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아기 - 꽃 10송이에 담긴 이야기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3
유명은 지음, 손희선 그림 / 파란하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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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파란하늘에서 출간되고 있는 <전설 시리즈> 3번째 책 『선녀와 아기』가 나왔습니다. 부제로 「꽃 10송이에 담긴 이야기」란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 꽃 열 종류에 얽힌 전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나리꽃, 두메양귀비꽃,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백일홍, 쑥부쟁이, 은방울꽃, 애기똥풀, 찔레꽃, 할미꽃이 그 열 가지 꽃입니다. 대부분 우리가 흔히 봐왔던 꽃들이지만, 그 안에 얽힌 전설을 알게 됨으로 추후 이 꽃들을 볼 때마다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네요.

 

꽃에 얽힌 전설들을 살펴볼 때, 공통점이 있어요. 그건 모두 하나같이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시 말해 이야기를 잉태한 삶의 자리, 그 이야기의 못자리가 고난의 자리라는 겁니다. 개나리는 몸이 아픈 엄마와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음식을 구걸합니다. 동자승은 추운 겨울 폭설로 길이 끊겨 홀로 암자에 남겨져 죽어가고요(오세암 이야기도 이런 내용 아니었나 싶네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구박에 죽게 되고요. 백일홍의 모티브가 되는 이야기에서 처녀는 이무기에게 재물로 바쳐집니다. 찔레는 고려시대 원나라에 공녀로 차출되고요.

 

이처럼 모든 이야기가 힘겹고, 눈물이 가득한 건 당시 민중들의 삶이 이처럼 곤고했기 때문이겠죠. 얼마나 그 삶이 힘겨웠으면, 그네들의 삶의 자리에서 잉태한 전설들이 하나같이 고단할까요. 안타까운 건, 그 결말도 거의 대다수가 슬프다는 겁니다. 해피엔딩은 애기똥풀에 얽힌 이야기뿐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책 제목을 『선녀와 아기』로 잡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유일한 해피엔딩 이야기 애기똥풀 이야기가 바로 「선녀와 아기」거든요. 아무튼 이처럼 모든 전설들이 슬픔으로 끝맺는 이유는 당시 민중의 삶이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끝내 고난과 슬픔, 한숨과 눈물로 마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전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꽃으로 피어남에 당시 민중들의 희망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바로 묵시적 희망의 발현이 꽃으로 표현되고 있는 거죠. 지금 당장은 힘겹고, 끝내 이 땅에서의 마지막까지도 슬픔으로 마쳐질지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그리고 그 시작은 꽃으로 활짝 피어나게 됨을 소망하고 있는 거죠. 그렇기에 슬픔 가운데 꽃으로 피어나는 당시 민중들의 소망, 희망, 꿈을 전설을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이처럼 힘겹고 고단할 지라도 꽃으로 피어나는 삶이 되면 좋겠네요. 물론 죽어서만이 아닌, 오늘 여기, 삶의 자리에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전설이 갖는 특징 때문일까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처럼 보편적 힘겨움을 내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전설 속에 담겨진 구체적 삶의 자리를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물론 이야기 자체가 구체적 삶의 자리를 밝히는 경우도 있고요. 찔레꽃 이야기는 고려시대 처녀 조공문제로 시작되고, 며느리밥풀꽃은 물론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시집살이라는 구체적 삶의 정황을 이야기하죠. 애기똥풀 이야기인 「선녀와 아기」는 충북 보은이라는 구체적인 지리적 자리를 이야기합니다.

 

