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자연 그림책
아라이 마키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타카하시 히데오 감수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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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우리 집 화단에 피었던 꽃들 가운데 하나는 민들레입니다. 물론 제가 심은 건 아니고, 스스로 민들레가 찾아와 자리를 잡은 거죠. 사실 화단 뿐 아니라, 마당 보도블록 사이사이에도 여럿 자리 잡았답니다. 누군가는 마당이 이게 무슨 꼴이냐며, 게으르다 책망할 수 있겠지만, 뽑지 않고 가만 놔뒀답니다. 물론, 어느 아이들은 너무 좁은 공간 탓에 작은 덩치로 버텨냈지만, 그래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리더라고요. 어쩌면 게으름 탓에 이런 예쁜 민들레를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 까요?

 

이제 벌써 하얀 갓털에 실린 씨앗들이 날아오른 지 제법 되었으니, 어딘가에 또 다시 자릴 잡고 내년 봄 우릴 행복하게 해주겠죠. 이런 민들레를 볼 때마다 참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경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어느 녀석은 시멘트 위에서도 힘겹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니 말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우리 곁에 찾아와 우릴 행복하게 해주는 민들레에 대한 그림책이 크레용하우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예쁜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의 일생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바람에 자신을 싣고 날아오른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그런 연약한 싹이 어떤 모습으로 겨울을 나게 되는지. 그리고 봄이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줘요.

작은 꽃봉오리가 민들레 안쪽에서 살며시 생기고,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모습. 꽃줄기가 자라고 봉오리 속에서 작은 꽃잎들이 생기는 모습. 꽃봉오리가 자라 오르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벌어져, 노란 꽃잎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 이 꽃잎이 피고 오므라들고를 반복하는 가운데 씨방이 자라고 씨방에 붙은 갓털이 점차 덥수룩해지는 모습. 씨방을 감싸고 있던 꽃받침이 펼쳐지며, 하나하나의 갓털이 피는 모습. 그리고 바람에 날아오르는 장면까지. 민들레의 일생을 어쩜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게다가 단면도를 통해 겉모습만이 아닌 민들레의 속내까지 살며시 보여줍니다. 민들레 꽃 전체의 모습뿐 아니라 수 백 개의 작은 꽃잎 하나하나, 그리고 씨앗까지 거시적인 접근과 미시적인 접근을 모두 아우르고 있답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이지만, 그럼에도 민들레에 대해선 이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도 예쁠뿐더러 내용 역시 꽉 찬 느낌입니다. 노란 민들레의 생명력이 내 안을 물들인 느낌이랄까요.

 

이 책을 통해, 민들레는 오전에만 꽃을 피우게 됨을 알았어요. 민들레를 보며, 저 녀석은 왜 환한 낮인데 꽃망울을 오므리고 있을까 의아해 했던 적이 있어요. 혹시 햇볕이 너무 강해서일까? 저 녀석은 그늘이 져서 오므린 걸까? 생각했더랬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민들레는 애초에 점심때가 되면 다시 오므라든다니 말이에요. 뿐 아니라, 꽃이 지게 되면 꽃대가 쳐지는 모습, 그리고 다시 씨앗이 영글면 꽃대가 반듯하게 세워지는 모습도 배웠어요.

 

