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용이가 사라졌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9
윤숙희 지음, 에스더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용이는 찌질이다. 친구들이 그렇게 부를뿐더러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 생선가게를 하는 억척스러운 엄마, 돈을 갖고 도망친 친구를 찾아 헤매는 아빠, 날마다 다투는 부모님으로 인해 지용은 모든 게 다 싫다.

  

  

그런 지용이 주변이 어느 순간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의 엄마 아닌 엄마는 고상한 엄마로 변했고, 아빠 역시 돈도 잘 버는 아빠로 변했다. 집은 왁자지껄 시끄러운 시장바닥이 아닌, 고급스러운 주택가의 이층집. 게다가 학교에서의 위치가 다르다. 찌질이 지용이가 아닌, 모든 면에서 1등만 하는 1등 용이로. 그런데, 잠깐 이름이 지용이가 아닌 용이다. 한지용이 아닌 한용. 그렇다. 지용이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왔다. 평행 우주론이 말하는 똑같되 똑같지 않은 또 다른 세상으로.

 

그곳에서 지용이는 용이가 되어 지내게 된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무엇보다 학교 내에서 리더십 강한 짱 중에 짱인 용이로. 모두가 지용(물론 용이인 줄 알고)의 눈치를 본다. 이런 용이의 삶이 지용은 부럽기만 하다.

  

  

하지만, 정말 부러울까? 용이는 과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렇게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용이가 사라져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자신과 같이 찌질한 인생이 아닌데 말이다. 용이가 되어 지내며, 지용은 용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실 용의 삶은 위태위태했던 것. 용이는 뭐든 척척 잘하고 부러울 게 없는 자신만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의 기대에 짓눌린 아이였다. ‘완벽한 아이라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1등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조금만 눌러도 뻥하고 터질 수밖에 없던 위태로운 아이였던 것이다.

   

 

용이의 비밀 일기를 보며, 지용은 용이가 얼마나 힘겨워 했을지 알게 된다. 또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 용이의 버거움이 느껴져 안타까워하며, 그곳에 이렇게 써 넣는다.

 

용아, 넌 지금도 충분히 멋져. 힘내!”

 

오늘 우리 자녀들의 삶도 용이처럼 위태로운 삶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부모의 기대와 주변의 기대가 커다란 바윗덩이가 되어 아이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숨통이 조여 오는 것 같은 부담감 속에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하나 없이 홀로 끙끙 앓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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