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반호 위대한 클래식
월터 스콧 지음, 김보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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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하우스에서 계속하여 출간되고 있는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4번째 책은 『아이반호』란 책이다. 앞에서 출간된 다른 책들과 다르게 제목이 낯설다. 하지만, 다 읽은 후에는 왠지 언젠가 읽어본 듯한 느낌도 갖게 되는 책이다. 읽어봤으면 어떻고 안 읽어 봤으면 어떻겠나. 어느 시인은 이런 말을 했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권위를 지닌 책이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어떤 외국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고. 파우스트를 지금 읽는다고 하면 교양을 의심받을 수 있기에 ‘다시’ 읽는다고 퉁친다. 사랑스런 위선이다. 모든 책은, 영화는, 그림은, 심지어 삶조차 ‘다시 읽혀야’ 할 무엇이다. 처음 읽으면서 다시 읽는다고 하는 것은 유치한 앞가림이지만, 다시 읽기는 언제나 처음 읽기다. 진정한 반복은 없다. 반복은 다시 겪는 처음일 뿐이다. 들었어도, 읽었어도 그 속에서는 다른 울림이 튀어나오지 않던가. 낯익지만 낯선 이 순간.

- 박세현, 『시인의 잡담』 중에서

 

그렇다. ‘처음’ 읽는 『아이반호』여도 좋고, ‘다시’ 읽는 『아이반호』여도 좋겠다.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낯익음 가운데 낯선 느낌이 있을 것이기에. 금번 크레용하우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아이반호』를 통해, 이러한 “낯익지만 낯선”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아이반호』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도 등장하는 주인공들 가운데 익숙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는 사자왕 리처드와 로빈 후드가 그들이다. 무엇보다 그 유명한 로빈 후드가 등장한다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보게 된다. 책을 읽어가는 가운데, 아~ 이 사람이 로빈 후드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다. 또한 사자왕 리처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름을 밝히고 등장하진 않지만, 이 사람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을 소설 가운데서 찾아보는 재미도 어쩌면 『아이반호』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사자왕이나 로빈 후드가 아니다. 주인공은 단연 책 제목이기도 한 아이반호이다. 그럼 잠깐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시대적 배경은 11세기 말 영국이다. 노르만계 귀족들에 의해 앵글로 색슨 계열의 귀족들의 입지가 극히 위축되어 있을 때, 색슨 계열의 몇 안 되는 귀족 가운데 하나인 세드릭은 자신이 돌보고 있는 로웨나 공주를 통해, 앵글로 색슨 계열의 부활을 꿈꾼다.

 

주인공인 아이반호는 바로 그 세드릭의 아들이다. 하지만, 아이반호는 아버지에 의해 가문에서 축출당한 상태. 색슨 계열 부활의 구심점인 로웨나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그 표면적 이유이지만, 실제적 이유는 아마도 아이반호가 앵글로 색슨 계열의 부활을 꿈꾸기는커녕 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사자왕 리처드 왕의 심복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자왕이라 불리는 리처드는 몇몇 심복들과 함께 십자군 전쟁에 나서 예루살렘에서 온갖 영웅담을 쌓던 가운데 적의 포로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인 존 왕자는 이를 기회삼아 형의 왕좌를 빼앗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많은 귀족들은 여기에 동참하며 온갖 못된 짓들을 일삼는다. 하지만, 이들의 못된 짓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아이반호이다.

 

예루살렘에서 비밀리에 귀국한 아이반호는 아슈비에서 열리는 마상 시합에 신분을 숨기고 출전하여 승리한다. 하지만, 이 때 큰 부상을 당함으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과연 아이반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게다가 아이반호와 로웨나 공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또한 사자왕은 다시 왕의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은 앵글로 색슨 계열과 노르만계 귀족간의 갈등구조. 또한 존 왕자와 사자왕 간의 갈등구조. 아이반호와 부아길베드 간의 대립. 여기에 더하여 유대인인 아이작과 조르보 수도원장인 탐욕스러운 에이머, 로빈 후드와 무법자들까지 다양한 계층들의 이해구조가 얽히고설켜 있다. 게다가 아이반호와 로웨나 공주, 아이반호를 향한 레베카(유대인 거상인 아이작의 딸)의 연정, 레베카를 향한 부아길베드의 마음 등이 또한 얽히고설켜 재미난 연애전선을 이룬다.

 

이처럼 다양한 계층 간의 갈등구조와 연애전선으로 인해 소설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상 이야기는 아주 깔끔하게 전개된다. 이것이 원작자인 월터 스콧의 공인지, 각색자인 샤를로트 그로스테트 공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렴 어떤가. 깔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고전 문고판의 경우, 각색이 대단히 중요한데, 크레용하우스의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는 이런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좋은 각색 판본을 선택한다는 것,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위대한 클래식> 시리즈 다음편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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