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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제법 많이 읽었음에도 여전히 읽을 또 다른 작품이 있다는 점이 좋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다작을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 아닐까?
아무튼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백은의 잭』을 읽었다. 먼저, 책 제목에 대한 소개를 책에 있는 그대로 옮겨 본다.
백은의 잭 : 은색의 설원을 뜻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장악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작품의 골자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책 제목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은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작가가 201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2011년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2016년 개정판). 이런 작품 발표 시기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품 스타일인 전통추리에서 벗어나, 사회파 추리소설의 느낌을 갖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어느 날 스키장에 협박 메일이 도착한다. 스키장 어딘가에 다량의 폭탄을 매설해 뒀다는 것. 스키장은 환경파괴의 주범이기에 환경파괴를 행한 그 일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협박범. 3천만 엔을 지시하는 데로 지불하지 않으면, 그리고 경찰에 알리면,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스키장과 모회사인 호텔 등의 중진들이 모여 협의한 결과 경찰에 알리지 않고 협박범의 지시에 따르기로 한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에 걸쳐 협박범은 돈을 요구하고, 그 때마다 안전한 장소를 알려준다. 또한 이 일이 고객들에게 알려질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염려하여 비밀에 부치고 사건해결을 진행해 나간다. 그런 가운데 관계자 가운데 스키장의 패트롤 팀 팀장인 네즈 쇼헤이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려 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스키장에 폭탄이 매설되어 있는 걸까?
여기에 더하여 1년 전 불운의 사고로 아내와 엄마를 잃은 부자(父子)의 스키장 방문에 더해진다. 당시 2명의 스노보더에 의해 사고를 당하고 범인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폭탄 협박 사건과 어떤 식으로 연관이 있는 걸까?
소설은 스토리의 전개가 긴박감이 넘치며, 궁금증을 시종일관 유지하게 만든다. 범인은 여전히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그런 탓에 독자의 입장에서 애먼 사람들만 의심하게 하고, 그런 의심이 또 다시 긴장감을 유발하며 소설을 끌어간다. 이처럼 소설 전개 자체가 주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사회파 소설답게(?) 몇몇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먼저, 기업을 운영하며,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핑계 아래 폭탄 매설과 폭발 위협 아래에서도 스키장 사용자들의 안전은 뒷전으로 생각하는 기업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수많은 사용자들이 즐기는 곳 아래 폭탄이 매설되어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는 자신들을 협박한다는 사실에 언짢아할 뿐이다.
또한 유령화 되어가는 시골마을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 속 스키장은 많은 슬로프를 보유한 거대한 스키장이다. 이들 수많은 슬로프 가운데 한 곳은 스키를 타고 내려가면 외딴 곳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곳에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든지 하는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회사가 잠정폐쇄한 구간이 있다. 때마침 그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회사는 잠정폐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그곳 마을은 모든 가게들이 잠정 폐업에 들어가고 마을은 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이런 유령화 되어가는 시골마을에 대해서도 소설은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까지. 사실,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는 스키장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언급하진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시작 자체가 바로 이런 스키장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진짜 범인들(소설 속의 협박범과 다른 진짜 범인들이 있다.)이 폭탄을 매설하고 파괴하려는 목적 역시 환경문제와 연관성이 있다. 진짜 문제는 돈이지만. 아무튼 이처럼 소설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생각게 한다.
각설하고, 소설은 재미나다.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러운 기업윤리에 대해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던지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이 아닌 만큼(초창기 작품 가운데는 조금 허술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작품 역시 없진 않다.)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