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좋아하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첫 번째 연애소설이란 타이틀과 함께 출간된 『연애의 행방』, 이 책엔 어쩐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기대하는 바는 본격추리이건 사회파 소설이건, 아님 감동 소설이건 간에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연애소설이란 이 책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이와 같은 생각으로 그의 에세이집 역시 아직까진 읽지 않고 있다. 이참에 그의 추리소설만이 아니라 에세이집 역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연애의 행방』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가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읽어보니, 진작 읽을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재미나다. 소설을 읽다 낄낄거리며 웃기도 하고. 연애소설이라 하지만, 글쎄, 연애소설 같은 미스터리, 미스터리 같은 연애소설이 아닐까 싶다.
마치 퍼즐 하나하나가 맞춰져가며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미스터리 소설처럼, 사랑의 퍼즐 하나하나가 맞춰져가며 사랑의 진상이 드러나게 된다. 고로, 이 책은 굳이 연애소설이라 분류하기보다는 그냥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소설을 빙자한 미스터리 소설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이야말로 미스터리를 빙자한 연애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작가의 <설산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하다(우리말로 번역된 순서로는 네 번째이지만, 일본에서 출간된 순서로는 3번째 책이란다.). <설산 시리즈>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익숙한 장소인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에서 사랑의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설산 시리즈> 다른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7편의 이야기들은 각기 독자적인 단편이라 해도 무방하면서도, 모든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로 맞춰져 있다. 그러니 7편의 단편소설집으로 연작소설집이다. 이렇게 7편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서로 맞춰지는 촘촘한 짜임새가 역시 미스터리 작가의 내공답다 싶다.
과연 연애의 행방이 어떻게 될까? 누가 누구의 짝이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사랑의 루저들인 히다와 모모미, 이 둘의 캐미가 사뭇 기대된다. 언제나 연애에 있어 패배자의 자리가 익숙한 안쓰러운 캐릭터 히다. 역시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만고의 진리가 여기에서도 통용된다. 너무나 답답한 모습에 이런 남자는 구제불능이라 싶은 그에게도 딱 맞는 상대가 찾아왔다. 바로 모모미(모모미 역시 사랑의 패배자다.). 이 둘의 가능성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둘의 캐미가 사실 간신히 짝을 이룬 짚신이란 느낌보다는 어쩐지 어떤 짝보다도 꿀 떨어지는 선남선녀의 만남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소설은 이 둘의 가능성으로 끝맺지만, 이 둘이 만들어갈 캐미가 상상되고 기대된다는 점은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