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과 풀어가는 유저랜드의 비밀 - 환상적인 세계의 컴퓨터 과학 동화
까를로스 부에노 지음, 한선관 옮김 / 사이언스주니어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다. “환상적인 세계의 컴퓨터과학 동화” 이러한 설명을 볼 때, 이 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동화다. 그것도 환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화다. 로렌이라는 여자 아이가 길을 잃어 들어가게 된 유저랜드라는 곳. 마치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것과 같이 로렌은 유저랜드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 가는 모험을 하게 한다. 가는 곳마다 그곳을 통과하기 위한 암호를 풀어야 하며, 또한 여러 환상적인 동물들도 만나게 된다. 뿐더러 이상한 캐릭터의 사람들도 만나며, 집을 찾아 유저랜드 곳곳을 헤쳐 나가는 환상적인 모험이야기이다.

 

뿐 아니라, 이 책은 “컴퓨터과학 동화”를 표방한다. 그러니, 컴퓨터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화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단 한 번도 “컴퓨터”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로렌의 모험을 통해, 자연스레 컴퓨터 과학의 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 그 안에 담겨진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마지막으로 “풀어가는”이란 단어를 통해, 뭔가 수학적인 접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해 볼 수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앞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요소가 함께 버무려져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알고리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알고리즘이란 어떠한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나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같은 문제라 할지라도, 그리고 같은 결과를 풀어냈다 할지라도 해결방법에 따라 실행속도나 오차 등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아마도 이런 ‘알고리즘’이야말로 컴퓨터과학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정신(?)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은 로렌을 따라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점차 알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사고, 창의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단지, 옮긴이가 말하는 것처럼, 『해리포터』시리즈처럼 신비하고 재미나지는 않는다. 물론, 유저랜드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환상적인 부분들이 있기에 유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재미나지는 않다. 아예 재미나지도, 그렇다고 아예 학문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도 없지 않다. 따라서 혹시라도 재미난 동화를 읽기 위한 분들이라면 추천하지 않는 게 정직할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를 함양하는 직접적 목적을 가진 분들에게 적합하냐? 이것 역시 설명이 조금은 필요하겠다. 난 이 책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기를 테야 라는 직접적인 목적의식이 있는 분들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컴퓨터에 대한 언급도 없을뿐더러, 직접적으로 과학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목적함을 표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렌을 따라 로렌의 유저랜드 모험을 함께 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과학적 사고에 접근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동화이야기 뒤편에 나오는 <유저랜드의 현장 가이드>가 더 좋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부분은 이야기 속에서 로렌이 유저랜드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장소, 또는 동물들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라고 보면 좋을 듯싶다.

 

이 가운데 해밀턴 사이클이 인상적이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아내에게 이런 것도 있는데 아냐고 했더니, 팩토리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팩토리얼(계승) 공식이다. 난 이런 것 당초 배운 적 없는 것 같은데, 싶다가도 아내가 말하니 왠지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로렌과 함께 팩토리얼 공식을 배우게 된다면 잊어버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물론 책에서는 이것 역시 팩토리얼 공식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때론 그냥 직접적으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마디로 과학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표방하지 않는 듯싶지만, 어느 샌가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과학적 사고의 맛을 알게 하는 그런 묘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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