이렇게 민들레 한 가지만을 살펴보면서 작은 생명이지만, 그 안에 생명의 신비가 가득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러한 생명의 신비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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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시
이상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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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규 작가의 신작 시집 『13월의 시』를 만났다. 제목이 독특하다. 「13월의 시」라니, 시인은 무엇을 노래하고 싶었던 걸까? 에티오피아에서 실제 사용하는 달력에는 13번째 달인 13월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에티오피에서 13월은 실제의 삶 속에 존재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13월은 결코 일상의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13월의 시’란 비일상의 시라 봐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인은 일상을 도외시한 시를 노래하려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시인은 비일상의 시간을 집어넣은 시집 『13월의 시』를 통해 일상을 노래하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시집과 동명의 시를 살펴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시전문지 13월 호에 실린 나의 시를 아무리 읽어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겠다. 시가 이데아라고? 구원이라고? 시가 그렇게 위대하다고? 시의 위의(威儀)라고? 한 때의 상처와 마주했던 언어라고? 아팠던 상흔의 기억이라고? 오랫동안 단어들에 익숙한 한 사람이 단어 옆에 단어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이었다. 오랫동안 시에 익숙한 사람이 시 옆에 시와 나란히 멍청하게 서성거리고 있었다. 값비싼 종이에 인쇄된 먹으로 깊이 눌러 찍어낸 내 시의 가려운 혓바닥, 13월의 시를 나는 찢어버린다.

 

그러자 그 자리엔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솟아났다. 영성의 땀방울이 찢어진 종이 잎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13월의 시> 전문

 

그렇다. 시인은 ‘13월의 시’를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푸르른 생명이 솟아오르고, 영성의 땀방울이 꿈틀댄다. 이렇게 찢어낸 시는 무엇인가? 그건 시인이 말하듯이 시인이 ‘아무리 읽어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 말할 그런 어려운 시다. 예전엔 시집 하나 손에 들고 다니던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는데, 요즘엔 시가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시가 난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과 같이 시대적 아픔이나 사회적 부조리를 노래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흔한 사랑시가 가득한 것 역시 가볍게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시가 자꾸 어려워지고, 시인의 세계에만 갇혀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때, 시를 찢어버리겠다 노래하는 시인의 용기, 그 시도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일상이 배제된 시, 13월의 시를 찢어버린 그 자리에 시인이 채우고자 하는 것은 시의 원시성이다.

 

시간이 끌어오는 변화는 / 태양의 기울기이다. /

이 시대의 / 태양은 너무 많이 기울어져 있다. /

텅 빈 세련된 문명이 곳곳에 늘려 있다. / 복원할 수 없이 기울어진 /

태양을 밀어내고 / 주술 같은 원시성을 채워 넣는다.

<글머리> 전문

 

그러니, 결국 시인이 노래하고자 하는 시의 원시성은 결국 일상의 노래가 아닐까? 그렇기에 시인은 손녀가 주는 행복, 잠시 다녀간 손녀의 여운을 그리워하며 노래하기도 하고, 아내의 된장찌개, 일상의 식사요청을 노래하기도 한다.

 

손녀 윤이의 웃음소리는 / 마이다스의 손이다 / 추석에 다녀가면서 /

떨궈놓은 웃음소리 / 베란다 창가에 자글거리며 내려앉는다

<마이다스의 손> 일부

 

아내가 끓이는 된장찌개 소리와 / 식사하라는 다정한 부름을 /

듣지 못하는 / 난, 청력 장애인

<청력 장애인> 일부

 

어쩌면 이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노래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원시성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일상 속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는 아내의 정성의 소리, 식사하라는 아내의 다정한 부름을 듣지 못하는 청력 장애인의 모습이 내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 속에서 행복을 찾고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어쩌면, 그 일상의 삶이 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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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0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25시처럼^^

중동이 2016-06-08 09:1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네요~
 
만점짜리 도시락 스콜라 창작 그림책 2
구스노키 시게노리 글, 이토 히데오 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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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소풍은 너무나도 설레는 날입니다. 아무리 아침잠이 많은 아이라 할지라도 깨우지 않아도 눈이 떠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날이죠. 그런 소풍에 기대되는 것은 바로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이 아닐까요?

 

나오 역시 그렇습니다. 특히, 나오네 엄마는 멋진 도시락을 싸주시기로 유명합니다. 반의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칭찬할 만큼 멋진 도시락을 말입니다. 이번 소풍에는 과연 엄마가 어떤 멋진 도시락을 싸주실까요?

