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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후카미도리 노아키 란 이름의 일본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금번 아르테에서 번역 출간된 『전쟁터의 요리사들』란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일본에서 201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2016년 서점대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에 오른 전력이 있는 작품이라 한다. 아쉽게도 수상작이 아닌 후보작에 머문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굵직굵직한 문학상의 후보로 오른 것만 보더라도 소설의 작품성이 인정받고 있다 하겠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이라니? 전쟁에 대한 소설인가? 아님 요리책? 물론, 요리책은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럼 전쟁의 참극을 다루고 있는 전쟁 소설? 그런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에 올랐다니? 과연 정체가 뭐지? 싶다.
소설은 미국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2차 세계대전 참전기다. 그런데, 일본작가가 쓴 미국 청년의 전쟁이야기라니, 더욱 정체가 궁금해진다. 솔직히 소설을 읽어가면서도 여전히 그 정체는 궁금하지만 말이다.
때는 1944년 6월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군대에 지원한 티모시 콜은 훈련을 마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다. 그의 군장 안엔 요리사였던 할머니의 레시피 노트를 넣은 채 말이다. 그렇다. 티모시(팀, 소설 속에선 별명 키드로 불린다.)는 조리병이다. 조리병으로 전쟁의 한 가운데 뛰어든 키드, 그는 그곳에서 전쟁의 참극을 몸으로 체휼한다. 여기까지는 완전 전쟁 소설이다. 아울러 소설은 끊임없이 전쟁의 참극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 전장에서 키드는 몇몇 사건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건을 같은 조리병이자 키드의 단짝인 에드워드(에드) 그린버그와 함께 풀어나가게 된다. 여기에서 미스터리가 등장하게 된다.
먼저, 라이너스라는 병사가 무엇에 쓰려는지 쓸모없어진 낙하산을 모은다. 낙하산을 가져오는 대가로 술을 제공하는 라이너스. 라이너스가 낙하산을 모으는 이유는 뭘까? 키드와 마찬가지로 전장에 막 투입된 라이너스는 그 많은 술은 어디에서 난 것이며, 수많은 낙하산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그의 괴상한 행동에 군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낙하산을 모으는 라이너스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부터 추리는 시작된다.
그 후로도 맛없기만 한 분말 달걀 600상자가 사라진 사건, 네덜란드 전투 당시 민가의 부부가 자살한 사건, 전장에 나타난 유령들과 등 뒤를 공격당하는 병사들 사건, 스파이 죄로 붙잡힌 던힐을 탈출시키는 사건 등이 이어진다.
전장에서 벌어지는 추리 사건들이 묘한 느낌을 준다. 소설은 여전히 전쟁 소설의 분위기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반반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쟁이야말로 가장 큰 미스터리가 아닐까?
소설의 주인공은 티모시(키드)이지만, 실제 사건을 탐정처럼 추리하여 해결하는 이는 에드다. 마지막 사건만이 에드의 죽음 이후 키드가 해결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가장 재미났다. 재미났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소설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미스터리이지만, 더 큰 축은 전쟁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 주고, 전쟁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온갖 부끄럽고 추악한 인간상들이 드러나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아무튼 묘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엔 ‘이건 뭐지?’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엔 한동안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려운 잔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솔직히 전반부의 에피소드들을 읽어나가면서는 실망감이 없지 않았는데,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단순히 독특한 소설이 아닌, 특별한 소설을 읽은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게다가 여러 인간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고발하는 내용들은 깊은 울림을 주는 힘이 있는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