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젠더는 규범이다

 3)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불온한 커넥션


버틀러는 <물질화되는 몸>에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와 정신분석의 남성성/여성성에 관한 논의를 분석하면서 남/여 이원론과 강제적 이성애의 이 긴밀한 공조를 짚어낸다. 플라톤이 코라에 관해 논한 대목은 물질성이 어떠한 것인지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론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여성은 물질, 남성은 정신'이고 여성은 남성을 위한 그릇(다 담아주고 포용하고 수용하는)으로서만 존재한다는 젠더 편견을 진리인 양 포장한 것이었다. (...) 남성 중심적 이론들은 이 관점을 계승해왔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에서 성별이란 처벌의 위협 하에 수취될 수 있는 상징적 위치인데, 이때 남자들에게 가장 큰 처벌의 위협은 거세 위협으로 나타난다. 여자는 자를 페니스가 없으므로 처벌에서 자유로워야 할 텐데도 거세를 둘러싼 이 남성 중심적 서사에서 여자는 이미 처벌당한 존재로 여겨진다. 기분 나쁘게도 남자를 위해 여자는 '쟤처럼 되면 안 된다'의 그 '쟤' 역할을 맡는다. (...) 그다음엔 항상 남성이 삽입하는 위치에 있고 여성이 삽입 당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깨는 존재들인 '여성화된 호모femminized fag'와 '남근화된 부치phallusized butch'가 두 번째 처벌의 형상으로 내세워진다. (...) 결국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화된 위치는,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위협 하에 강제되는 이성애적 매트릭스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커넥션은 반드시 '섹스와 젠더는 같고, 동일시는 같은 성에게, 욕망은 다른 성에게'라는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규칙만이 옳고 이 규칙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병리적이라는 주장이 정신분석을 포함한 온갖 이론을 통해 전파되어왔다.   - 170, 171쪽


 그 '쟤' 역할.. 남성 중심 서사를 읽을 때 묘하게 불쾌한 기분을 이 한 줄로 표현해줬다 ㅋㅋ 

 오늘은 바빠서 10쪽 읽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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