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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나라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9
박상률 지음, 한선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박상률 작가의 <슬구 먹구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인 『벌거숭이 나라』로 신비한 모험을 떠나봅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모두 옷을 벗고 사는 ‘벌거숭이 나라’로 신비한 여행을 하게 됩니다. 방학을 맞아 시골에 계신 멍구네 할아버지 댁으로 기차 여행을 떠난 슬구, 멍구 그리고 슬구 여동생 슬기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중 놀랍게도 하늘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서울역에서 파는 기차표 가운데는 십년에 딱 석 장, 하늘역으로 가는 기차표가 섞여 있대요. 그 기차표를 세 친구들이 받은 거랍니다. 와~ 이런 행운을 누리게 되다니 부럽네요. 그런데, 정말 부러워할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랍니다.
이렇게 떠나게 된 ‘벌거숭이 나라’, 이곳에선 모두 옷을 벗고 산답니다. 그런데, 모자만은 꼭 써야만 한 대요. 절대 모자를 벗으면 안 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나라의 또 다른 이상한 점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 못해요. 글도 쓸 줄 모르고요. 이들에겐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랍니다. 굳이 힘들게 입을 벌려 말을 하지 않아도, 최첨단 모자가 서로 필요한 의사소통을 저절로 하게 해주거든요.
이곳 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연스러움’이래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곳 나라에서 지내며 느끼게 되는 것은 이곳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는 거예요. 말할 필요가 없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좋은 것처럼 느껴져도 그렇지 않답니다. 사실은 말을 하지 못하게 된 거랍니다. 그리고 모자가 말을 필요 없게 만들어 줬다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모자는 신경조직을 통해 생각을 전달해 주지만, 이런 생각조차 그들 모르게 통제되고 있거든요. 그들은 모자를 통해 몇몇 정해진 생각만이 전달되는 거랍니다.
그러니 이 나라에서는 옷을 입으면 안 되는데, 모자만은 벗으면 안 된답니다. 모자를 벗으면 당장 제재를 받게 되거든요. 바로 모자야 말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옷을 벗은 극히 자연 상태의 모습으로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이들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말도 없고, 글도 없는 원시인과 다름없는 상태로 통제받고 살고 있는 나라, 벌거숭이 나라.
자연스러움을 말하지만, 몇몇 통치자(동화 속에선 성스러운 여자라고 불리는 여자들 몇몇)에 의해 통제되고, 조작되어지는 세상, 아무래도 ‘벌거숭이 나라’는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
벌거숭이 나라에서 나무는 거꾸로 있어요. 잎이 땅 속에 그리고 뿌리가 땅 위에 있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곳에서의 미인대회는 도리어 가장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의 사람을 미인으로 뽑는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은 작가의 엉뚱한 상상의 열매일 거예요. 그럼에도 어째 개성이 말살되고, 몇몇 통치자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받는 나라야말로 온통 거꾸로 되어 있음을 가리키는 장치는 아닐까 여겨지네요.
어쩌면, 옷을 벗고 있는 것 역시 개성의 말살이겠고요. 옷이란 것은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가장 보편적 수단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요즘의 만들어지는 획일적인 유행을 좇는 모습은 도리어 개성을 가리는 수단이 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통제가 가득한 ‘벌거숭이 나라’ 한 번쯤 모험의 여행을 하는 건 좋겠지만, 결코 살고 싶진 않은 나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