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편의점 북멘토 가치동화 28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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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시리즈>, 이번엔 편의점입니다. 수상한 편의점이란 제목의 이번 동화는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있었던 폭설로 인해 공항이 마비되었던 상황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작가는 몇 년 전 3월에 있었던 폭설이라고 하는데, 20161월말이 아닐까 싶어요.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저희 가족도 당시 제주도에 다녀왔었답니다. 제가 돌아온 바로 다음날부터 폭설로 공항이 마비되었기에 더 관심을 갖고 뉴스를 보게 되었죠. 당시 제주에 도착한 날은 비가 왔었는데, 이 비가 눈으로 바뀌며 많은 눈이 내려, 숙소에서 하루를 보냈던 기억도 나고요.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며 잔뜩 들떠 있던 기억이 나고요. 하루만 늦었다면 저희 가족 역시 동화 속 주인공이 될 뻔했던 사건이었죠.

 

아무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수상한 편의점은 위기 상황 가운데 드러나게 되는 개인의 이기적 모습들, 언론의 본질을 상실한 행태들, 해당기관의 무능한 위기관리능력 등을 꼬집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화는 이런 사회 고발적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발적 내용 이상으로 위기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냅니다. 자신만 아는 꼰대 영감처럼 보이던 할아버지 역시 알고 보니 아름다운 인간미로 가득한 분이었습니다. 꼬마 아이들 역시 자신만 아는 아이들이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인격체들이었고요. 이처럼 위기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미야말로 동화의 보석 같은 반짝거림입니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마비되어 버린 공항, 그곳에 고립된 여행객들. 그 한 복판에 공항 편의점이 있습니다. 공항 편의점의 물건들은 모두 팔려나가 편의점의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하나 남은 빵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이 빵만은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 먹으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이 빵을 남이 가져갈까 전전긍긍하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죠. 우리의 주인공 소녀는 감기에 걸려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소년에게 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몰래 가져와 소년에게 건네주고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몰래 빵을 가져왔는데, 다음날 보니 빵이 진열대 위에 그대로 있는 겁니다. 소년에게 물어보니, 먹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다시 몰래 가져와 소년에게 줬는데, 또 다시 진열대 위에 놓인 빵.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혹 편의점에 유령이 살고 있는 걸까요? 아님,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빵을 많이 숨겨두고 이런 이상한 일을 벌이는 걸까요? 정말 수상한 편의점이네요. 이렇게 하나 남은 빵에 얽힌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며,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살맛나는 따스한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박현숙 작가의 장편동화 수상한 편의점, 작가의 <수상한 시리즈>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는 꼭 봐야 할 수작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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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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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첫 번째 연애소설이란 타이틀과 함께 출간된 연애의 행방, 이 책엔 어쩐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기대하는 바는 본격추리이건 사회파 소설이건, 아님 감동 소설이건 간에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연애소설이란 이 책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이와 같은 생각으로 그의 에세이집 역시 아직까진 읽지 않고 있다. 이참에 그의 추리소설만이 아니라 에세이집 역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연애의 행방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읽어보니, 진작 읽을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재미나다. 소설을 읽다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고. 연애소설이라 하지만, 글쎄, 연애소설 같은 미스터리, 미스터리 같은 연애소설이 아닐까 싶다.

 

마치 퍼즐 하나하나가 맞춰져가며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미스터리 소설처럼, 사랑의 퍼즐 하나하나가 맞춰져가며 사랑의 진상이 드러나게 된다. 고로, 이 책은 굳이 연애소설이라 분류하기보다는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소설을 빙자한 미스터리 소설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이야말로 미스터리를 빙자한 연애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작가의 <설산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하다(우리말로 번역된 순서로는 네 번째이지만, 일본에서 출간된 순서로는 3번째 책이란다.). <설산 시리즈>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익숙한 장소인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에서 사랑의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설산 시리즈>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7편의 이야기들은 각기 독자적인 단편이라 해도 무방하면서도, 모든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로 맞춰져 있다. 그러니 7편의 단편소설집으로 연작소설집이다. 이렇게 7편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로 맞춰지는 촘촘한 짜임새가 역시 미스터리 작가의 내공답다 싶다.

