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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이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시리즈>라 불리는 『백은의 잭』(2010), 『질풍론도』(2013)를 잇는 또 하나의 <설산시리즈> 작품, 『눈보라 체이스』를 읽었다. 아직 『질풍론도』는 읽지 못했기에 비교할 순 없지만,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백은의 잭』에서와 비슷한 느낌 내지 비슷한 장면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노보드 마니아인 와키사카 다쓰미는 졸업을 앞둔 경제학부 4학년생이다. 이미 취업이 확정되었기에 가벼운 기분으로 스키장을 찾아 스노보드를 즐기고 돌아와 보니, 살인용의자가 되어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반려견 돌보미로 알바를 하던 집의 할아버지. 자신은 결백하지만, 증거들은 너무나도 불리하다. 이대로 있다간 살인자로 몰릴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다쓰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있음을 생각해 낸다. 이름도 모르는 여인이지만, 스키장을 찾았을 때, 활주금지구역에서 만나 사진을 찍어주며 잠깐의 시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놨던 여인. 그 여인을 만난다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다. 이에 다쓰미는 스노보드 동아리 친구인 나미카와(법학부 4학년)와 함께 ‘여신’의 홈그라운드라 들은바 있는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향한다. 과연 여신을 만나 무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한편 살인현장에 남겨진 지문으로 인해 유력한 살인용의자가 된 따쓰미를 추격하는 경찰이 있다. 고스기 형사와 후배 형사. 고스기 형사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관할 경찰서 소속 형사로서 경시청 형사들의 시선을 피해 먼저, 용의자를 잡아야만 한다. 자신이 확보한 용의자의 행선지를 경시청 형사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향하여.
이렇게 경찰의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해,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여신’을 찾는 대학생들. 그리고 경시청 형사들보다 먼저 살인용의자를 검거해야만 하는 고스기 형사. 이 둘 간의 쫓고 쫓기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눈보라 체이스』, 솔직히 조금은 실망이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뒷전이다(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아주 짧은 부분만이 추리소설다운(?) 느낌을 받게 할뿐이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이 꼭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시작부터 범인을 밝혀놓는 소설 역시 긴박감을 놓치지 않고 유지하는 작품들도 많다. 저자의 작품 가운데서도 그렇고. 하지만, 이 작품은 다소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작품이기에 기대하는 바는 더욱 긴박감이 느껴질 것 같은데, 정작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씌워진 살인용의를 벗기 위해 증인을 찾는 발버둥과 이들을 뒤쫓는 다소 어리숙한 형사들의 추격이 긴박감을 느끼기에 부족하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선 조금 긴박감을 갖게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사회파 추리소설이 갖는 어떤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나?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제법 읽었는데, 제일 실망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작품을 통해 기억에 남는 바는 있다. 바로 ‘꿈틀하기’. 소설 속 여관과 식당 여주인인 유키코가 말하는 ‘꿈틀하기’. 그리고 이에 꿈틀하게 되는 고스기 형사의 모습과 행동이 조금은 아쉬움을 달래 준다. 조직의 한계를 떠나 자신이 옳다 여기는 것을 붙잡고 행동하는 ‘꿈틀하기’가 소설 속에서도 고스기 형사를 깨어나게 하고, 범인을 검거하게 만든다. 나의 ‘꿈틀하기’는 뭘까 물어보게 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