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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과 또 다른 유령 - 마음의 얼룩을 사진 찍을 수 있을까? ㅣ 미래그래픽노블 11
브레나 섬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1월
평점 :
요즘은 참 좋은 그래픽노블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출판사 밝은미래에서 출간되는 그래픽노블 시리즈 역시 참 좋습니다. 바로 <미래그래픽노블> 시리즈랍니다. 그 가운데 몇몇 권을 읽어봤는데, 다들 좋더라고요. 선한 메시지들도 가득하고요. 이번에 또 하나의 좋은 그래픽노블이 출간되었습니다. 『웬델과 또 다른 유령』이란 책이랍니다.
이 책은 전작이 있답니다. 『웬델』이란 책이랍니다. 전작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번 책을 읽는 데는 아무런 문제는 없답니다. 물론, 때때로 전작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마조리는 유령을 친구로 둔 소녀입니다. 아마 외톨이였던 것 같은데, 이젠 친구들이 있답니다. 물론 과연 그들이 진짜 친구인지는 모호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함께 어울려 다닐 무리가 생긴 것은 좋은데, 그 아이들의 질이 썩 좋진 않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이야기에서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엘리자가 등장합니다. 언제나 혼자인 아이, 한 학년을 유급한 아이, 날마다 유령을 찍겠다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괴짜 소녀랍니다.
그런 엘리자에게는 상처가 있습니다. 마음의 병이 있습니다. 자신이 유령이라 여기며, 아니 유령처럼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길 원합니다. 그 외로움, 그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유령을 찍으러 다니지만, 이 역시 엘리자의 빈자리를 메워주지 못한답니다. 과연 엘리자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질까요?
책 속에선 엘리자의 사진 찍기를 통해, 사진을 찍는 행위가 계속 언급됩니다. 사실 엘리자가 이처럼 사진 찍기에 매달리는 건 단지 유령을 찍고 싶어서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비밀과 슬픔이 누군가에게 드러나길 바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을 통해 감춰진 잠상이 드러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엘리자는 말합니다. 사진을 현상할 때, 숨어 있는 이미지인 잠상을 보이도록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은 빛과 약품 몇 가지, 그리고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고 말입니다. 엘리자는 이것들을 통해 감춰진 잠상인 유령을 찍으려 하죠. 하지만, 정말 찍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감춰진 슬픔입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 찍히길 바라는 것이겠죠. 물론, 이렇게 감춰진 슬픔은 엘리자 뿐 아닙니다. 주인공 마조리도, 그리고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힘겨워하는 마조리의 동생 오웬도, 그리고 아빠도 모두 슬픔을 감추고 있답니다.
이 슬픔들을 드러내기 위해선 사진 현상처럼 빛과 약품 몇 가지,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할 터입니다. 그 약품은 누군가를 향한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인내심 즉 끊임없는 쌍방 간의 노력 역시 필요하겠죠. 처음엔 서로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를 향해 다가갈 수 있다면. 그래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럼 사진을 드러내는 빛이 둘 사이에 환히 밝혀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미래그래픽노블> 『웬델과 또 다른 유령』 참 좋은 작품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