 대단히 중요한데, 크레용하우스의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는 이런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좋은 각색 판본을 선택한다는 것,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다음편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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