 

과연 연애의 행방이 어떻게 될까? 누가 누구의 짝이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사랑의 루저들인 히다와 모모미, 이 둘의 캐미가 사뭇 기대된다. 언제나 연애에 있어 패배자의 자리가 익숙한 안쓰러운 캐릭터 히다. 역시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만고의 진리가 여기에서도 통용된다. 너무나 답답한 모습에 이런 남자는 구제불능이라 싶은 그에게도 딱 맞는 상대가 찾아왔다. 바로 모모미(모모미 역시 사랑의 패배자다.). 이 둘의 가능성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둘의 캐미가 사실 간신히 짝을 이룬 짚신이란 느낌보다는 어쩐지 어떤 짝보다도 꿀 떨어지는 선남선녀의 만남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소설은 이 둘의 가능성으로 끝맺지만, 이 둘이 만들어갈 캐미가 상상되고 기대된다는 점은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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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예뻐졌다 - 아내와 함께 나누는 詩
김하인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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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인 작가는 소설가인줄만 알았다. 국화꽃 향기, 일곱 송이 수선화등 그의 소설들이 워낙 잘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초창기부터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니 조금은 의외였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의 소설 속 서정성이 시적 아름다움과 일맥상통한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김하인 작가의 아내가 예뻐졌다란 시집을 통해, 소설가 김하인이 아닌 시인 김하인을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렸다. 시집치곤 수록 시가 상당히 많아 2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시집. 그 안에 담긴 대부분의 시는 아내를 향한 노래들이다.

 

시인의 시들을 감상하는 가운데,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뭉클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괜스레 쑥스러워질 때도 있다. 때론, 내 부족함을 발견하며 자책해보기도 하고 말이다.

 

난 신혼 초엔 아내를 안해라 부르곤 했다. 이는 신혼 초 아내를 향한 다분히 아부성 짙은 발언이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나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안에 있는 해처럼 위하고 대접하며, 바라보겠다는 다짐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안해는 아내의 말을 외면하는 안 해!’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수록된 시들 가운데는 어머니를 향한 시, 일상 속에서의 단상들도 제법 되지만, 대다수는 아내를 향한 사모곡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시인의 유머가 담긴 시들도 있고, 시인의 나이 듦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시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아내를 향한 시인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어느 시들은 낯이 붉어질 만큼 민망한 고백들도 제법 되지만, 이런 고백을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 효과 역시 적지 않다. 나 역시 내 모든 시간이 아내를 향해 흐르길 소망한다. 언제나 함께 하기에 웬수와 같이 느껴지는 관계가 아닌 언제나 함께 하기에 더욱 서로에게서 그리움이 태어나는 관계이길 소망한다. 시인의 시들 가운데 몇몇 시들은 아내를 향한 내 다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내 삶의 내비게이션은 당신이다. / 내 마음도 몸도 너만을 향한다. / 내 기쁨과 즐거움은 반드시 저만을 향하고 / 네게만 도착한다. / 나는 내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에서 산다. / 그렇기에 공기도 나무도 풀도 꽃도 너만을 가리킨다. // 내 삶의 종착지는 너다.

<내비게이션> 전문

 

언제나 목적지가 상대인 관계, 참 멋스러우면서, 한편으론 당연하단 생각도 해본다. 언제나 내 종착지는 가족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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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엄마 풀빛 그림 아이 66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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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엄마란 제목의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잔잔하되 커다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 동화는 모든 엄마가 같진 않다고 말하며 시작합니다. 펭귄은 정성을 다해 알을 품어줍니다. 하지만, 타조는 알을 낳곤 거들떠보지도 않는대요. 펠리컨은 아낌없이 다 내어주고요. 그럼 악어는 어떨까요?

