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박각시다 - 나방 편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밤 곤충 관찰 여행 1
손윤한 글.사진 / 지성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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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생물 관찰, 이번엔 나방 편이 나왔습니다(개인적으로는 물속 생물 관찰 여행인 ! 물맴이다를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 거미다가 있습니다.). ! 박가시다란 제목의 책입니다.

 

나방이라고 하면, 흔히 징그러운 느낌, 불쾌한 느낌을 주는 존재로 여겨지곤 합니다. 이런 우리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건, 공포영화나 끔찍한 내용의 사건 전개에서 종종 이런 나방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이에 반해 환상적인 장면에는 나비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나방이 달려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피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나방들을 보며, 나방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얇아진 것 같아 좋습니다. 무엇보다 나방들이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흔히,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는데, 나방의 경우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이게 나방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만큼 나방은 나비에 비해 홀대받는 존재였던 겁니다.

 

하지만, 이 책 ! 박각시다를 읽으며, 나방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수정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나방의 종류들을 보며, 나방에 대해 알아가는 것 역시 나비들을 알아가는 것만큼 흥미롭고 재미남을 느꼈습니다.

 

날개에 태극무늬가 있는 신기한 나방들도 책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너무나도 예쁜 무늬를 가진 나방들을 보며, 이런 나방의 무늬를 의상에 넣는다면 정말 멋진 의상이 나오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또는 벽지에 나방의 무늬를 넣어도 좋을 그런 멋진 나방들도 만나게 되고요.

  

  

저희 집 담장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덩굴에 커다란 애벌레가 잎을 먹고 있던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과는 덩치부터 격이 달랐습니다.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 되는 커다란 크기의 애벌레. 게다가 이 녀석은 커다란 뿔이 있어 더욱 그 모습은 위압적이었습니다(사실, 전 그 뿔이 머리에 난 건줄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엉덩이에 난 것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바로 그 녀석은 박각시 애벌레였답니다. 책은 바로 이 녀석들 박각시부터 시작합니다. 여러 박각시의 종류들, 그리고 박각시 애벌레의 다양한 종류들을 사진을 통해 만나고, 설명을 함께 듣게 됩니다.

  

  

수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어 시각적으로 다양한 나방들을 알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꺼림칙하던 나방에 대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음이 이 책의 강점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나방을 보게 되면 피할 대상이 아닌, 관심을 갖고 관찰하게 될 대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됨이 이 책을 통한 가장 큰 수확입니다. 그만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생명들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되었으니, 이건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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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용이가 사라졌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9
윤숙희 지음, 에스더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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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이는 찌질이다. 친구들이 그렇게 부를뿐더러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 생선가게를 하는 억척스러운 엄마, 돈을 갖고 도망친 친구를 찾아 헤매는 아빠, 날마다 다투는 부모님으로 인해 지용은 모든 게 다 싫다.

  

  

그런 지용이 주변이 어느 순간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의 엄마 아닌 엄마는 고상한 엄마로 변했고, 아빠 역시 돈도 잘 버는 아빠로 변했다. 집은 왁자지껄 시끄러운 시장바닥이 아닌, 고급스러운 주택가의 이층집. 게다가 학교에서의 위치가 다르다. 찌질이 지용이가 아닌, 모든 면에서 1등만 하는 1등 용이로. 그런데, 잠깐 이름이 지용이가 아닌 용이다. 한지용이 아닌 한용. 그렇다. 지용이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왔다. 평행 우주론이 말하는 똑같되 똑같지 않은 또 다른 세상으로.

 

그곳에서 지용이는 용이가 되어 지내게 된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무엇보다 학교 내에서 리더십 강한 짱 중에 짱인 용이로. 모두가 지용(물론 용이인 줄 알고)의 눈치를 본다. 이런 용이의 삶이 지용은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정말 부러울까? 용이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렇게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용이가 사라져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자신과 같이 찌질한 인생이 아닌데 말이다. 용이가 되어 지내며, 지용은 용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실 용의 삶은 위태위태했던 것. 용이는 뭐든 척척 잘하고 부러울 게 없는 자신만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의 기대에 짓눌린 아이였다. ‘완벽한 아이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1등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조금만 눌러도 뻥하고 터질 수밖에 없던 위태로운 아이였던 것이다.

   

 

용이의 비밀 일기를 보며, 지용은 용이가 얼마나 힘겨워 했을지 알게 된다. 또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 용이의 버거움이 느껴져 안타까워하며, 그곳에 이렇게 써 넣는다.

 

용아, 넌 지금도 충분히 멋져. 힘내!”

