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 읽기의 즐거움 24
임지형 지음, 지우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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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형 작가의 동화 『고민 들어 주는 큰입이』는 대화함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빌려 본다.

 

사람과 삶이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니 그것은 내 생각을 잘 표현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었어요.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의미이니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 우린 대화하며 얼마나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며 반성하게 되는 동화다.

 

동화 속 주인공 재희는 말을 더듬는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더듬이’라 놀림을 받고, 이런 놀림으로 인해 점점 재희는 더욱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러던 재희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이상한 마을에 가게 된다.

 

그곳은 바로 ‘내 말만이’ 마을이다. 마을 이름만으로도 이곳이 어떤 마을일지 상상이 갈게다. 이 마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다. 오직 자신들의 말만 할 뿐이다. 그러니,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의 고민이나 걱정을 아무리 서로 말해도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서 더듬이 재희는 상대의 말을 들어준다. 재희는 말을 더듬는 습관으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들을 줌으로 재희는 상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뿐 아니라, 재희가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재희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아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전설의 현자’가 나타나 지혜를 준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들어줌으로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재희가 ‘내 말만이’ 마을에서 전설의 현자로 등극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들어줌이 얼마나 커다란 힘인지를 동화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대화는 주고받는 것이다. 요즘 우린 참 말을 잘 한다. 아는 것도 많으니 얼마나 말을 잘 하겠나? 하지만, 과연 얼마나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나? 가끔 어린이들이 tv 프로그램에 나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말들을 참 잘한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아무도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주장만을 이야기하고 상대를 설득하려고만 한다. 이런 토론훈련이 과연 유익한 건지 항상 의문이 들게 된다.

 

말을 잘하는 것도 좋겠지만,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하나 이 동화는 어린이가 어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기대며 의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도 어른을 돌볼 수 있음을 말이다. 물론,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기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반대도 가능함을 동화는 보여준다. 때론 부모도 어린 자식들에게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도 있음. 아이들의 조언이 힘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다.

 

이 동화는 교훈동화라 할 수 있겠다. 대화에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한다. 하지만, 교훈동화라고 해서 딱딱하진 않다. 재미있다. 스토리도 재미나지만(물론 예상 가능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언어 유희도 재미나다. 재희가 마을의 고민을 들어주던 큰입이를 만나러 계곡을 오르던 장면에서 그 계곡의 이름이 나온다. 바로 ‘올가다지치’계곡이다. 이 계곡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얼마나 가파르면 올라가다 지치게 마련일까. ‘올가다지치’^^ 괜스레 따라해 보며 웃게 된다. 우리의 삶은 ‘올가다지치’지 않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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