가진 자의 횡포 앞에 눈물 흘리는 약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전설도 있고요. 바로 두메양귀비꽃 이야기가 그래요. 백두산 천지 용왕의 딸과 짚신 장수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전하는데, 유독 용왕의 갑질이 눈에 거슬리네요. 예나 지금이나 힘이 있는 자들은 자기 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약자들의 티끌을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네요. 모든 잘못을 약자의 탓으로 돌려버리기도 하고요. 사실은 용왕 자신의 잘못 때문인데 말입니다. 이런 강자의 횡포 앞에서 그렇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전설이 잉태되었을 터인데,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세상은 여전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전설 이야기들을 살펴본다는 것이 재미난 것은 바로 민중들의 삶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열 개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면 좋겠지만, 서평은 여기에서 마치렵니다.^^ 우리의 삶이 꽃으로 환하게 필 날을 꿈꾸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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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 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20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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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제 《아르센 뤼팽 전집》의 마지막 책 20권이다. 이 번 책에서는 하나의 장편과 하나의 희곡을 싣고 있다. 장편은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이고, 희곡은 「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이란 제목이다. 먼저, 희곡을 언급한다면, 아르센 뤼팽 전집 20권에 실린 수많은 장편과 단편들 가운데 유일한 희곡이란 점이 독특하다. 아울러, 그 내용 역시 희곡이기에 하나의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내용들이기에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을 전해 준다. 희곡으로도 이처럼 추리소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아니, 소설보다 더 추리소설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이 특별하며, 희곡이기에 그럴까? 더 유머러스하다.

 

실질적인 뤼팽의 마지막 이야기인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는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퍼트리샤 존스턴이란 여인, 신문사 기자이자, 신문사 사장의 비서였던 퍼트리샤는 어느 날 자신의 상관인 맥 앨러미에게서 프러포즈와 함께 봉인된 서류봉투를 받게 된다. 정해진 날짜 전엔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다짐을 받은 서류.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퍼트리샤는 사장의 미행하게 되고, 사장이 어떤 모임을 하게 됨을 목격하고, 얼마 후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야기는 한 마디로 뤼팽의 엄청난 재산을 탈취하려는 모임과 뤼팽 간의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선량한 인사들과 함께 무시무시한 범죄인들이 망라해 있는 집단인 마피아와 뤼팽 간의 대결. 그 대결에서 계속 밀리는 느낌을 갖게 하는 뤼팽으로 인해 조마조마하게 한다. 특히, 이 대결에서 ‘냉혈한’으로 불리는 마피아노란 인물과 뤼팽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퍼트리샤란 여인의 역할도. 마피아노는 뤼팽과 일대일로 맞서 한 번도 우위에 점하지 못한다. 철저히 뤼팽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마피아노는 소설 내내 뤼팽의 집에 마음대로 출현하고 활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에 반해 뤼팽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임으로 마피아노가 우위에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물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소설 말미에서 밝혀진다.). 이런 모습을 통해, 뤼팽은 자신의 재물을 지켜내기에도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연 뤼팽의 엄청난 재산의 행방은 어떻게 될까?

 

또한 이번 이야기는 뤼팽의 대미를 장식해서일까? 뤼팽이 가장 신뢰하는 유모 빅투아르가 등장하기도 하고, 베슈 형사가 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16권의 「바리바」에서 베슈 형사는 뤼팽의 절친으로 등장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또 다시 처음 대적관계로 등장한다. 어쩌면 이는 베슈 형사란 캐릭터가 모호하다기보다는 작가의 오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베슈 형사는 이미 반장인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반장이 되고 싶어 하고, 뤼팽이 이 일을 도움으로 베슈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가니마르 수사반장도 등장한다(1-3권에서 등장했던 가느마르 반장이다.). 특히, 가니마르의 등장은 1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배에서 내리며 가느마르에게 잡히던 뤼팽의 모습이 이번 이야기 말미에서도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가니마르와의 대결을 통해, 뤼팽의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회복하며 이야기는 마쳐진다.

 

세련된 기품이 넘쳐흐르지만 도둑의 본성은 언제나 유지하는 뤼팽. 다른 사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서도, 실상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일을 등한시 하지 않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지갑을 슬쩍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뤼팽(물론 기회를 일부러 만들기도 한다.). 때론 전지전능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론 연약하기만 한 사내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뤼팽. 미인을 사랑하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지만, 미인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뤼팽. 때론 뻔뻔스럽고, 때론 히스테리를 부리는 못난이지만, 대체로 여유를 부리는 신사이자 위트가 넘치는 뤼팽. 이 귀여운 악당의 이야기는 이제 끝나게 된다(개인적으로는 13권을 아직 읽지 않았지만, 책상 위에서 날 기다리는 녀석, 잠깐만 기다리길.). 아쉽지만, 뤼팽과 함께 한 긴 여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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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
오다시마 유시 지음, 송태욱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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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의 책에, 어느 외국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소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고전을 읽을 때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아니라, 언제나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책이라고 말한단다. 고전을 처음으로 ‘지금 읽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토록 위대하고 유명한 고전을 이제야 읽느냐고 생각할까봐, 자신의 교양을 의심받을까 두렵기에, 아니 두려움까진 아니더라도 부끄럽기에 그저 예전에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고’ 있는 것이라고 귀여운 거짓말을 하게 된단다. 어쩌면 이런 예가 적용될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아닐까?