 

오늘 우리 자녀들의 삶도 용이처럼 위태로운 삶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부모의 기대와 주변의 기대가 커다란 바윗덩이가 되어 아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숨통이 조여 오는 것 같은 부담감 속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하나 없이 홀로 끙끙 앓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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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 다가오는 어둠 2 - 깊은 밤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 다가오는 어둠 2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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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2부는 다가오는 어둠이란 제목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1부 마지막 장면의 대결전이후 남은 개들이 하나 되어 새로운 무리를 이룹니다. 늑대개 무리들, 줄에 묶인 개들, 미친 개 테러의 부하들, 사나운 개들인 애로우와 스톰, 이렇게 서로 다른 무리들이 하나 되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이 무리에 뭔가 어둠의 세력이 기회를 엿보는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이 1권부터 있었는데, 이번 2권인 깊은 밤역시 그렇습니다.

 

미지의 어둠의 세력이 새로운 무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무리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으려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스톰은 자신이 혹 그 어둠의 세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계속하여 품습니다. 잠을 자면 악몽을 꾸고 깨어날 땐 잠들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깨곤 하거든요. 그래서 혹 자신이 잠든 사이 뭔가 끔찍한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모두가 다 두려워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사나운 개니까 말입니다. ‘사나운 개의 난폭하고 폭력적인 본성을 자신의 이성으로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스톰은 품고 있습니다.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위스퍼의 죽음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무리의 두 번째 지도자인 배타 럭키는 이 일이 여우들의 짓으로 돌리지만, 스톰은 주변의 정황을 꼼꼼히 살핀 결과, 이 일은 외부에서 온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닌 무리 쪽에서 누군가 나와 죽였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 범인이 누구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자신이 그 범인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죠. 이런 이야기가 2권에서 계속됩니다.

 

어둠은 네 안에 있어, 스톰.”

 

게다가 누군가 또 다시 사냥한 먹이에 못된 짓을 해놨습니다. 상한 먹이를 섞어 놓은 겁니다. 이 일로 많은 동료들이 상한 먹이를 먹고 탈이 나 힘겨워합니다.

 

이처럼, 이번 이야기 역시 1권에서부터 계속되던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듭니다. 특히, 스톰은 자신의 사나운 개로서의 본능을 의심과 무리 속에 누군가 나쁜 개가 섞여 있다는 사실에 홀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이 계속됩니다. 이러한 의심에서 스톰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또한 무리 중에 있는 나쁜 개는 누구일까요? 아쉽지만, 이 진실을 알기 위해선 아무래도 3권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위스퍼의 죽음이라는 어둡고 슬픈 분위기에서 시작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알파 스위트가 새끼를 낳는 기쁨이 무리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죽음이 있으면 탄생이 있고, 소멸과 함께 생명의 역동함이 공존하고 있음을 소설을 보여줍니다.

 

