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팝니다 튼튼한 나무 6
사라 캐시디 지음, 김수현 옮김, 임승천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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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러스는 엄마 아빠의 이사 계획에 갑자기 겁이 납니다. 사이러스는 이사 가고 싶지 않답니다. 정원에 세워둔 <집 팝니다> 팻말이 싫기만 합니다. 팻말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마샤 아줌마의 얼굴도 싫기만 하고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줌마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사 가지 않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밤중에 몰래 나가 팻말을 뽑아 숨기기도 합니다. 물론 계속된 범행(?)에 꼬리가 잡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겐 몰래 숨어 쥐가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합니다. 과연 사이러스의 이사 방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 책, 『집 안 팝니다』는 이사를 앞둔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동화랍니다. 먼저, 이야기 속의 사이러스가 이사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사이러스는 생후 두 달 무렵에 지금 엄마 아빠에게 입양되었답니다. 그리고 동생 루디는 엄마 아빠가 낳은 아들이고요. 그래서 사이러스는 겁이 나는 거죠. 혹시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자신은 빠지고 엄마 아빠 루디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어젯밤에 악몽을 꾸었어요. 엄마, 아빠, 루디는 새집에 있었고, 저는 혼자 밖에 있더라고요. 아기처럼 기어 다니면서요. 저만 빼고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요.”(70쪽)

 

코끝이 찡해지는 사연이네요. 그래서 엄마는 말한답니다.

 

“엄마는 너를 처음 보자마자 네가 우리 아들이란 걸 알았어. 그리고 이 사실은 절대 잊으면 안 돼. 내가 너의 엄마라는 걸.”(71쪽)

 

그리곤 엄마는 이사 가는 내내 사이러스의 손을 꼭 잡아준답니다. 이처럼 꼭 잡아 주는 손, 얼마나 감사한지요. 곡 잡아주는 손, 얼마나 힘이 됩니까. 손을 잡아준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큰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거죠. 우리 역시 내 곁에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이가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뿐 아니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손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하나, 사이러스가 겁이 나는 이유는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넌 좋겠다.” 나는 물고기 아인슈타인의 어항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사 가도 네 집은 가지고 가니까.”(28쪽)

 

우리 모두 익숙한 것을 떠남에 대한 두려움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않는다면 자칫 삶의 발전이 없겠죠. 물론, 이사를 가는 것이 삶의 발전이란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만을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발전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우린 기억해야 합니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은 바꿔 말하면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될 수도 있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왕이면,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설렘 가득함으로 살아 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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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안) 작아 풀빛 그림 아이 51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강소연 글, 김경연 / 풀빛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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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안 작아』는 서로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하는 잘못을 우리로 하여금 돌아보게 하는 예쁜 그림책이네요.

 

주인공은 마치 곰처럼 생긴 털복숭이들이랍니다. 커다란 녀석과 작은 녀석이 서로 상대를 보며 말하네요. 넌 진짜 작다고. 아니 너야말로 진짜 크다고.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가 작은 것이 맞고, 큰 것이 맞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녀석은 자신과 비슷한 녀석들을 보이며, 말하네요. 자신과 비슷한 녀석들이 이렇게 많으니, 자신은 큰 게 아니라고요. 네가 작은 거라고요.

 

이에 뒤질세라 상대적으로 작은 녀석도 말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많은 녀석들을 보이며, 나 안 작다고. 다 나랑 비슷하니, 네가 큰 거라고요. 여전히 서로의 기준에서 상대를 판단하며, 다툽니다. 서로 상대가 작은 거라고, 큰 거라고요.

 

이 때, 더 큰 녀석과 더 작은 녀석이 등장하네요. 그래서 이에 둘은 상대를 인정합니다. ‘더’ 작은 녀석이 있으니, 상대는 안 작은 거라고. 마찬가지로 ‘더’ 큰 녀석이 있으니, 상대는 안 큰 거라고.

 

그 내용이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뉴욕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언제나 자신은 작다고 생각하며 자랐대요. 그러다 어느 날 다른 사람들이 크단 것을 깨달았답니다. 바로 그 경험이 이 그림책에 녹아들어 있네요. 예쁘게 그려 있지만, 동양인으로서 그곳에서 체험했을 차별의 시선, 그 아픔도 오롯이 이 짧은 그림책에 담겨 있답니다.

 

이 짧은 그림책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린 여전히 나의 기준에서 상대를 판단하고 있진 않은지 말입니다. 서로 상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면 어떨까요? 굳이 판단하고, 규정하려고 하지 말고 말입니다.

 

아울러 상대의 시선으로 날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난 나죠. 타인이 아니라 말이죠. 그런데 우린 여전히 상대의 시선으로 날 규정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의 시선으로 나의 행복을 판단하고, 상대의 시선으로 내 삶을 꾸미고 포장하려 하진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문제겠지만, 마찬가지로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내 삶, 내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도 문제겠죠.

