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럴 2 - 미드나잇스톤의 비밀 페럴 2
제이콥 그레이 지음, 정회성 옮김 / 사파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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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거기에 동물들을 동료처럼, 때론 부하들처럼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간혹 이런 능력이 무협소설 속에서 등장하곤 한다. 동물을 부릴 수 있는 무공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무공이 아닌, 선천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면 어떨까?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말이다. 바로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 『페럴』시리즈이다.

 

페럴은 동물과 대화하며, 동물을 친구로, 때론 부하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킨다(여러 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동물이 정해져 있다. 소설의 주인공 커는 까마귀 페럴이다.). 이 능력은 혈통을 통해 전해지는데, 부모 가운데 한 사람(때론 특정 성으로만 전해지기도 한다.)의 능력이 자녀에게 전해진다. 그 능력을 가진 부모가 죽으면 자녀가 이어받게 된다. 이들을 페럴이라 부르는데, 그 능력이 뛰어난 페럴들은 단지 자신의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그 동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1편 『까마귀와 말하는 소년』편에서는 8년 전 블랙스톤을 암흑으로 만들었던, 그리고 또 다시 부활하여 블랙스톤을 암흑의 세상으로 만들려 하는 거미 페럴 스피닝맨과 맞서 부모 없이 어린 시절 까마귀들의 돌봄을 받고 자란 까마귀 페럴 커가 블랙스톤을 구하는 활약상을 그려내고 있었다면, 이번 2편 『미드나잇스톤의 비밀』에서는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 파리 페럴과의 싸움을 그려내고 있다.

 

오랜 세월 많은 페럴들로부터 멸시받아왔던 파리 페럴의 한을 품은 신시아 대번포트는 블랙스톤을 정복하려는 야욕을 품는다. 그 일을 위해 미드나잇스톤을 얻으려하는데, 이는 오랜 세월 페럴들의 비밀이 담겨진 돌로 오직 까마귀 페럴들과 지렁이 페럴만이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커의 앞에 나타난 지렁이 페럴은 미드나잇스톤을 커에게 전해주고, 그 비밀을 엄마에게 듣지 못해 알지 못한 커 앞에 새로운 페럴들이 나타나 미드나잇스톤을 탈취하고자 한다. 과연 커는 파리 페럴과 맞서 미드나잇스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미드나잇스톤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이 『페럴』 시리즈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재미난 소설이다. 동물들과 대화를 한다는 설정, 그리고 각자 고유한 동물들을 가진 페럴들의 존재, 여기에 선한 페럴과 악한 페럴들 간의 싸움이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으로 금세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에 더하여 커와 동료들 간에 나누는 동료애와 우정 역시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1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페럴들의 등장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다(파리 페럴, 나방 페럴, 들쥐 페럴, 지렁이 페럴 등). 또한 커의 페럴로서의 능력이 향상되어져 가는 것도 관심을 끄는 내용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페럴이 등장하여 블랙스톤의 평화를 위협하게 될지, 또한 커와 동료들은 그런 악 앞에 어떻게 용감하게 맞서게 될지 기대된다.

 

주인공 커와 친구 리디아와의 대화 속에 다음 편에서도 여전히 만나게 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괜찮아?”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나쁜 마음을 가진 몇몇 사람만으로도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

“겨우 몇 사람이 도시를 구할 수도 있고 말이야.”(363-4쪽)

 

그렇다. 바로 여기에 판타지의 재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나쁜 마음을 가진 소수의 악당들에 의해 도시는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선한 영웅들의 활약에 우리가 환호하게 되는 것 말이다. 분명 다음 편에서도 악한 페럴들이 새롭게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도시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고. 하지만, 여전히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선한 페럴들의 연대가 있는 한 도시의 생명은 보존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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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새 옷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1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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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어린이인 펠레는 양을 돌보고 기르는 아이입니다. 펠레의 사랑을 받아서일까요? 양은 쑥쑥 잘 자랍니다. 그런데, 양뿐 아니라, 펠레 역시 쑥쑥 자라네요. 그래서 펠레의 옷이 작아져버렸고요. 이제 펠레는 자신의 새 옷을 장만하고자 합니다. 먼저 자신이 기르는 양의 털을 정성껏 깎아 할머니에게 가져가 양털을 손질해 줄 것을 부탁하네요. 물론, 그동안 펠레는 할머니의 밭에서 일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잘 손질되어 부풀어 오른 양털을 옆집 할머니에게 가져가 실로 뽑아 줄 것을 부탁합니다. 물론, 그동안 펠레는 옆집 할머니의 암소를 돌본답니다. 이렇게 해서 뽑아진 실을 다음엔 염색하기 위해 이웃 아저씨를 찾아가고, 염색한 실로 옷감을 만들기 위해 엄마에게, 그리고 드디어 만들어진 옷감을 재봉사 아저씨에게 가져가 재단해 줄 것을 부탁하네요. 물론, 언제나 펠레는 부탁한 분들의 일을 열심히 해드린답니다. 드디어 펠레는 멋진 새 옷을 입게 되었네요.