죽음과 생명, 무리를 위협하는 미지의 세력, 그리고 본성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스톰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1부가 주로 럭키의 성장과 모험 등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스톰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언제나 럭키에게 의존하던 스톰은 이제는 스스로 자신의 뜻을 세워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적대관계에 있는 여우라 할지라도 무분별한 살상 또는 상해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새끼를 밴 어미 여우를 해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게다가, 여우들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음을 스톰은 알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스톰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소설을 읽어가며 만나게 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3권에서는 또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스톰이 얼마나 더 멋진 녀석으로 성장하게 될지. 무엇보다 어둠의 세력, 그 진실이 궁금해지고 말입니다. 3권의 출간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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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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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뷔작을 읽었다. 바로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몇 권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모두 연작 단편소설집이었다. 그런데, 데뷔작이 장편이라니, 조금은 의외라는 느낌도 없지 않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는 본격추리소설이다. 범인이 누구인가, 과연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 범인은 왜 범행을 저질러야만 했던 걸까,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몰아세운 트릭은 과연 어떤 것들인가 등을 밝히는 것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또 하나 이 소설이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큰 힘은 바로 주인공이 소설 속 용의자 영순위라는 점이다. 모든 상황은 주인공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영락없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는 다급함이 독자에게도 긴박감을 전해줌으로 추리소설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물론, 주인공 혼자의 힘으로는 사건해결은 쉽지 않는다. 여기에 주인공을 돕는 몇몇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이 조력자들의 활약도 믿음직하다(사실, 조력자들은 각기 혼자만으로는 그리 믿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합쳐질 때, 믿음직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주인공 류헤이는 몰락해 가는 도시 이카가와 시의 시립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별다른 삶의 야망 없이 작은 회사에 취직이 약속됨에 만족하며 적당히 살길 원하는 류헤이는 바로 이 일로 인해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쿨 한 척하려 하지만, 결국 술이 잔뜩 취해선 전 여자 친구를 악담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위험한 발언까지 쏟아버린 류헤이. 그는 선배 모로의 집에서 빌린 비디오로 영화를 감상하는데. 바로 이 날 류헤이는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선배와 함께 영화를 보고 모처럼 목욕탕이 있는 아파트에서 목욕을 즐기던 그 시간, 선배의 아파트 근처에 있던 전 여자 친구가 아파트에서 떨어진 사건이 벌어진다. 투신자살? 아니다.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살해된 상태에서 던져졌다. 그리곤 함께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샤워를 하러 간다던 선배 역시 샤워장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 충격에 그만 류헤이는 정신을 잃고 잠든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선배가 살해된 건 꿈이 아니다. 게다가 선배의 집은 완벽한 밀실 상태. 그 밀실 안에 있는 건 오직 자신. 그렇다면 누가 봐도 범인은 자신이다. 이에 겁이 난 류헤이는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도망친다. 그리곤 자신의 전 매형인 우카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카이는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자칭 추리소설 애호가(이렇게 우카이-류헤이 콤비 탐정이 탄생한다.). 과연 우카이는 밀실 사건을 밝혀낼 수 있을까? 게다가 전 여자 친구의 죽음마저 류헤이의 몫이 되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의 영원한 단골 소재 밀실사건을 다룬다. 이에 대해 내출혈 밀실설이란 소재도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찔린 상태에서 들어와 자신이 문을 잠그고 안에서 죽음을 맞는다는.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내출혈 밀실이 맞을까? 여기에 밖에서 기다란 창의 형태로 찔렀다는 창 밀실설도 등장하는 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밀실형 사건이 해결되기 위해선 또 하나, 알리바이 트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여기에 우연이 결합되어 필연을 낳는 사건의 진상까지. 게다가 범행의 동기 역시 반전의 맛이 있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 역시 데뷔작부터 만날 수 있다. 유머러스함과 함께 풀어나가는 밀실형 살인사건,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그 배후에 도사린 진실이 무엇인지 풀어나가는 과정이 재미나다. ‘우연이란 부분이 조금은 촘촘함을 해치긴 하지만, 그럼에도 밀실 사건에 감춰진 진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짜임새가 있다.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부터 시작되는 <아카가와 시 시리즈>의 또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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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진실 게임 아이스토리빌 35
전은지 지음, 송진욱 그림 / 밝은미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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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지 작가의 신작 동화, 끝나지 않은 진실 게임은 추리동화입니다. 범인으로 몰린 아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내기 위해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정말 동화가 보여주는 건 따로 있답니다.

 

먼저, 내용을 살짝 살펴볼까요?

  

  

주인공 ’(조민우)는 졸지에 소정이의 잃어버린 우산 도둑으로 몰리게 됩니다. 많은 친구들, 그리고 여러 정황에 대한 목격이 민우가 도둑일 수 있다고 몰아세우게 됩니다. 물론, 민우가 우산을 훔치는 장면은 누구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심할만한 상황에 대해선 많은 친구들이 목격했답니다. 아울러 민우의 가정 형편이 가난하다는 점도 민우를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데 한 몫 합니다. 이렇게 여러 상황적 증언들은 민우를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민우는 억울합니다. 정말 도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우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스스로 진범을 잡으려 합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을 유독 도둑으로 몰며 괴롭혔던 아이(승유)가 다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릴 상황이 되고, 이 상황 가운데 민우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입을 다뭅니다(민우는 이 친구가 그 사건의 범인이 아님을 압니다. 하지만, 일부러 침묵합니다.). 그러다 다른 상황에 대한 주변 의견까지 합쳐지며 승유는 결국 소정의 우산까지 훔친 도둑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제 아무도 민우를 우산도둑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진실이 밝혀진 걸까요? 승유 역시 범인은 아닌데 말입니다.

  

  

동화의 제목이 끝나지 않은 진실 게임입니다. 동화의 결말만으로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직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동화가 말하고 싶은 건 사실 이면에 놓은 진실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본 것, 우리가 귀로 들은 것,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사실들이 모두 다 진실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사실들이 진실을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될 수 있음을 동화는 이야기합니다.

 

동화 속 진실은 무엇일까요? 동화 스토리 자체는 여기에 대해 입을 다물지만, 동화가 끝나며 뒷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보여주는 두 페이지의 만화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결국 진실을 따로 있었던 겁니다.

 

동화는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실이라 고집할 때, 자칫 진짜 진실을 왜곡시키고, 도리어 누군가를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아세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모습이 이런 모습은 아닌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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