  

  

악어는 조금 다르대요. 악어는 새끼를 안아주지 않는대요. 살갑게 먹이를 먹여주지도 않아, 새끼 악어들은 자신이 직접 먹이를 잡아먹어야만 한대요. 수영하는 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지도 않고, 그냥 물속에 넣어 본능적으로 수영할 수 있게 하고요. 그럼 악어 엄마는 새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걸까요?

 

아니래요. 비록 살갑게 대하지 않는 것 같아도, 악어 엄마는 새끼들을 너무 사랑해요. 그래서 새끼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대요. 언제나 새끼들 주변에 머물면서 새끼들을 지켜본대요. 혹시라도 새끼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지켜보는 거죠.

 

그림 동화 속에서 새끼 악어와 악어 엄마 간에 이런 대화를 해요.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왜 우리를 꼭 껴안아 주지 않아요?”

너희가 다칠까 봐.”

그래도 너희에게서 한시도 눈을 뗀 적은 없단다.”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안아주고, 돌봐주며,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은 참 소중합니다. 그런데, 비록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이런 악어엄마와 같이 여전히 우리의 부모님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그 마음을 우리에게로 향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한동안 가슴이 차올랐답니다.

 

악어의 그림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나무껍질을 붙여 찍은 사진으로 악어의 딱딱하고 단단한 껍질의 느낌을 오롯이 느끼게 해줍니다. 펭귄, 타조, 펠리컨 등은 그림 위에 헝겊으로 붙임으로 부드러운 질감을 느끼게 해주고 말입니다.

   

 

이런 그림을 통해, 아이와 질감에 대해 독후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재질의 물건들을 만져보며 말입니다. 아울러, 그런 아이와 스킨십도 듬뿍 해줌으로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끼게 해주고 말입니다.

 

악어 엄마란 이 책은 그림책으로 추천하기에 충분한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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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왕
권재원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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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수집하는 건, 꼭 좋고 값비싼 것들만을 모으는 건 아닙니다. 남들이 볼 땐, ‘, 저런 걸 다 모으나?’싶은 것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는 게 수집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남들이 잘 모으지 않는 것들을 모으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여행지의 입장권입니다. 방문하는 곳마다 얻게 되는 입장권을 소중하게 간직하였다가 앨범에 하나하나 꽂아 두고 아이들과 다시 살펴보며 추억을 되새기곤 합니다.

 

이처럼 뭔가를 모으는 재미를 아는 아이들에 대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권재원 작가의 수집왕이란 책인데요. 과연 책속에서 어떤 수집왕 들을 만나게 될 까 기대감을 갖고 책을 펼쳐봅니다.

  

  

길지 않은 짧은 그림책이지만, 책을 통해 참 다양한 수집 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아이는 허물을 수집한답니다. 이 수집은 참 멋진 마음에서 시작되는 수집이기도 합니다. 박제는 생물을 죽여 수집하는 것이지만, 허물을 모으는 건 아무것도 죽이지 않고도 구할 수 있는 멋진 수집이라니, 참 멋집니다.

  

  

언젠가 찾아갔던 시골의 한 박물관. 그곳 모과나무 가지에 매미들이 벗어놓은 허물들이 잔뜩 달려있었답니다. 딸아이에게 보여주니 신기해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모습이 마치 멋진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던 것을 기억해보니, 이런 곤충들의 허물을 모으는 것 역시 멋진 수집이 되기에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죄수수첩을 수집하는 아이도 있는데요. 이 죄수 명단엔 주변 인물들이 가득하답니다. 자신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는 선생님도, 막 공부하라고 화내는 엄마도, 괴롭히는 아이도 모두 죄수카드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런 아이의 마음이 귀엽게 느껴지네요.

 

어쩌면 이런 수집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 아이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덕후가 된다는 건 능력자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멋진 수집 하나쯤 갖는 멋스러운 아이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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