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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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는 야구가 운명이다. 엄마와 아빠가 야구장에서 만났고, 프로야구 개막전 날 결혼식을 올렸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야구장을 들락거렸다. 사직구장은 동구에겐 태교의 장소였다. 그런 동구는 이제 야구선수다. 구천초 5학년 야구부원. 이제 곧 6학년이 되어, 야구부 주장을 맡는다. 투수에 4번 타자 한동구. 구천초 야구부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다. 그럼 장래가 촉망받는 야구선수냐고? 아니다. 구천초 야구부는 사실 별 볼일 없는 야구부다. 항상 지기만 하는 야구부. 그런 야구부에 새로운 감독님이 부임하시고, 야구가 운명인 한동구가 주장을 맡았으니, 구천초 야구부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꼴찌 탈출에 성공하고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현 작가의 『플레이 볼』은 야구동화다. 그렇다고 단지 야구 경기 중계나, 경기 승패를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꼴찌인 구천초 야구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경기 중계도, 경기의 승패 결과도 이야기하게 된다(경기 중계 내용 가운데 작가의 실수가 발견되기도 하여 아쉬움을 남긴다. 6회말 5대 5 상황에서 볼넷으로 나간 주자가 도루에 성공하여 무사 2루가 되었다. 이 때 주인공이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때렸는데, 중견수에게 향한다. 아마도 중견수를 넘긴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주자는 주루 코치의 사인에 의해 2루로 달리지만 아깝게 아웃이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2루 주자는 당연히 홈에 들어 올 수 있다. 게다가 도루에 성공할 빠른 선수라면 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주자는 3루에 있다. 이 상황은 작가의 실수로 보인다. 1루 주자가 도루에 성공한 내용을 뺀다면 맞을 것 같다.). 이러한 야구 경기가 주는 스릴과 재미가 있다.

 

동화는 이런 재미를 넘어, 야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 앞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야구에 쏟는 관심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처를 안고 성장하는 동생 민구의 일탈과 그로 인한 갈등과 상처, 치유의 과정 역시 그려내고 있다.

 

새로 부임하신 감독님은 거듭 반복한다.

“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고가 되어야 한다.”

 

이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보여준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에 합당한 결과도 끌어내야 한다. 어쩌면 결과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다.

 

한편 그런 접근과는 상반된 접근도 있다. 승리하는 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패배하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야구는 패배에 익숙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경우, 3할이 넘으면 우수한 선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3할이라고 한다면 10번 중 3번 안타를 친 것이다. 그러니 7번은 실패했다는 말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패배에 잘 대처하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언제나 성공하는 인생이 되면 좋겠지만, 어찌 삶이 그리 녹녹하겠는가. 성공보다는 실패하고 좌절하고 넘어질 때가 더 많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실패 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동화 속 주인공 동구는 자신이 뛰어난 야구선수 재목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를 보게 되고, 그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한다. 자신에게는 천재적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된다. 뿐 더러, 날고 기는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중학교, 고등학교,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은 점차 줄어든다. 프로 선수가 되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 그러니, 어쩌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동구는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는다. 미래를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오늘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다짐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야구를 계속한 것을 후회하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야구를 그만둔다면, 그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182쪽)

엄마는 나더러 틀림없이 프로야구 선수가 될 거라고 한다. 아빠는 공연한 시간 낭비라며 지금이라도 야구부를 그만두라고 한다. 누가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래를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지금을 잃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였던 호아킨 안두하르는 야구에 대해 딱 한마디를 남겼다.

“알 길이 없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내게도, 야구에게도.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야구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를.(183-5쪽)

 

야구 동화를 통해, 작가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최선을 다할뿐더러 최선을 넘어 최고가 되려 애써야 한다. 인생엔 결국 결과를 무시할 수 없기에. 한편으로는 승리만이 아닌 실패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인생은 승리만 약속되어 있지 않기에. 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이란 ‘알 길이 없다.’ 무슨 일을 만나게 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렇기에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일,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길 촉구한다.

