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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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압제와 억압 아래 신음하던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우리의 역사 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면 어떨까? 실제 이런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면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의 흔적을 우린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치부해 버릴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런 위험한 소리들 때문에라도 역사의 창구는 반드시 단 하나여야 한다고 항변하는 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항일을 하였던 이들의 그 헌신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도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대체로 꿈과 이상을 좇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에겐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짙게 배어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공산주의라는 이상이나 이념과 김일성 일가가 만들어간 현실적 모습은 엄격히 다름에도 말이다.).

 

여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란 책에서는 이렇게 항일 운동에 젊음을 바쳤음에도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해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하였던 독립운동가들이지만,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서 감춰져버린 이들. 그렇다면 이들은 북녘 땅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여기 소개하는 19명 대부분이 북녘 땅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숙청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김일성 자신의 권좌에 위협이 될 만큼 정치적으로 자신을 앞선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며, 이들이 꿈꾸는 공산주의 이념은 김일성만의 권좌와 욕망,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지대한 업적들이 있음에도 남북 양쪽의 정치적 상관관계에 의해, 한반도 어디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참 안타까운 마음을 품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들 19인에 대해 무작정 찬양하지만은 않는다. 각 인물들에게 있어, 단점이나 그들의 한계, 그리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 그 부분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이들의 공은 비교할 수 없이 크기에 이 부분에 있어 정당한 평가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들 모두는 정치적 실패자들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꿈과 이상은 실패하였다. 만약 이들의 꿈과 이상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저 북녘 땅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아닐까? 물론,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는 접근이지만 말이다.

 

사실, 읽다보면 19명의 성품이나 특성, 그리고 그들의 항일 투쟁의 삶의 자리나 업적 등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다음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19명의 생, 그리고 그들의 공과(功過)가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찾게 해주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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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격 시작시인선 192
윤중목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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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등단한 시인이 그 첫 시집을 26년 만에 출간했다. 시인이 시인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걸까? 시인의 프로필을 보니, 아마도 시인은 관심분야도 많고, 또한 아는 것도,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도 많은 듯하다. 그랬기에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또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시집이 나왔으니, 시인도 무척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잉태하여 드디어 출산한 그 시들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인의 시를 접하게 된다. 첫 번째 시부터 시인의 시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첫 번째 시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밥격>이다.). 윤중목 시인의 시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뿐 아니라 시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시인만이 알 수 있는 시를 읊조리는 것도 아니다(솔직히 이런 시집을 제법 많이 접하며 얼마나 피곤하였던지, 휴~). 무엇보다 윤중목 시인의 시에는 삶이 있다. 그렇기에 생활자인 독자는 시인의 시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힘겨워 할 수 있다. 때론 시인이 고백하는 삶의 무게가 나의 것이 되기도 하며, 삶을 헤쳐 나가는 시인의 고뇌와 고민이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다.

 

많은 시들이 좋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적어본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세월이 제 몸 삭혀 길러낸 비바람 쏘이며/

껍질에는 두툴두툴 검붉은 딱지가 앉았고,/속심 고갱이는 옹골지게 꼭꼭 여물어갔다./

세월이 올려댄 잔가지며 잎새들 떨림 소리는/밤사이 끈적끈적한 수액으로 흘러내렸다.//

사각사각 세월에 긁힌 묵형의 흔적,/나이테 그 아스라한 동그라미 안으로/

나무는 꽁꽁 세월을 묶어 가뒀고,/갇힌 세월은 끝내 굵은 옹이로 박혔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오직 한자리에 붙박인 뿌리로/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디뎌 견뎠다.

< 나무 > 전문

 

왠지 우릴 길러내신 우리네 아버지의 비애가 느껴지며, 오늘 그 길을 답습하여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는 시다. 아울러 나무처럼 한자리에 붙박여서 묵묵히 세월을 이겨내야겠구나 하는 다짐도 해본다.

 

왜 이제야 시집을 출간하였는지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도 많은 시로 찾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시인이 외치듯이 이제는 그동안 시인을 갉아먹은 세월을 향해 반격하며 세월을 발라 먹게 되길 말이다. 아울러 우릴 갉아먹는 세월을 향한 우리의 반격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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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익히는 삼국사기 1 배우고 익히는 삼국사기 1
김영주 지음, 양소남 그림 / 파란하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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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삼국사기』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배우고 익히는 삼국사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두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유비, 관우, 조조 등은 많이들 알고 있으면서, 정작 우리 역사의 『삼국사기』 내용은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둘째는 이렇게 역사를 살펴보며, 그와 더불어 우리 언어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에 대한 실력을 높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각 이야기 속에 나오는 한자어를 알려주며, 이와 연관된 사자성어까지 알려줌으로 어린이들의 한자 실력, 국어 어휘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이렇게 『삼국사기』를 통해, 우리 역사 속에서 흔히 삼국시대라 불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들 삼국이 어떻게 세워지게 되었는지, 그 건국에 얽힌 이야기들을 배우게 됩니다. 아울러 이들 삼국이 주변 나라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가며 성장하게 되는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대단히 신비한 이야기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각 나라의 시조들의 탄생설화로부터 시작하여, 그 외에도 생각지 못한 신비한 이야기들이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안타까운 역사속의 이야기들도 만나게 되고요.