 

이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펠레의 모습이 요즘 아이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겠어요. 펠레는 새 옷을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새 옷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답니다. 그러한 펠레의 일하는 모습이 멋지고 심지어 거룩하게 느껴지네요. 요즘 아이들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저 요구하기만 하면 얻어지니, 과연 이런 펠레의 노동을 보람을 알까요? 그래서 이 책, 『펠레의 새 옷』은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동화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 염소 한 마리를 기른 적이 있어요. 매일 젖을 짜먹는 커다랗고 하얀 염소였는데,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염소를 풀밭으로, 그리고 집으로 데리고 다녔죠. 겨울엔 모아둔 건초를 먹이기도 하였고요. 그 염소가 커서 처음 새끼를 낳았을 때, 두 마리나 낳았어요. 이 가운데 한 마리를 아는 분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그분이 고맙다며 쌀 한 가마니를 저희 집에 주셨어요. 저희 부모님은 그 쌀은 제가 일하여 얻은 거라며, 쌀 한 가마니 가격을 저에게 주셨고요. 그리고 이 돈을 가지고 제가 사고 싶던 카메라를 샀던 기억이 나요(물론, 아버지께서 카메라를 내가 일한 돈으로 샀으니 플래시를 덤으로 사주셨고요.). 그러니 이 카메라는 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카메라였답니다. 어린 제가 수고하여 얻게 된 카메라였으니 말이에요. 벌써 3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물건이죠.

 

이처럼 자신이 수고한 몫으로 얻게 된 뭔가는 언제나 소중하죠. 특히, 어린 시절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펠레의 새 옷』은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수고함의 몫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너무 귀한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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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조르지아 베촐리 지음, 마시밀리아노 디 라우로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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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인 클로에는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아이에요.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이모가 가방을 사주려고 클로에를 데리고 가방 매장에 갔는데, 클로에는 스파이더맨 가방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클로에에게 이모는 그 가방은 남자아이들 것이라고 말하네요. 클로에는 여자아이라 그 가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매장의 아저씨 역시 그 가방은 남자아이 가방이라 말하고요. 혹시 오빠 것을 사러 왔느냐면서요. 하지만, 클로에는 스파이더맨 가방이 좋아요. 엄마 아빠 역시 클로에가 좋아하는 가방을 사길 원하고요(참, 멋진 부모님이죠?).

 

하지만, 스파이더맨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모두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네요. 그건 남자아이 가방이라고 말이죠. 클로에는 가방뿐 아니라, 축구를 하고 싶은데, 남자아이들이 축구는 남자들 운동이라며 끼워주지 않아요. 또한 남자아이들처럼 뾰족 머리를 하고 싶답니다. 과연 클로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방을 신나게 메고 다닐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동화는 우리 사회에 은연중 형성되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우린 여전히 수많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젖어 살곤 해요.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굳어 있어 변하지 않는 생각”이고,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라고 되어 있네요. 그러니 이들 모두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 생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굳은 마음, 굳은 생각, 바르지 않은 치우친 생각이네요.

 

이런 생각들이 예전엔 더욱 심했어요.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택시운전사들은 첫 손님으로 여자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심지어 안경 쓴 손님도 첫 손님으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참 웃기죠? 물론 지금은 이런 웃긴 생각들은 없어져서, 그래도 우리들의 생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클로에의 아빠는 클로에에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요. 그러자 클로에는 이렇게 말하네요. “나는 사랑, 행복, 평온이 있는 삶을 원해요.”

 

이런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물론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을 주변의 부정적 시선 없이 누릴 때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음에도, 많은 경우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누군가의 이런 권리를 빼앗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우리 안에 있는 많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벗겨져 나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런 일에 이런 동화들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참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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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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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무래도 메마른 감성 한쪽이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날 감성을 극대화시킬 책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침, 이렇게 비 내리는 날 ‘감성 시인’이라 불리는 이정하 시인의 시집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를 읽었다. 시집을 읽고 왜 시인을 가리켜 이 시대 최고의 ‘감성 시인’이라 서슴없이 말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시집은 시와 시로 못다 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로 못다 한 이야기’는 시인의 표현인데, 이 부분은 시에 대한 해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시를 잉태한 삶의 못자리에 대한 설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때론 짧은 에세이이기도 하고, 때론 이 부분 역시 또 하나의 시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두 가지, 시와 시로 못다 한 이야기를 함께 엮으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다시 스무 살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일까?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다시 스무 살의 나이, 그 뜨겁던 순간,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하였으며, 또 한 편으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아픔을 반복하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이정하 시인, 그의 시를 묵상하다보면 때론 젊은 시절의 철없던 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철부지의 서툰 사랑과 이별 그 상처와 아픔 등을 떠올리게도 된다. 뿐 아니라, 이제는 중년의 나이로 훌쩍 지나버린 오늘의 자리에서의 사랑도 떠올리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아내, 가족들을 향한 내 사랑이 과연 시인이 노래하는 것처럼 절절한지를 돌아보게도 된다.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멋지게 사랑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한다.