 

『플레이 볼』, 야구를 통해 배우는 인생, 그리고 감동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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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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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책 제목 모두 흥미를 끄는 소설을 만났다. 작가 우마루내의 『터키어 수강일지』란 소설이다. 우마루내란 이름이 왠지 외국작가 같다(처음 이 이름을 보며, 몽골작가인가 싶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한국작가다.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소설이다. 그러니, 이제 막 작가의 길을 걷는, 또는 걷고자 하는 신참 작가의 소설임을 감안하고 책을 읽는다면 좋겠다. 다소 산만하며 다소 미숙하여 느껴질지라도, 장차 대문호가 될 작가의 첫 작품을 만났다는 신선함과 설렘, 그 즐거움을 누리자.

 

주인공 ‘나’는 15세 소녀다. 다소 독특한 코드를 갖고 있는 소녀다. 왜 독특하냐고? 그 나이에 꽂힌 남자가 다름 아닌 낚시가게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낚시가게 아저씨의 펑퍼짐한 엉덩이에 빠졌다. 살짝 삐져나와 비치는 낡은 팬티에 설레는 소녀의 마음이라니. 이런 다소 독특한 소녀가 겪게 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설은 이야기한다.

 

주인공에게 또 하나 중요한 건 인터넷 카페 <존나 카와이한 그룹>이다. 카페 이름이 쪼까 거시기하다. ‘카와이’는 일본어로 귀엽다 사랑스럽다 작다 등의 의미란다. ‘존나’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 여러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존나’가 맞다.

 

여기서 잠깐! ‘존나’가 어떤 의미일까? 부정적 의미일까? 긍정적 의미일까? 아님, 아무런 의미 없는 추임새에 불과할까? 모두 맞다. 물론, 누군가는 청소년들이 입에 달고 있는 이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할 때는 ‘졸라’, 부정적으로 사용할 때는 ‘존나’가 된다고 말하기도 하더라만. 사실, 이 안에는 모든 뉘앙스가 다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존나 카와이한 그룹>에서 사용하는 ‘존나 카와이하다’, 줄여서 ‘존카’ 또는 JK는 이런 다양한 의미를 모두 아우른다. 카페 회원들은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어쩌면 작가는 이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청소년시기에 친구들과 함께 같은 곳에 속하길 원하는 욕망. 그리고 그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아무런 의미 없는 말, 특정 언어를 함께 공유하고 뱉음으로 함께 한 곳에 속해 있다는 안도감을 누리려는 몸부림. 이에 반하는 또 다른 욕구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하려는 갈망. 청소년 시기에 갖게 되는 이 두 감정 사이 갈등과 고민을 소설은 보여준다.

 

또래아이들과 어울리면서도 다소 색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주인공. 주인공은 어느 날 카페에서 자신의 고민을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에게 털어놓고 만다. 아뿔싸!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는 <존나 카와이한 그룹>에서 부정적 의미로 존카한 사람이다. 오지랖 넓게 낄 자리 안 낄 자리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사람. 왠지, 질척거린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 카페 내에서 암묵 중에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으니 이로 인해 또 다른 주인공의 고민이 시작된다.

 

결국 터키어 수강을 위해 간 ‘터키 문화원’에서 한스 요하힘 마르세유를 만나게 되고. 온라인상의 인물을 오프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주인공. 과연 그 앞에 펼쳐질 시간들은 좋은 의미에서 존나 카와이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우리 안에는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말하는 걸까? 다소 요상한 단어인 존나 카와이, 다소 익숙지 않은 언어 터키어를 등장시킴으로 소통의 다중성을 말하는 걸까? 남과 다른 생각, 열망에 대한 접근일까?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단지, 내일도 우리의 삶이 존나 카와이 하길 바랄뿐.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그럼, 소설은 어떤가? 물론 존카하다. 무슨 의미냐고? 그건 독자마다 각자 다를 것이다. 단지, 작가는 이제 막 첫발을 떼어놓은 것뿐임을 기억하자. 앞으로 찍히게 될 작가의 발걸음이 위대한 발걸음이 되길, 건필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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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단순하지만 강력한 글쓰기 원칙
박종인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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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사랑하는 우리 글벗님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읽은 책이 쌓여갈 수록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럼에도 읽은 책에 대한 짤막한 서평마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어느 때엔 이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어느 순간엔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하나 싶을 때도 적지 않다.

