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장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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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데뷔작품이자 2017년 제27회 아유카와 데쓰야상을 수상한 시인장의 살인이란 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의 느낌이 그 표지에서부터 물씬 느껴진다. 어쩐지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가 진행될 것만 같다. 이런 기대감으로 소설을 펼쳐들었다.

 

역시 그렇다. 소설은 어느 대학 연극부의 합숙과 함께 시작된다. 연극부는 매년 선배 졸업생의 부모가 소유한 자담장이라는 커다란 산장으로 합숙을 떠난다. 올해 역시 그렇다. 대신 이번 합숙에는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들 역시 함께 참여하게 된다. 사정으로 인해 참가자가 줄어든 것을 메꾸기 위한 일명 땜빵으로 참여한 것이다. 신코의 홈즈라 불리는 아케치 교스케, 아케치의 조수격인 하무라 유즈루, 그리고 새롭게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인 된 소녀 탐정 겐자키 히루코, 이들 세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이들 애호회 회원들이 땜빵으로 그곳에 참여하게 된 것은 모종의 의도가 있다. 바로 그곳 자담장에서 작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조사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합숙이 어쩐지 사건을 기대하게 만든다(추리소설이니 말이다.). 그런데, 소설은 묘하게 흘러간다.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좀비가 등장한다. , 이 소설 본격추리소설이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하시는 독자들이라면 아직 실망할 필요 없다. 좀비조차 본격추리소설의 한 가지 재료가 되니 말이다.

 

어느 연구단체에 대한 지원이 끊기고 폐쇄되면서 그들은 테러를 계획하게 되고 마침 자담장 근처에서 열리던 록페스티벌이 바로 그 대상이 된다. 이렇게 시작된 좀비들로 인해 자담장은 완벽한 클로즈드 서클 장소가 되고, 그 안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둘러싼 좀비들로 인해 시체들의 건물, 시인장(屍人莊)이 되어 버린 그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왜 그런 범행을 저질러야만 했던 걸까?

 

좀비와 결합된 본격추리소설이란 점이 이 소설의 독특함이다. 좀비로 인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살인사건이 긴장감을 더해 주면서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좀비란 존재를 추리소설 속에 끌어 들였다는 점이 놀랍다. 본격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소설을 읽어가는 가운데 처음엔 웬 좀비?’ 했지만 어느새 오히려 좀비란 소재가 더 놀랍게도 추리소설의 맛을 더해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좀비란 존재는 단지 시인장을 만든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좀비는 더 나아가 범인의 범행에 사용되어진다. 그것도 그저 막무가내로 벌어지는 범죄가 아닌 치밀한 의도에 의해 통제되며 사용되어진다. 이런 의도를 파헤치는 추리의 과정 역시 재미나다.

 

또한 작가가 추리의 단서로 느껴지도록 던져 놓은 미끼들도 소설을 더욱 재미나게 만든다. 독자들에게 범인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실상은 속이려는 그런 정보가 말이다. 이런 줄다리기 역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 소설 속에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가 몇 차례 언급되는데, <관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은 나로선 너무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관 시리즈>와 같진 않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에 묘하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 마안갑의 살인역시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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