 

수많은 사랑의 시들로 시집은 가득하다. 그걸 일일이 언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런 글귀가 시인의 시들을 한 마디로 설명해주지 않나 싶다. “세상에 나 있는 수없이 많은 길 중에서 / 어느 한 길도 너를 향하지 않은 길은 없어” 와~ 참 멋진 말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내가 어디로 향하든, 내가 어디를 바라보든, 내가 어떤 감정에 쌓여 있든 여전히 향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이런 사랑이라면 그 결과를 떠나 이미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시인의 시와 해설 뿐 아니라, 모든 시와 해설에 함께 하고 있는 멋진 사진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한 마디로 눈 호강을 할 수 있어 좋다.

 

감성시인이라고 해서 시인은 사랑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삶 속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런 시들 가운데 몇 가지 옮겨본다.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 그래, 산다는 것은 /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 그 바람 속을 헤쳐 가는 것이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이 높이 나는지

< 바람 속을 걷는 법 > 일부

 

그래, 시인의 노래가 내 다짐이 되길 소망해본다. 비록 지금 내 삶에 바람이 불어 힘겹다 할지라도,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자. 그리고 헤쳐 나가자. 그 바람을 타고 높이 오를 때까지.

 

이런 시도 참 좋다.

 

내가 외로울 때 /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 그 작은 일에서부터 /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

새삼 느껴 보고 싶다. //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 전문

 

누군가 내밀어 주는 손을 통해 내가 위로받고 힘을 얻었듯이, 이젠 누군가 힘겨워 하는 이들을 향해 내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내민 손들로 인해 세상이 조금씩 따스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좋겠다. 여러모로 감성에 젖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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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해인, 이정하,용혜원 시인, 대중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시인이죠. 시인으로서 부럽습니다. *^^

중동이 2016-02-15 12:17   좋아요 0 | URL
부러우면 지는 거죠^^ 그치만 부러울만큼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오늘 하루, 낯설게
이힘찬 지음 / 경향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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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돈도, 시간도, 건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 남을 것은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 열정, 관심이다. 새로운 공간, 낯선 시간을 향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돈이 부족해도 떠날 수 있다. 여행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없는 시간 가운데 떠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굳이 여행에 대한 관심과 열정,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내고 돈을 마련하여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그저 마음과 관심만을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여행이 있다.

 

『오늘 하루, 낯설게』에서 작가는 여행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여행은 작가의 표현처럼 ‘작은 여행’이다. 작가가 말하는 ‘작은 여행’은 굳이 먼 곳만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으로 카메라 하나 들고 잠시 떠나는 여행을 말한다.

 

그래서 선유도공원, 하늘공원, 남산, 이화동, 서울 숲, 한강, 북촌 한옥마을, 고궁, 당산역 4번 출구, 항동 철길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자주 가서 글을 읽고 쓰는 카페도 하나의 여행 공간이 되며, 작가가 살고 있는 동네 역시 마음을 열고 들여다볼 때 하나의 멋진 여행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작가가 이런 공간들(자신의 주변에 있는 여행지)에 대한 여행정보를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을 걷을 카메라 앵글을 통해 바라본 풍경들, 그리고 그런 여정을 통해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그러니, 작가가 말하는 ‘작은 여행’은 우리의 일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며 사진으로 담아내고, 여기에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겠다. 이렇게 할 때, 평범한 일상은 특별한 여행의 순간 그 설렘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작은 여행’을 즐기고 누린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독자들 순서라고. 이제는 독자들의 일상이 여행이 되고, 삶이 여행이 되며, 그 안에서 추억을 발견하고, 쉼과 재충전의 시간들을 갖길 작가는 촉구한다. 이제 조금 다른 눈으로 내 일상의 공간을 바라봐야겠다. 그럴 때, 책 제목처럼 오늘 하루가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특별해 질 테니 말이다.

 

난 열 번씩 스무 번씩 갔던 곳에 다시 갈 때가 많았다. ... 처음 갔을 때는 넓게 트인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면, 다시 갔을 때에는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이 보였다. 세 번째 갔을 때는 도로 위에 멈춰선 자동차들이 보였고, 열 번째쯤 되어서야 그 길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관광이라면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관광이라면 늘 똑같을지라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이 작은 여행에서 마주하는 모든 세상은, 몇 번을 다시 마주해도 늘 새로운 이야기를 남긴다.(230-1쪽)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똑같은 일상에 불과하지만, 이런 우리네 일상을 조우하는 삶의 자세 삶의 시선이 바뀌게 될 때, 그 하루의 일상이 멋진 작은 여행이 될 것이다. 오늘 하루가 조금은 낯선 여행길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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