 

잘 쓴 글들을 읽다보면, ‘글이 참 달다.’며 감탄하고 행복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글을 난 언제쯤에나 쓸 수 있을까 싶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박종인 작가의 『기자의 글쓰기』가 찾아왔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글쓰기를 희망하며, 책장을 펼쳐본다. 저자는 24년 간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다. 글쓰기가 업이니만큼 어마무시한 스킬이 감춰져 있겠지 기대하며 읽어간다. 그리곤 뜨악!!!

 

정말 어마무시한 비결이 담겨 있다.

 

- 쉽게 써라.

- 짧게 써라.

- 팩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써라.

- 리듬을 살려라.

- 구성의 기본은 기승전결이다.

 

감히 말하지만, 이 정도가 다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의’, ‘것’을 쓰지 마라(글은 입말로 써라.). 아, 또 하나 있다. 필요 없는 글을 과감히 지워라. 정도일까? 특별한 비기가 감춰져 있지 않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엄청난 비급을 획득한 느낌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지만, 책은 금세 읽힌다. 이런저런 잡다한 내용들로 너저분하게 끌지 않고 깔끔하다. 저자가 자기 말 그대로 글쓰기를 했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물론, 책은 위에서 요약한 내용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량이 300페이지가 넘으니 얼마나 많은 내용을 품고 있겠는가. 당연하게도 위 요약 내용 역시 더 구체적으로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앞에서 말한 몇몇 비결들만 실제 글쓰기에 적용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힘이 되리라 싶다.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글쓰기 강의 내용이 쉽고 구체적일뿐더러 실제적인 글쓰기 예시문들을 많이 싣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조선일보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고품격 글쓰기와 사진 찍기’ 강좌에서 수강생들이 쓴 글들을 예시문으로 싣고 있다. 초고와 ‘신뢰할 수 있는 첫 번째 독자에게 보여주기’를 통해 수정된 완고가 함께 말이다. 그 뒤에는 이 글에 대한 분석과 총평까지. 이렇게 각 단락마다 실제 글쓰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원칙들이 적용됐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를 한눈에 발견할 수 있어 와 닿는다. 책 말미에는 새롭게 바뀐 표준어 내용들도 함께 싣고 있는 부분도 글쓰기에 도움이 되지 싶다.

 

『기자의 글쓰기』 이제 한 번 읽었을 뿐이지만, 어쩐지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생기는 걸 왜일까?

 

마지막으로 저자의 서문 일부를 적어본다.

 

장담컨대, 이 책을 순서대로 꼼꼼하게 한 번만 읽으면 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원칙만 알면, 그 두렵던 글이 만만하게 보인다. 그래서 두 번째 읽으면 글을 쓰게 된다. 글이 이렇게 쉬었어?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스르륵 컴퓨터를 켜고 원고지를 꺼내게 된다.

세 번은 필요 없다. 두 번째 독서에서 쳐놓은 밑줄만 다시 보면 된다. (...) 독서를 잘 한 사람이라면 네 번째는 이 책이 필요 없다. (...) 읽고, 체화하고, 팽개쳐라.(10쪽)

 

이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글쓰기 현장에서 체화함으로 이 책을 버릴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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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 읽기의 즐거움 24
임지형 지음, 지우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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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형 작가의 동화 『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는 대화함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려 본다.

 

사람과 삶이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그것은 내 생각을 잘 표현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었어요.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의미이니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 우린 대화하며 얼마나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반성하게 되는 동화다.

 

동화 속 주인공 재희는 말을 더듬는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더듬이’라 놀림을 받고, 이런 놀림으로 인해 점점 재희는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러던 재희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이상한 마을에 가게 된다.