 

『넌 (안) 작아』, 참 예쁜 내용의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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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게 서로 달라 꼬마둥이그림책 4
루시 조지어르 그림, 일로나 라머르팅크 글 / 좋은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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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은 너무나도 평범한 여덟 살 친구랍니다. 엄마와 아빠, 두 명의 여동생,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죠. 이런 아론은 잘 하는 게 없답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인 축구도 못하죠. 공을 차기보다는 축구화를 멀리 날려버리네요. 공부도 잘 하지 못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문제를 쓱쓱 싹싹 잘만 푸는데, 아론에겐 너무 어렵기만 하네요.

 

그런데, 하루는 엄마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 때, 아론은 엄마와 함께 노랠 부른답니다. 멋진 목소리, 아름다운 화음으로 말이죠. 마침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께서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게 되죠. 학예회에서 아론은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게 되고요.

 

이 예쁜 동화는 제목 『잘하는 게 서로 달라』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네요. 남들은 잘 하는데, 난 못하는 것뿐이라 여길지라도 나에게도 잘하는 재능이 있음을 우리가 알면 좋겠네요.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재능을 발견하고 꽃피우게 하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몫임을 책은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맞아요. 잘하는 건 서로 달라요.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재능은 결코 하찮지 않답니다. 재능을 영어로 탤런트(talent) 라고 하죠. 그리고 그 어원은 ‘달란트’라는 화폐단위에서 왔고요. 성경에도 이 달란트로 재능을 이야기하는 비유말씀이 나온답니다. 그 성경 이야기 잠깐 할게요.

 

이 비유를 보면,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며 종들에게 각각 그 재능대로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겼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린 5달란트 받은 사람은 재능이 많고, 1달란트 받은 사람은 재능이 적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건 당시 달란트가 어떤 의미인지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이 달란트라는 것은 우리가 쉽게 지갑에서 꺼내 주는 그런 화폐단위가 아닙니다. 1달란트는 순금 34kg 정도가 됩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한다면, 최소 10억 이상이 되죠(요즘은 금값이 꽤 나가니 더 많은 액수겠네요^^). 그러니, 이 비유를 듣던 청중들은 이 세 사람의 종이 모두 재능이 있었구나. 모두 분량의 차이는 있지만, 재능이 다 있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우리에게는 모두 달란트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 재능은 서로 다르죠. 그리고 모두 귀한 겁니다. 달란트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듯 말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이렇게 주어진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여 갈고 닦아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좋겠네요. 결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적은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능을 꽃 피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작가는 ‘용기’라고 책은 말합니다. 아론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화음을 맞춰 노래할 수 있는 타고난 음감, 재능이 주어졌지만, 이 재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휘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아론에게 말하네요. “머뭇거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맞습니다. 재능을 발휘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왕 성경 이야기 한 것, 한 번 더 할게요. 앞에서 이야기한 달란트 비유에서, 5달란트 받은 사람은 이것 가지고 장사를 해서 5달란트의 이윤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칭찬을 받죠. 2달란트 받았던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달란트를 가지고 장사해서 2달란트를 남겼죠. 마찬가지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똑같은 칭찬을 받습니다. 그런데, 1달란트 가진 자는 혹시 내가 장사를 했다가 이것마저 잃어버리면 어떨까 염려하여 달란트를 땅에 파묻어 놨답니다. 그래서 주인이 돌아왔을 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책망을 받는답니다. 왜요? 이 사람에게는 ‘용기’가 없었답니다.

 

‘용기’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각기 다른 재능이 주어졌죠. 그리고 그 재능을 향해 나아갈 ‘용기’가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이 ‘용기’는 어쩜 오늘날에는 다른 이들과 다른 꿈을 품을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의 이야기처럼 모두 잘하는 게 서로 다른데, 오늘 우리 아이들은 모두 같은 곳만을 바라보고 가거든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은 서로 다른데, 모두 같은 일, 같은 꿈을 품고 나아가니,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다른 친구들과 다름을 안다면, 그 재능을 붙잡고 나아갈 ‘용기’, 다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갈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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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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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언제 봐도 제목이 참 좋다. 이 책 제목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홍 교리의 집 사랑채에 걸려 있는 현판 “서유당(書遊堂)”이란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이 이름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장이가 차리게 되는 책방의 이름이 되기도 한다. 언문으로 “책과 노니는 집”

 