 

그런데, 어쩌죠? 나오네 엄마가 아파요. 몸살이 난 걸까요? 나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 아침에는 꼭 멋진 도시락 싸주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많이 아프신 것 같거든요. 그럼 나오는 어떻게 하죠? 엄마의 멋진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는 걸까요?

 

구스노키 시게노리의 『만점짜리 도시락』은 이렇게 소풍에 싸간 나오의 도시락이 만점짜리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엄마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멋진 도시락을 싸주셔서 그럴까요? 아니면, 엄마가 아파서 아빠가 대신 싸주신 걸까요? 아닙니다. 나오가 소풍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입니다.

이 도시락은 그저 돈을 주고 산 도시락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멋진 도시락을 기대하던 나오 친구들도 깜짝 놀랄 그런 도시락이죠. 하지만, 이 도시락이 바로 ‘만점짜리 도시락’입니다. 엄마가 아프기에 그런 엄마가 힘들게 도시락을 싸지 않도록 나오가 아침 일찍 사왔으니까요. 이 도시락에는 바로 엄마를 걱정하는 나오의 마음, 나오의 사랑, 나오의 배려가 담겨 있거든요. 게다가 그동안 모든 동전을 모아 계산하는 나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답니다.

 

이처럼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네요. 뿐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함께 엄지 척!!! 내미는 반 친구들도 멋지고요. 짧은 그림동화이지만, 그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는 동화입니다. 뿐 아니라,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아닌, 아이의 그 마음을 다루고 있어 발상의 전환이란 생각도 드는 그런 동화네요. 정성껏 만든 도시락이 아닌,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이 어떻게 하여 ‘만점짜리 도시락’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의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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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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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어지는 소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권을 읽었다. 계속되는 ‘잘금 4인방’의 활약이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가랑 이선준은 조정의 2인자인 아버지와 내기를 하여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상과 결혼을 한다. 바로 대물 김윤식의 누이 김윤희와(사실 김윤희가 바로 대물이지만.). 그리고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대물이 곧 김윤희임을 밝혔다가 맞아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만큼 궁지에 몰린 선준. 이제 대물 김윤식의 정체를 알게 된 우상(『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좌상이었던 가랑의 아버지는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우상으로 한끝 발 내려간다.)은 김윤희에게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사직하라 협박을 한다.

 

또한 임금 정조 역시 대물 김윤식이 실상은 김윤식이 아닌 김윤희 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모른 척하며, 추후 우상을 잡을 수단으로 갈무리한다. 그리고는 ‘잘금 4인방’ 모두를 규장각 각신으로 임명하도록 하지만, 조정의 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에 이 반대를 물리치기 위한 수단으로 과한 신참례를 명하고, 이런 신참례를 통과하면 ‘잘금 4인방’ 모두를 규장각에 둬야 함을 말한다. 이렇게 하여 ‘신참례’를 치르게 되는 ‘잘금 4인방’의 활약이 1권에서 주를 이룬다.

 

‘신참례 ’와 함께 ‘잘금 4인방’을 힘겹게 하는 것은 ‘잘금 4인방’에게만 내려진 또 하나의 업무다. 임금은 ‘잘금 4인방’을 수많은 책으로 가득 찬 열고관으로 데려가 그곳의 책을 모두 쏟아 놓은 후, 이 모든 책을 읽고 초록을 마친 뒤 제자리에 꽂아야만 함을 말한다. 그것도 열고관이 단지 시작일 뿐인 그런 엄청난 일을 말이다. ‘성균관’에서 머리 터지게 공부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더 심하게 공부해야만 하는 ‘잘금 4인방’의 운명이 얄궂지만, 또 한 편으로는 웃음 짓게 한다. 과연 이 빡쎈 규장각 각신으로서의 시간들을 ‘잘금 4인방’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 이야기에서는 청벽서가 등장하였다. 과연 청벽서의 등장은 무엇을 노린 것일까? 그리고 이런 청벽서의 도발 앞에 ‘잘금 4인방’은 어떻게 반응해야만 하는 걸까? 특히 걸오를 노리는 듯한 이 도발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게 될까?

