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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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작가의 책을 두 번째 만나게 되었다(작가의 책은 여러 권이지만 개인적으로 두 번째 책이다.). 이번에 만난 책은 『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도합 19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소 역사 속에서 감춰져 있거나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왜곡되게 알고 있던 이야기들, 또는 우리가 가볍게 여기고 간과하였던 이야기들 등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저자는 전해주고 있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로 15년이나 감옥살이를 했지만, 끝내 독립운동가로 대접받지 못한 김시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김형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까지. 우리의 현대사 속에 묻혀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참 고마운 일이다.

 

광화문이 오늘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인 학자 덕분임을 알게 될 때 괜스레 부끄럽기도 하고 적국민의 공로이기에 여태 감춰져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서울시’가 ‘우남시’로 바뀔 뻔 했던 이야기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허망한 욕심들을 내세웠던 가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권력을 잡은 이들의 독제성향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음도 생각해보게 되고. 그들의 업적(?)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생각해보며 괜스레 답답한 심정이다. 또한 우리 역사 가운데 우리가 보은해야 마땅한 이들이 있음에도 외면한 그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이해타산이 감춰져 있음도 생각해보게 된다.

 

19가지 이야기들이 대체로 흥미롭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들에 대한 작가의 제언이었다. 그들의 희생 역시 일제의 폭력아래 행해진 피해였음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음이 부끄러웠다. 그렇구나. 이들 역시 대다수는 자발적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원이 되어 일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 아니라, 강제 차출되어 일제의 힘에 의해 산화되어져 갔던 젊음들이었구나. 그것도 국가를 위한 희생도 아닌 적국을 위한 희생이니 말해 뭐하겠나. 그런데도 여전히 그 죽음은 누구에게도 애도되지 않고 안타깝게 여겨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먹먹하다.

 

인민군의 창설 배경에는 통일조국을 꿈꾸던 여운형의 지시가 감춰져 있음을 알고, 이런 방법으로도 조국을 사랑하고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러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동안 그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역사 지식 가운데 실상은 잘못된 것들이 제법 많구나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친일파 1호’ 김인승에 대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는데, 이 이야기에 대해선 다소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자칫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모든 비난이 그에게 쏠림으로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수많은 이들에게 돌아갈 비난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 말이다. ‘원조 친일’ 행각을 벌인 그에 대해 마땅히 우리가 알아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친일파 1호’라는 타이틀로 인해 그에게 비난이 몰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 친일을 행했으면서도 해방 후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며 국가재건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든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동포, 동족을 향해 온갖 못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 죄에 대한 처벌은커녕 여전히 가진 자로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자들에 대한 역사의 심판은 그 무엇으로도 흩어서는 안 되기에 말이다.

 

자칫 시간이 더 흘러간다면 기억도 희미해지고, 자료도 손실됨으로 역사 속에 묻힐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다시 한 번 꺼내 우리에게 알려주며, 관심을 갖게 하는 저자의 수고함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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