책과 노니는 집이라니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동화의 내용은 파라다이스를 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고단하게만 보인다. 장이를 휘감고 있는 아픔과 눈물,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필사장이 아버지를 둔 장이. 장이의 아버지는 서학(천주학)의 책을 필사하였다가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질을 당하게 되고, 이 일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이런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 뒤 홀로 남겨진 장이는 아버지가 섬겼던 최 서쾌의 책방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된다. 책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책방의 책을 전해주는 일을 하는 장이. 그런 가운데, 장이는 홍 교리의 집에 책을 전하러 가게 되고 이 때, 처음 “책과 노니는 집”, ‘서유당’을 구경하게 된다. 온통 책으로 가득한 곳. 그곳에서의 홍 교리와의 몇 차례의 대화는 장이를 언제나 행복하게 만든다. 비록 엄청난 번민과 어려움이 장이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곳, ‘책과 노니는 집(서유당)’에서의 홍 교리와의 만남은 장이를 행복하게 한다. 그러니, ‘책과 노니는 집’은 어쩌면, 장이에게는 행복의 공간, 이상향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이곳, ‘서유당’에서 홍 교리가 장이에게 하던 말 가운데 인상적인 대화가 나온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다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 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 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 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78쪽)

 

이런 홍 교리의 말이야말로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책을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다음에 읽을 책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바라보고 흐뭇해하기도 하는 모습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마음이 아닐까? 집 안 가득한 책들을 바라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한 어느 책을 볼까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재미, 그리고 처음 보는 책이 서가에 꽂혀 있어 펼쳐보곤 아하~ 하며 가물거리는 기억을 떠올려보는 재미란 책을 많이 소장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물론, 때론 너무 많은 책이 짐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홍 교리의 말에 공감 한 표를 찍어본다.

 

이처럼,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 책이 주는 기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동화다. 하지만, 또 다른 주요 주제는 천주교 박해로 인해 겪게 되는 장이의 아픔과 천주교 박해로 인한 긴장감을 그려내고 있다. 단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뿐이지만,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를 맞은 억울한 아버지. 그리고 장이를 괴롭히던 허궁제비의 문제도 해결되고 이젠 행복한 일만이 가득할 것 같았지만, 또 다시 시작된 위기 역시 천주교박해 때문이다. 장이의 의지처인 최 서쾌, 장이를 평안케 해주는 어른인 홍 교리, 천사와 같은 미적 아씨 등이 모두 또 다시 천주교박해로 인해 긴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특히 장이 아버지의 말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말한다. 단지 평등을 이야기 하고, 죄 짓지 않고 착하게 살아 죽어 천당에 가겠다는 것이 어찌 죄가 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는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언제나 이 땅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향한 고발이 아닐까?

 

“양반이건 상놈이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천히 여기는 백정, 망나니건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이 귀하고 평등하다는구나. ... 천주학 책을 옮겨 적으며 아비는 손이 떨리고 마음에 비바람이 일었다. 우리 같은 것들은 날 때부터 천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더구나. 조선에서는 천지개벽할 소리지만 서양에서는 모두 그렇게 믿는다더라. 천주님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90쪽)

 

이것이야말로 참 지혜임을 작가는 오늘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책과 수많은 지식이 불평등한 세상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수단이 됨은 가짜라고. 참 공부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이것이 천주교박해 사건을 통해, 이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발견하는 주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모습이다. 이는 장이의 아버지에게서 시작하여 장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장이의 아버지는 억울한 매질로 인해 죽어가면서도, 약값으로 돈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 돈은 아들과 함께 책방을 차려 누릴 꿈의 쌈짓돈이었기 때문이다.

 

“장아, 아비는 책방을 꾸미려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약값으로 헐고 싶지 않다. 책방을 차려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고, 새로 들여온 책의 자리를 찾아 주고 싶구나. 단골손님이 오면 이야기책도 소개해 주고... 그렇게 사는 게 아비 꿈이다.”(77쪽)

 

약보다는 꿈이 먼저였던 아버지. 그 아버지의 꿈은 누군가에게 동무가 될 이야기를 필사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이 꿈은 장이에게로 계대하게 되며, 결국에는 “책과 노니는 집”이란 공간으로 실현된다.

 