 

이런 내용들이 흥미진진할뿐더러, 이번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걸오가 장가를 간다. 그것도 14살 꼬마 아이에게. 이렇게 걸오의 장가가는 장면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들이 재미나다. 특히, 걸오의 어머니의 캐릭터가 웃음을 짓게 한다.

 

이처럼, 전편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전2권)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정조시대) 규장각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소설답게 이번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뿐 아니라 조선시대 성균관과 규장각에 대한 작가의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써나가기에 허무맹랑하면서도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다. 아울러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들면서도 그 안에 작가가 꿈꾸는 조선을 엿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왠지 의미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가랑 이선준이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백성들은 이런 냄새나는 거름을 뿌려 놓고 그 옆에서 밥을 먹습니다. 우리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먹어 둡시다. 오늘의 이 밥맛, 머지않아 떠올릴 날이 있을 겁니다.”

선준은 이렇게 말해 놓고 밥을 푹 퍼서 먹기 시작하였다. 구역질이 나지 않을 리가 없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였다. 그의 수저질은 재신과 윤희까지 밥을 먹게 하였고, 결국 용하도 ‘우웩!’을 연발하면서도 꾸역꾸역 먹게 만들었다.(325쪽)

 

백성의 힘겨움을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들이란 거짓이다. 오늘 얼마나 많은 거짓이 판치고 있는가? 또한 선준은 진정한 충성이란 임금을 향하기보다는 백성을 향하여야 함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멋진가!

 

선준은 이 장계에서 이 부분을 유심히 살펴 달라고 의견을 첨부하고 그 아래에 자신의 수결을 남겼다. 관원이라면 누구나 일심이라는 글자로 만든 수결을 자신이 처리하는 문서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남겼다. 일반적으로는 일심은 임금을 향한 충성을 뜻했지만, 선준에게는 백성을 위한 단 하나의 마음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수결을 새길 때마다 이 결정이 백성에게 부끄럽게 않은지를 되새겼다.(396쪽)

 

다소 가볍고 흥미위주의 내용인 듯싶지만, 소설은 이처럼 소름 돋는 감동적인 구절들이 많다. 작가가 꿈꾸는 나라는 이러한 진짜 지도자들이 세워지는 나라다. 백성들의 힘겨움과 눈물을 외면치 않는 진짜 지도자들, 진정한 충성은 백성들을 향한 것임을 아는 그러한 진짜 지도자들이 세워지는 조선을 이 땅에서 여전히 꿈꾸고 있다. 거짓 각신들이 판치는 나라가 아닌 진짜 조선을. 독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제 작가가 꿈꾸는 새로운 조선을 기대하며 2권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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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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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둘은 콤비 작가로 이미 10여 편의 베스트셀러를 공동 집필했다고 한다)의 신간 소설 『죽기 위해 산다』는 마치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이란 말을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첩보원(정식 첩보원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기도 하지만.)이기 때문이다. 시한부 인생이기에 목숨을 도외시 않고 달려들기에 오히려 임무를 잘 수행하게 되는 그런 모습, 정말 생즉사 사즉생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소설은 기드온 크루의 어린 시절(1988년, 12살)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아버지가 인질극을 벌이고 현장에서 사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 때의 사건부터. 국가기관의 연구원이었던 아버지가 국가를 배신하고 인질극을 벌이다 현장에서 사살 당하였다. 그리고 이 일은 기드온 일생에 낙인이 되어 삶을 힘겹게 만든다.

 

이제 소설은 8년을 건너뛴다. 어머니의 임종 직전 상황으로. 청년 기드온(20살, 1996년)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서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국가의 반역자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실상은 국가 첩보 프로그램의 오류를 잡아냈고, 이 문제를 보고하였지만, 상부에서 묵살함으로 26명의 비밀첩보원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 뿐 아니라, 이 모든 일을 기드온의 아버지에게 덮어 씌워 사살하였던 것. 어머니는 죽음 직전 이 사실을 밝히고 복수를 당부한다.