 

아쉬운 점은 주로 고구려의 역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삼국의 건국이야기는 모두 언급되고 있지만, 백제의 경우는 건국 이야기 외에는 하나도 언급되지 않으며, 신라는 몇 개의 이야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2권의 내용이 어떤지 살펴봐야 하겠지만, 너무 고구려의 역사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국시대 초기의 역사를 정말 쉽고 재미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보다 더 많이 알게 될 뿐더러, 여기에 더하여 한자어 실력까지 쑥쑥 커가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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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돌 - 함께 걸으며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스톤 워크 사람들 도토리숲 평화책 1
강제숙 지음, 오치근 그림 / 도토리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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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에는 ‘평화의 돌’이 있다고 합니다. 이 돌은 미국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테러 9.11의 아픔을 겪은 가족들이 모여 만든 ‘피스풀 투모로우즈(Peaceful Tomorrows)’라는 단체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움직임으로 1톤이나 되는 돌을 나무 수레에 싣고 ‘스톤 워크(Stone Walk)’라는 이름으로 함께 걷기 시작한 바로 그 돌입니다. 이 돌이 미국에서 평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미국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으로 넘어갑니다. 태평양전쟁의 출발이 어디에 있건,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림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거든요.

 

그렇기에 미국에서의 ‘스톤 워크’는 일본으로 이어집니다. 일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에 대한 사죄와 함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죠. 그렇게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히로시마까지 ‘스톤 워크’는 이어지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돌은 우리나라로 넘어왔습니다. 일본에 의해 우리 한반도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으니 말입니다.

 

이제 일본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사죄가 우리를 향한 거죠(이들뿐 아니라,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그 일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의 사죄가 기다려지네요.). 이렇게 이 돌은 한반도 남쪽 땅에서 평화의 걸음을 걷게 됩니다. 그 걸음을 다 마친 후,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 복지회관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이 돌은 베트남으로 넘어가 그 평화의 걸음을 계속하길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베트남전은 우리가 일으킨 전쟁은 아니지만, 우리 국군 역시 그곳에 참전하여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도 사실이거든요. 또한 그곳에 라이따이한이라는 커다란 상처를 남겨 놓기도 했고요(그렇다고 월남전에 참여하신 분들이 정죄의 대상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그분들 역시 어쩌면 피해자이니 말입니다.).

 

평화의 돌과 함께 걸었던 평화 운동가 돗 월슈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무거운 돌을 한 사람이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평화 운동도 같습니다. 여러 민족, 여러 나라 시민이 함께 손을 잡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맞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인다면, 이 땅에는 참 평화가 서서히 깃들지 않을까요? 그 움직임의 하나로서 이 ‘평화의 돌’이 경남 합천에 머물지 않고 계속하여 세계 곳곳을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물론, 이 돌 자체에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단지 무거운 돌덩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이 돌과 함께 평화를 향해 걷는 그 걸음들이 쌓여갈 때, 이 땅에는 평화가 자리 잡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평화를 향한 이 걸음이 계속되면 좋겠네요. 우리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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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많은 요리점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1
미야자와 겐지 / 담푸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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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병정 차림의 젊은 사냥꾼 둘은 사냥하기 위해 숲 속을 헤맵니다. 자신들의 재미를 충족시켜줄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거죠. 그러다 그만 길을 잃어버렸죠. 길을 잃고 배가 고픈 두 신사 앞에 멋진 식당이 떡하니 나타났답니다. <서양 요리점 산고양이네>란 팻말이 걸린 멋진 식당입니다. 배고픈 두 신사는 얼른 식당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식당엔 종업원은 보이지 않고, 계속하여 글자들만 쓰여 있고, 문들만이 계속하여 나오게 됩니다. 두 신사는 문들을 열고 또 열며 안으로 들어가죠. 물론 글자가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행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자신들에게 준비된 요리는 나오지 않네요. 과연 이곳에서 두 신사가 먹게 될 요리는 무엇일까요?

 

사실, 두 신사는 요리를 먹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누군가의 요리가 된답니다. 바로 산고양이에게 말이죠. 물론, 먹히진 않아요. 하지만, 자신들이 산짐승들의 요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두려웠겠어요? 너무 두려워 둘의 얼굴은 마치 종이 쓰레기처럼 구겨지고 맙니다. 그들이 무사히 도쿄로 돌아간 후에도 여전히 구겨졌던 얼굴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동화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생명의 존중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재미로 생명을 죽이는 동물은 인간뿐이랍니다. 바로 사냥이란 이름으로 오랜 역사 가운데 행해 왔죠. 물론, 생존을 위한 사냥마저 금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도 지구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재미를 충족하기 위해, 그리고 탐욕으로 인해 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는 지양해야만 하지 않을까요.

 

이야기 속의 두 신사는 다시 도시로 돌아갑니다. 일상으로 돌아간 거죠. 하지만, 여전히 구겨진 얼굴만은 펴지지 않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그 당시의 두려움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들이 범한 잘못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자연을 한번 파괴하면, 원상태로 쉬이 돌아오지 못하고 이처럼 구겨진 채 지내야만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님, 역지사지의 경험을 통해, 이들이 평생 생명을 빼앗는 일을 멀리하였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 신사들이 이제는 자신의 삶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들 신사들의 얼굴의 구겨짐은 언젠가는 생명 살림의 흔적이 되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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