우리에겐 이런 꿈이 있나 생각해 본다. 그것을 위해선 무엇도 희생할 수 있는 그런 꿈. 더군다나 나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닌, 계대하여 품게 되는 꿈이라면. 이런 꿈을 갖는다는 것은 큰 축복이란 생각을 해본다. 비록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장이처럼 애끓는 아픔이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책을 통한 기쁨이 넘쳐나며, 꿈을 향한 설렘이 가득하고, 모든 이들이 평등을 누리는 진정한 “책과 노니는 집”이 되길 『책과 노니는 집』을 읽고 난 후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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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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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는 어느 날 자신의 옷장 안에서 남자 아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루거라는 친구인데, 바로 아만다의 상상 친구랍니다. 루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만다 뿐이기에 온전히 아만다만의 친구죠. 둘은 날마다 재미난 시간들을 보내는데, 어느 날 이런 행복을 방해할 번팅 씨가 등장합니다. 번팅 씨는 다름 아닌 상상 친구 사냥꾼입니다. 상상 친구를 잡아먹는답니다. 끔찍하죠? 이렇게 상상 친구를 한 번 잡아먹을 때마다 번팅 씨의 수명은 1년씩 연장된다고 하네요. 루거를 잡아먹기 위한 번팅 씨의 끈질긴 추격. 그리고 이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만다와 루거의 몸부림.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 장편동화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는 소재 자체가 참 기발합니다. ‘상상 친구’는 가상의 존재입니다.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입니다. 하지만, 실존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아이들의 상상이 있는 한 실존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이 존재는 상상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기에 대체로 아이들, 그것도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만이 볼 수 있답니다. 혹시, 상상 친구가 보이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상상력이 풍부한 거죠. 전 상상력이 말랐는지, 아무리 애써도 상상 친구가 보이지 않네요.

 

이처럼, 귀신과는 다르고, 상상 속에서의 존재이면서도 현실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상상 친구. 이 상상 친구는 자신을 만들어낸 아이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살 수 있답니다. 하지만, 상상 친구가 살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첫째 자신을 만들어낸 친구가 만약 죽게 되면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그 아이에게 잊혀질 경우에 역시 ‘소멸’ 되어 가고요. 또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상상 친구 사냥꾼인 번팅 씨에게 먹힐 경우입니다. 번팅 씨에게 먹힐 경우, ‘세상에서 분실’되어 버리는데요, 이는 ‘소멸’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랍니다. 그걸로 끝인 거죠. 기억에서조차 사라지는. 과연 루거는 어떻게 될까요?

 

이 동화는 소재가 기발할뿐더러, 참 재미나네요. 과연 다음이 어떻게 될지 책을 놓을 수 없답니다. 뿐 아니라, 때론 무섭기도 하답니다. 특히, 아만다와 보모 골디가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은 무시무시하죠. 한 여름의 더위를 싹 날려버릴 수 있답니다. 그러니, 꼭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보세요. 가급적이면 새벽 세상이 조용히 가라앉은 시간이면 더 좋겠죠?

 

이처럼 재미난 동화이면서도 아울러 그 안에 진지한 질문들이 담겨 있네요.

 

먼저, 상상 친구가 존재하는 건 상상에 의해서입니다. 상상력이 고갈되면 상상 친구는 존재할 수 없답니다. 다시 말해 상상이 곧 막강한 힘으로 발휘되는 거죠. 상상력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상상력은 이야기를 재미나게 해 줄뿐더러, 실제의 삶 속에서도 상상력은 세상을 진보하게 만들죠.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틀 안에서 과제물을 풀어나가는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상상력을 통해, 그 틀을 벗어나며, 틀을 확장시킬 수 있음은 어쩌면 더 중요하겠죠. 우리에게서 이 상상력이 마르지 않는다면 좋겠네요.

 

다음으로 상상력이라고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 친구 사냥꾼인 번팅 씨 역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상상 친구를 볼 수 있답니다. 아이도 아닌 어른인데 말이죠. 그런 번팅 씨는 상상 친구들을 사냥하여 잡아먹는 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기만이 아닙니다. 수명을 연장함으로 자신의 상상 친구와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함이죠. 참 아이러니한 모습이죠. 자신의 상상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상상 친구들을 희생시키는 그 모습은 나쁜 상상력도 존재함을 우리에게 보여준답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한 상상력은 세상을 유익하게 하기보다는 도리어 세상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음을 보여주네요.

 

또한 ‘기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잊혀질 때, 상상 친구는 ‘소멸’됩니다. 기억이 곧 존재인 거죠. 잊혀지면 그 존재도 사라집니다. 다음은 상상 친구인 루거의 독백입니다.

 

“사람들에 관해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다. 그건 기억이기도 했다. 상상력에는 끝이 있다는 걸 루거는 잘 알았다. 기억은 잃어버린 진짜 사람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허상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루거는 자신에 관해서도 남는 것이 있다는 게, 아만다가 직접 만든 그 사진이 있다는 게 기뻤다. 왜냐면 언젠가는 아만다가 자신을 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동안 쭉 그래 왔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되는 일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 어른이 된 아만다는 서랍 속에 처박히거나 책갈피에 끼워진 루거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할 것이다. 어쩌면 루거의 어떤 점이 아만다의 마음에 되살아날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저 고개를 저으며 지나치게 정상 들인 어린 시절의 그림을 우스워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 뭐, 어느 쪽이든 루거에겐 충분했다.”(279-280쪽)

 

우리에게서 잊혀진 사람들, 그래서 소멸되어가는 분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네요. 우리가 기억할 때, 그분들의 삶은 우리의 기억에서 다시 살아나게 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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