 

누구나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문호임을 안다. 그리고 그의 4대 비극이 무엇인지도 손가락을 꼽아가며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읽어본 기억이 나에겐 없다. 그렇기에 나에겐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작품들이다.

 

이처럼, 여전히 읽지 않고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셰익스피어의 작품 가운데 명문장들을 소개하는 책을 만나 봤다. 일본 최고의 영문학자이자 셰익스피어 연구 일인자라 평가받고 있는 오다시마 유시란 분의 『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이 그것이다.

 

이 책은

1. 사랑의 기쁨

2. 사랑의 슬픔

3. 남과 여

4. 미덕의 가르침

5. 악덕의 속삭임

6. 슬픔과 전율

7. 사물을 보는 방식

8. 영혼의 외침

9. 인간의 진실

10. 인간의 저편

이란 단락으로 각 주제에 속할 법한 명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글의 패턴은 이렇다. 먼저, 명문장을 소개한 후, 이 문장이 나오게 되는 문맥이나 작품 속의 상황 설명을 간략하게 한 후에, 셰익스피어의 명문장과 연관되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그 분량은 2-3페이지 가량의 짧은 분량으로 각 명문장을 소재로 한 짧은 에세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각 문장들을 소개함에 있어, 내용이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다 보니, 각 명문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 문맥이나 상황 설명을 함에 중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의 명문장들을 소개받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마치 힘들이지 않고도 셰익스피어의 명문장들을 그저 주워 먹는 격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 문장의 맥락까지 대략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무엇보다 이런 대문호의 명문장들을 알게 됨으로 추후 글을 쓸 때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구나 그렇듯이 글을 쓸 때, 상황에 맞는 명문장이나 명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언제나 큰 힘이 되곤 한다. 그렇기에 이 책 『셰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과 같은 책은 한 번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곁에 두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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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9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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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19번째 책은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다. 12번째 책인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에서의 백작부인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만 등장한다. 뤼팽의 첫사랑에 얽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이 뭔가 뤼팽을 향해 엄청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을 상상했지만, 그런 내용은 아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백작부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12권 말미에서 벌어졌던 일이 이번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일의 한 단면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기에, 백작부인의 복수라 말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뤼팽은 라울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라울 다베르니란 이름이다. 이야기 속에서 라울이란 가명들을 여럿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에 등장하는 형사는 구소 형사반장인데, 구소 반장은 실제 능력보다는 과한 명성을 받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예심판사 루슬랭이 이야기 속에서 얽히게 되는데, 이 루슬랭은 통찰력 있는 수사 능력을 보이는 유능한 예심판사로 등장한다. 뤼팽과는 제법 긍정적 관계를 맺으며, 뤼팽의 수사 도움을 받는다. 또한 18권에서 빅토르 형사(뤼팽)과 경쟁관계에 있던 몰레몽 과장이 잠깐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특별한 내용을 제법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뤼팽의 아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이 ‘백작부인의 복수’의 내용이다. 뤼팽의 친 아들을 유괴하여 뤼팽을 능가할 도둑으로 키우는 것, 아니 살인자로 키워 뤼팽과 대적하게 하는 것. 과연 뤼팽의 아들은 이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누구일지 찾아보며 읽어보자. 또한 과연 뤼팽의 아들이 뤼팽과 대적하는 관계가 될지도.