 

그곳은 바로 ‘내 말만이’ 마을이다. 마을 이름만으로도 이곳이 어떤 마을일지 상상이 갈게다. 이 마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의 말만 할 뿐이다. 그러니,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의 고민이나 걱정을 아무리 서로 말해도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서 더듬이 재희는 상대의 말을 들어준다. 재희는 말을 더듬는 습관으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들을 줌으로 재희는 상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뿐 아니라, 재희가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재희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전설의 현자’가 나타나 지혜를 준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들어줌으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재희가 ‘내 말만이’ 마을에서 전설의 현자로 등극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들어줌이 얼마나 커다란 힘인지를 동화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대화는 주고받는 것이다. 요즘 우린 참 말을 잘 한다. 아는 것도 많으니 얼마나 말을 잘 하겠나? 하지만, 과연 얼마나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나? 가끔 어린이들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말들을 참 잘한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아무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주장만을 이야기하고 상대를 설득하려고만 한다. 이런 토론훈련이 과연 유익한 건지 항상 의문이 들게 된다.

 

말을 잘하는 것도 좋겠지만,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 이 동화는 어린이가 어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기대며 의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도 어른을 돌볼 수 있음을 말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기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도 가능함을 동화는 보여준다. 때론 부모도 어린 자식들에게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도 있음. 아이들의 조언이 힘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이 동화는 교훈동화라 할 수 있겠다. 대화에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 하지만, 교훈동화라고 해서 딱딱하진 않다. 재미있다. 스토리도 재미나지만(물론 예상 가능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언어 유희도 재미나다. 재희가 마을의 고민을 들어주던 큰입이를 만나러 계곡을 오르던 장면에서 그 계곡의 이름이 나온다. 바로 ‘올가다지치’계곡이다. 이 계곡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얼마나 가파르면 올라가다 지치게 마련일까. ‘올가다지치’^^ 괜스레 따라해 보며 웃게 된다. 우리의 삶은 ‘올가다지치’지 않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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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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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작가의 책을 두 번째 만나게 되었다(작가의 책은 여러 권이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도합 19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소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거나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왜곡되게 알고 있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고 간과하였던 이야기들 등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저자는 전해주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로 15년이나 감옥살이를 했지만, 끝내 독립운동가로 대접받지 못한 김시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김형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까지. 우리의 현대사 속에 묻혀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광화문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인 학자 덕분임을 알게 될 때 괜스레 부끄럽기도 하고 적국민의 공로이기에 여태 감춰져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서울시’가 ‘우남시’로 바뀔 뻔 했던 이야기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허망한 욕심들을 내세웠던 가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권력을 잡은 이들의 독제성향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음도 생각해보게 되고.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생각해보며 괜스레 답답한 심정이다. 또한 우리 역사 가운데 우리가 보은해야 마땅한 이들이 있음에도 외면한 그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이해타산이 감춰져 있음도 생각해보게 된다.

 

19가지 이야기들이 대체로 흥미롭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들에 대한 작가의 제언이었다. 그들의 희생 역시 일제의 폭력아래 행해진 피해였음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음이 부끄러웠다. 그렇구나. 이들 역시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원이 되어 일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 아니라, 강제 차출되어 일제의 힘에 의해 산화되어져 갔던 젊음들이었구나. 그것도 국가를 위한 희생도 아닌 적국을 위한 희생이니 말해 뭐하겠나. 그런데도 여전히 그 죽음은 누구에게도 애도되지 않고 안타깝게 여겨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먹먹하다.

 

인민군의 창설 배경에는 통일조국을 꿈꾸던 여운형의 지시가 감춰져 있음을 알고, 이런 방법으로도 조국을 사랑하고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러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동안 그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역사 지식 가운데 실상은 잘못된 것들이 제법 많구나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친일파 1호’ 김인승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는데, 이 이야기에 대해선 다소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자칫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모든 비난이 그에게 쏠림으로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수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비난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 말이다. ‘원조 친일’ 행각을 벌인 그에 대해 마땅히 우리가 알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그에게 비난이 몰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 친일을 행했으면서도 해방 후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며 국가재건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든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포, 동족을 향해 온갖 못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 죄에 대한 처벌은커녕 여전히 가진 자로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그 무엇으로도 흩어서는 안 되기에 말이다.

 

자칫 시간이 더 흘러간다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자료도 손실됨으로 역사 속에 묻힐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다시 한 번 꺼내 우리에게 알려주며, 관심을 갖게 하는 저자의 수고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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