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조르지아 베촐리 지음, 마시밀리아노 디 라우로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여덟 살인 클로에는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 아이에요.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이모가 가방을 사주려고 클로에를 데리고 가방 매장에 갔는데, 클로에는 스파이더맨 가방을 갖고 싶다고 합니다. 그런 클로에에게 이모는 그 가방은 남자아이들 것이라고 말하네요. 클로에는 여자아이라 그 가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죠. 매장의 아저씨 역시 그 가방은 남자아이 가방이라 말하고요. 혹시 오빠 것을 사러 왔느냐면서요. 하지만, 클로에는 스파이더맨 가방이 좋아요. 엄마 아빠 역시 클로에가 좋아하는 가방을 사길 원하고요(참, 멋진 부모님이죠?).

 

하지만, 스파이더맨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모두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네요. 그건 남자아이 가방이라고 말이죠. 클로에는 가방뿐 아니라, 축구를 하고 싶은데, 남자아이들이 축구는 남자들 운동이라며 끼워주지 않아요. 또한 남자아이들처럼 뾰족 머리를 하고 싶답니다. 과연 클로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방을 신나게 메고 다닐 수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동화는 우리 사회에 은연중 형성되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우린 여전히 수많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젖어 살곤 해요.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굳어 있어 변하지 않는 생각”이고, 편견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라고 되어 있네요. 그러니 이들 모두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 생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굳은 마음, 굳은 생각, 바르지 않은 치우친 생각이네요.

 

이런 생각들이 예전엔 더욱 심했어요.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택시운전사들은 첫 손님으로 여자 손님을 받지 않으려고 했어요. 심지어 안경 쓴 손님도 첫 손님으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참 웃기죠? 물론 지금은 이런 웃긴 생각들은 없어져서, 그래도 우리들의 생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클로에의 아빠는 클로에에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요. 그러자 클로에는 이렇게 말하네요. “나는 사랑, 행복, 평온이 있는 삶을 원해요.”

 

이런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물론 그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을 주변의 부정적 시선 없이 누릴 때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권리가 있음에도, 많은 경우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누군가의 이런 권리를 빼앗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우리 안에 있는 많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벗겨져 나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런 일에 이런 동화들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참 좋은 동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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