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9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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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19번째 책은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다. 12번째 책인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에서의 백작부인 이름이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만 등장한다. 뤼팽의 첫사랑에 얽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이 뭔가 뤼팽을 향해 엄청난 복수극을 펼치는 내용을 상상했지만, 그런 내용은 아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백작부인은 등장하지 않지만, 12권 말미에서 벌어졌던 일이 이번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일의 한 단면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기에, 백작부인의 복수라 말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뤼팽은 라울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라울 다베르니란 이름이다. 이야기 속에서 라울이란 가명들을 여럿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에 등장하는 형사는 구소 형사반장인데, 구소 반장은 실제 능력보다는 과한 명성을 받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예심판사 루슬랭이 이야기 속에서 얽히게 되는데, 이 루슬랭은 통찰력 있는 수사 능력을 보이는 유능한 예심판사로 등장한다. 뤼팽과는 제법 긍정적 관계를 맺으며, 뤼팽의 수사 도움을 받는다. 또한 18권에서 빅토르 형사(뤼팽)과 경쟁관계에 있던 몰레몽 과장이 잠깐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의 복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특별한 내용을 제법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뤼팽의 아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이 ‘백작부인의 복수’의 내용이다. 뤼팽의 친 아들을 유괴하여 뤼팽을 능가할 도둑으로 키우는 것, 아니 살인자로 키워 뤼팽과 대적하게 하는 것. 과연 뤼팽의 아들은 이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누구일지 찾아보며 읽어보자. 또한 과연 뤼팽의 아들이 뤼팽과 대적하는 관계가 될지도.

 

아들이 처음으로 등장하기에 아들을 바라보는 뤼팽의 자세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들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를 보이는가 싶지만 여전히 이기적인 뤼팽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싶으면서도 아들을 향해 질투를 느끼기도 하는 그런 뤼팽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야기는 한 신사가 은행에서 많은 돈을 현금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뤼팽이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하고 신사를 쫓는다. 저렇게 큰돈을 가진 사람이라면 탈세하는 악당이라는 자기 멋대로의 생각을 품고, 그런 못된 녀석의 돈을 꿀꺽하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니라는 자기정당화와 함께. 아니, 그런 못된 돈을 훔쳐내어 사회에 재분배를 하겠다는 자기미화까지(실제로 뤼팽이 부의 재분배를 행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일정부분은 한다. 자신의 부하들을 세상 이곳저곳에서 평범한 모범시민으로 정착시키며 그 자금을 댄다는 측면에서.). 아무튼 이런 뤼팽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뤼팽은 라울이란 이름으로 신사가 사는 마을의 별장을 구입하고,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만 일이 꼬이고 만다. 돈을 훔치기보다는 그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된다. 모처럼 뤼팽이 온전한 도둑으로 돌아가는가 싶었는데, 이제 또 다시 탐정 노릇을 하게 된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뤼팽은 자신의 수고비는 알아서 두둑하게 챙기지만 말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특기할 내용은 뤼팽이 그리 뛰어나게 묘사되지 않다는 점이다. 소설을 시작하며 작가는 뤼팽의 말을 빌어 적은 서문에서 말한다. 뤼팽이 다소 과장되게 묘사된 점이 없지 않다고. 그렇기에 한계를 드러내겠다고,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일까? 이번 이야기 속에서 뤼팽은 언제나 뭔가 한 걸음 늦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뭔가 추론을 통해 사건을 훑어나가면서도 많은 경우는 우연에 의해 해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평소 뤼팽의 모습(사색과 추론)을 사건 속의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인 롤랑드 라는 여인이 감당하는 모습을 이야기 후반부에서 보여주기도 하며,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예심판사 롤랑드가 뤼팽의 모습을 대신하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깊은 생각과 추론, 이로 인한 결말을 도출하는 모습을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작가가 뤼팽의 절대적 모습을 희석시키고자 하는 노력이겠다.

 

이야기는 마지막순간까지 오리무중, 안개 속을 걷는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추리하기도 쉽지 않다.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단서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여 오리무중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아마도 작가는 이런 재미를 즐기는 것 같다.). 마지막 순간, 추론을 통한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는 부분들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이렇게 된 일이구나 알게 된다는 점에서 여타 작품들과 동일하다.

 

그러니, 굳이 추리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어떻게 사건이 전개되는지 따라가면 된다. 이야기 속에서 뤼팽이 하는 말처럼 말이다.

 

파란만장한 사건은 등장인물 스스로가 그 파란만장함을 풀어가게 놔두면 어둠이 걷히게 되는 법이죠.(50쪽)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파란만장한 사건, 오리무중의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작가가 이끄는 대로 읽는 재미, 역시 뤼팽 시리즈가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제 마지막 20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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