 

아들이 처음으로 등장하기에 아들을 바라보는 뤼팽의 자세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들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를 보이는가 싶지만 여전히 이기적인 뤼팽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싶으면서도 아들을 향해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그런 뤼팽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야기는 한 신사가 은행에서 많은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뤼팽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하고 신사를 쫓는다. 저렇게 큰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탈세하는 악당이라는 자기 멋대로의 생각을 품고, 그런 못된 녀석의 돈을 꿀꺽하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니라는 자기정당화와 함께. 아니, 그런 못된 돈을 훔쳐내어 사회에 재분배를 하겠다는 자기미화까지(실제로 뤼팽이 부의 재분배를 행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일정부분은 한다. 자신의 부하들을 세상 이곳저곳에서 평범한 모범시민으로 정착시키며 그 자금을 댄다는 측면에서.). 아무튼 이런 뤼팽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뤼팽은 라울이란 이름으로 신사가 사는 마을의 별장을 구입하고,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만 일이 꼬이고 만다. 돈을 훔치기보다는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된다. 모처럼 뤼팽이 온전한 도둑으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이제 또 다시 탐정 노릇을 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뤼팽은 자신의 수고비는 알아서 두둑하게 챙기지만 말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특기할 내용은 뤼팽이 그리 뛰어나게 묘사되지 않다는 점이다. 소설을 시작하며 작가는 뤼팽의 말을 빌어 적은 서문에서 말한다. 뤼팽이 다소 과장되게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고. 그렇기에 한계를 드러내겠다고,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일까? 이번 이야기 속에서 뤼팽은 언제나 뭔가 한 걸음 늦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뭔가 추론을 통해 사건을 훑어나가면서도 많은 경우는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평소 뤼팽의 모습(사색과 추론)을 사건 속의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인 롤랑드 라는 여인이 감당하는 모습을 이야기 후반부에서 보여주기도 하며,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예심판사 롤랑드가 뤼팽의 모습을 대신하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깊은 생각과 추론, 이로 인한 결말을 도출하는 모습을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작가가 뤼팽의 절대적 모습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겠다.

 

이야기는 마지막순간까지 오리무중, 안개 속을 걷는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추리하기도 쉽지 않다.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단서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오리무중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아마도 작가는 이런 재미를 즐기는 것 같다.). 마지막 순간, 추론을 통한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는 부분들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이렇게 된 일이구나 알게 된다는 점에서 여타 작품들과 동일하다.

 

그러니, 굳이 추리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어떻게 사건이 전개되는지 따라가면 된다. 이야기 속에서 뤼팽이 하는 말처럼 말이다.

 

파란만장한 사건은 등장인물 스스로가 그 파란만장함을 풀어가게 놔두면 어둠이 걷히게 되는 법이죠.(50쪽)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파란만장한 사건, 오리무중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작가가 이끄는 대로 읽는 재미, 역시 뤼팽 시리즈가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제 마지막 20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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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 담푸스 저학년 동화 3
조지 손더스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 담푸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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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립 마을에는 개퍼들이 있습니다. 개퍼가 뭐냐 하면, 상상속의 생명체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작가의 상상으로 탄생한 동화 속에서는 실재 존재하는 생명체입니다. 밤송이보다 조금 큰 녀석들인데, 감자 눈처럼 눈이 많고, 마치 복어가 화났을 때 모습 같기도 하네요. 이 녀석들은 염소를 너무 좋아해서 염소에게 달라붙습니다. 물론 염소는 싫어하고요. 요 녀석들이 달라붙어 있으면 힘들어 살이 빠지거든요. 젖도 나오지 않고. 그래서 바닷가 프립 마을 사람들(사실 아이들만 이 일을 해요.)은 이 개퍼들을 염소에게서 떼어내 바닷물에 던져 버리죠. 그러면 이 녀석들은 다시 육지로 올라와 염소들에게 달라붙고요. 그러니, 프립 마을 아이들은 언제나 개퍼들을 때어내는 일을 반복해야만 합니다.

 

『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이란 제목의 동화는 이처럼 개퍼들로 인해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바닷가 마을 프립 마을, 그곳에 있는 낡은 판잣집 세 채의 사람들이 개퍼들로 인해 겪게 되는 이야기죠.