 

이제 복수를 위해 준비하던 세월을 건너 뛰어 소설은 현재 복수를 앞둔 주인공으로 넘어 온다. 그 동안 복수를 위해 착실히 대학에 다니고 박사가 되어 국가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기드온은 휴가를 내어 통쾌한 복수를 진행하게 된다. 이런 복수 장면이 참 통쾌할뿐더러, 기드온의 철두철미하며, 빼어난 능력이 돋보인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는데, 기드온에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기드온의 실력을 인정하며 비밀 첩보활동을 맡기려는 것. 기드온은 이제 정식 국가 기관은 아니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비밀 기관의 첩보원이 되어 임무를 실행해나간다. 이번 임무는 중국에서 망명하는 중국 과학자가 만든 비밀 무기 자료를 회수하는 것. 하지만, 과학자는 기드온의 눈앞에서 교통사고의 희생자가 되고, 이 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CIA 요원, 그리고 모두가 맞서길 두려워하는 엄청난 살인 병기 등과 얽히게 된다. 일개 과학자가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일개 과학자라고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드온의 감춰진 전직은 뛰어난 도둑이었으니 말이다. 미술관을 통째로 털었던 전력이 있는. 게다가 오랜 세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갈고 닦은 변장술이 큰 무기가 된다. 무엇보다 큰 무기는 기드온은 앞으로 1년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것. 수술도 할 수 없는 뇌혈관 이상으로 기드온은 주어진 시간 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다 어느 한 순간 죽게 될 운명. 죽음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야말로 기드온의 가장 큰 무기이다.

 

기드온은 분명 놈의 두려움을 감지했다. 놀랄 일은 아니다. 놈도 인간이라는 증거일 뿐. 반면 기드온 자신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여기가 막바지다. 이 굴뚝에서 살아 나갈 방법은 없다. 그게 뭐 어쩌란 말인가? 이러거나 저러거나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인데.

그 생각이 오히려 묘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노딩 크레인(절대 살인 병기인 사람)이 절대 알지 못하는 비밀무기를 손에 쥔 셈이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강격한 무기를.(397쪽)

 

그렇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야말로 가장 무서운 자다. 이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한부 인생’ 기드온 크루가 펼치는 첩보 활동이 재미나다. 긴박하게 진행되면서도 탄탄한 구성과 때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배경설명 등이 돋보인다. 마치 냉전 시대의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뭐니 뭐니 해도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죽음을 초월한 기드온의 자세가 아닐까?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 사실 이것이야말로 기드온이란 캐릭터에게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이 단점이 오히려 엄청난 저력으로 발휘되는 역설을 소설은 보여준다.

 

또한 세상을 뒤엎을 엄청난 무기, 세상을 정복할 만한 엄청난 무기의 실체를 알게 된 기드온이 그 무기를 처리하는 방식도 멋지다. CIA도 FBI도 어느 누구도 모르던 이 신무기란 다름 아닌 ‘실온 초전도체’였다. 이것이 실용화 되면, 세계에서 소실되는 전력량의 99%를 절감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 아니, 현재 전기 사용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면, 99배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엄청난 신 재료를 손에 넣는 자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없애길 원하는 석유 강국들도 있겠고. 과연 이 엄청난 재료를 손에 넣은 기드온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그 처리 방식을 보면, 기드온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것을 손에 넣으려는 세력도 있고, 자신들의 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것을 폐기하려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유익하게 할 이것을 무상으로 공개하려는 자들도 있다. 여러분이라면 이들 누구와 손을 잡겠는가? 기드온의 결정이 멋지고 감동스러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결정.

 

현 시대 극이면서도 마치 냉전 시대의 첩보물을 보는 것 같은 신나고 재미난 소설이다. 기드온의 또 다른 활약을 만나 볼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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