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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집의 살인 ㅣ 집의 살인 시리즈 3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몇 권 만난 적은 있지만, <집의 살인 시리즈>는 처음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집의 살인 시리즈> 마지막 작품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움직이는 집의 살인』이란 직품이다. 첫 문장이 이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나노는 죽었다.”
여기 시나노는 바로 <집의 살인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탐정이다. 그러니 <집의 살인 시리즈>를 이미 만난 독자들, 작품 속 탐정인 시나노 조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첫 문구가 너무나도 강렬하게 다가왔을 게다. 그런 의미에서 전작을 만나지 못한 나는 행운아일까? 아님 불행아일까? 시나노의 죽음이 그리 큰 충격이 아니었기에 행운일 수 있지만, 또 한편 작가의 의도대로 느낄 수 없었기 불행일지도. 그저, ‘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끝난다더니 탐정이 죽었구나. 그럼 이 책에선 어떤 활약을 볼 수 있는 거지?’ 싶었다. 그 뒤로 시나노의 활약을 보면서도 과연 어떻게 죽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역시 독자들을 속이기 위한 작가의 장치였으니. 어쩌면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이 시리즈의 마지막이긴 하지만 그것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일 아닐까? 코난 도일 역시 홈즈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홈즈를 다시 살려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한다면 탐정 시나노 조지는 완전 열려 있다. 탐정 시나노 조지의 운명 역시 결국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자, 어찌되었든 탐정 시나노 조지가 죽게 되는데, 이게 무슨 사연일까 쫓아가보자. 소설 속 시나노의 친구가 신문에서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그 사연을 쫓아가듯 말이다.
어느 날 시나노는 “마스터 스트로크”라는 별 볼일 없는 연극단 문을 두드린다. 마침 제작을 맡아 수고할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에 아르바이트를 해볼 겸 문을 두드린 것. 그렇게 시나노는 “마스터 스트로크” 극단의 <신은 예술가를 좋아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일에 함께 하게 된다.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금융까지 손을 뻗으며. 이렇게 서서히 극단에 녹아들어가는 사이 시나노는 이 공연이 극단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다. 이 공연은 추모공연이라는 것, 6년 전 리허설 중에 한 여배우(기요미)가 사고로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여배우의 아버지가 유명한 건축가로 이번 공연을 하게 되는 공연장 시어터 KI를 딸을 위해 건축했고, 이 연극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추모공연이라는 것 등을 알게 된다.
문제는 다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공연용 눈속임 칼이 진짜 칼로 뒤바뀐 것, 그렇게 상대배우가 칼에 찔렸지만 다행스럽게도 여배우의 공격이 얕아 치명상은 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이 매스컴을 타게 되고, 세간의 관심을 사면서 나머지 공연들은 대박을 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공연,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모든 대본을 쓴 작가이자 극중 음악가로 열연한 다키가와 요스케가 그만 상대 여배우가 찌른 칼에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이번에도 감쪽같이 칼이 뒤바뀐 것.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죽음을 당한 작가이자 배우인 다키는 다름 아닌 6년 전 리허설 도중 창에 찔려 죽은 여배우 기요미의 남자친구였다(6년 전 사건으로 인해 기요미의 아버지이자 건축가인 이자와는 다키가와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다키가와가 자신의 딸을 꼬여 연극판에 발을 딛게 만들고 결국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소설은 다키가와를 연극을 빌어 죽인 범인을 추리하게 된다. 아마추어 탐정들의 추리와 함께 모두를 의심의 눈으로 보는 과정이 말이다. 물론, 제일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은 딸의 죽음과 딸이 연극에 빠져들게 한 원인이 되는 다키를 미워함직한 건축가다. 바로 공연장이 움직이는 집이었다는 의심과 함께. 그런데, 정말 공연장은 움직이는 집이었을까? 범인은 정말 딸의 죽음을 원망하며 복수의 칼을 든 건축가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탐정 시나노의 운명은?
소설은 곳곳에 등장하는 가벼운 유머가 돋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싫어하는 독자들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공연 내용의 진행은 싸구려 유머가 가득하다. 이런 유머와 코드가 맞는 분들이라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게다. 예사롭게 넘길 수 있는 문장 속에 문득 문득 이런 싸구려 유머가 감춰져 있으니 주의해서 읽어보자.
또한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는 대목, 마치 본격추리소설에서 꼭 등장해야만 할 것 같은 대목 역시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왜 그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그런 장면은 본격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좋아할 법한 대목이다. 작가의 <집의 살인 시리즈> 전작 두 작품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