 

세 집은 모두 염소를 기르는데, 각기 열 마리쯤 기르고 있어요. 그리고 개퍼들은 천오백 마리 정도에요. 그러니, 염소 한 마리당 50마리 가량의 개퍼들이 붙어 있는 거죠. 보통 염소는 개퍼 60마리 정도는 그럭저럭 견딘다고 해요. 그런데, 개퍼들이 육지로 올라오며, 세 집 가운데 주인공 케이퍼블네 집이 제일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요. 이제 개퍼들은 케이퍼블네 집으로만 가죠. 이런 상황에서 케이퍼블은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 두 집에 도움을 청합니다. 하지만, 두 집은 꿈쩍하지 않아요. 과연 케이퍼블은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이 동화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케이퍼블이 동네의 두 집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두 집 사람들은 거절하는데. 이 때, 이들이 말하는 논리들은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해요.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좋다. 개퍼들을 다 처리했을 때엔 오히려 큰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 등등 이런 이웃의 논리는 하나하나만 생각하면 맞아요. 하지만, 그런 접근은 옳지 않다는 것이 진실이죠. 왜냐하면, 이 말들은 이웃의 힘겨움,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접근이기에 공허한 소리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다 할지라도 타인의 아픔과 힘겨움을 돌아보지 못하는 목소리는 공허한 울림, 거짓 소리에 불과하죠.

 

개퍼들에게서 해방된 두 집은 이제 바다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려고 집을 옮겨요. 자신들의 집 터 안에서 말이죠. 그런데, 케이퍼블은 간단하게 문제 해결을 합니다. 염소들을 팔아버려요. 그리곤 바닷가 마을답게 낚시를 하죠. 이제 개퍼들이 다른 집으로 향하겠죠?

 

이에 두 집은 서로 바닷가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집을 옮기다 보니 결국엔 늪 한 가운데에 집이 빠지게 됩니다. 이 두 집은 ‘나만 아니면 돼!’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문제는 그 피해가 결국에는 자신들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겁니다. 세상은 홀로 살 수 없어요. 그렇기에 ‘나만 아니면 돼!’가 지금 당장은 나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을지 몰라도, 결국엔 더 큰 어려움으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케이퍼블 아빠의 모습도 생각해보게 되요. 물론, 동네 사람들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고요. 아빠는 시종일관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식도 모두 흰색만 먹죠.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요. 이런 모습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습, 관습과 전통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어요. 바닷가에서 살면서도 예전부터 염소를 길러왔기에 염소를 기르는 것이 옳고, 낚시를 하는 것을 그르다는 생각을 갖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요? 그럼에도 이들은 그걸 몰라요. 전통과 관습에 파묻혀서 말이죠. 그런데, 이 모습, 어쩜 우리에게도 있지 않을까요?

 

아울러서 모두가 행하는 것, 모두가 내는 소리라고 해서 옳은 것은 아님도 생각하게 합니다. 케이퍼블이 염소를 팔고 낚시를 하려 할 때, 사람들은 그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죠. 모두가 한 목소리로요. 하지만, 그 때, 케이퍼블은 돌아가신 엄마가 하셨던 말을 떠올려요.

 

많은 사람들이 목청을 높여서 같은 이야기를 말한다고 해서,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니란다.(45쪽)

 

맞아요.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것이 꼭 맞는 말은 아니죠. 그런데, 우린 이런 실수를 종종 범하곤 하죠. 다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착각하곤 하거든요. 때론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때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위기에 처하게 된 두 집 사람들은 나중에는 케이퍼블에게 도움을 요청해요. 물론, 케이퍼블은 자신이 당했던 것을 생각하며 문을 꽝 닫아버리죠. 하지만, 케이퍼블의 마음은 전혀 통쾌하지 않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퍼블은 깨달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캄캄한 어둠 속 지붕 위에서 벌벌 떨고 있는데 혼자만 따뜻한 집에서 잘 차린 저녁을 먹는 게 그다지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70쪽)

 

케이퍼블의 시선은 이제 자신의 삶으로만 향하지 않아요. 밖으로 향하게 되죠. 그리곤 타인들의 아픔을 보게 되죠. 이렇게 동화는 우리의 시선이 향해야 할 방향을 가르쳐 줍니다. 어쩌면 개퍼들은 이 마을에 내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개퍼들을 통해, 마을은 이제 참 이웃을 갖게 되니까요. 개퍼들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게 되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순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니까요.

 

오늘 우리 삶 속에도 이런 개퍼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문제는 그 개퍼들을 저주로 만들어 더욱 세상을 어두움으로 몰아갈지, 아님 축복으로 만들어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지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프립 마을의 몹시 집요한 개퍼들』, 참 좋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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