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젠더론 안 사요: 트랜스멍멍이의 논리


 2) 나(시스젠더)만이 주체가 될 수 있다


   시스젠더 이성애자인 나로서는 내가 그러한 권력적 지위에서 세상을 바라봐 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남/여 이분법적 위치에 맞춰 섹스와 젠더를 일치시키는 데 실패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짜'나 정신병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태도는 오직 시스젠더만이 모든 것을 다 알고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과 권한을 가진 주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 이와 같은 믿음은 주체를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모든 것을 다 알고서 선택하고 판단하는 존재로 상정하는 근대적 통념을 따르고 있는데, 이런 식의 주체 개념을 주디스 버틀러는 '의지주의적 주체voluntarist subjent'라고 부른다.                - 143쪽


  2장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살펴본다. 

  

  그 책(<젠더 트러블>)에서 버틀러는 '이성애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는 사실상 구성된 것이다'를 입증함으로써 퀴어들이 존재할 자리를 이론적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젠더가 구성되었다'는 주장은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


 ① 젠더가 구성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생략)

 ② 젠더가 구성되는 거면 섹스는? 젠더와 섹스의 관계는? 젠더가 구성되어도 '생물학적 여성'과 '생물학적 남성' 자      체는 변치 않고 남아있는가?

 ③ 만약 우리가 젠더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젠더가 우리를 결정하는 거라면 사람의 행위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        나?     - 147쪽 


 예전에는 생물학적 성은 섹스, 사회적 성은 젠더, 음 그렇군! 밑줄 쫙쫙. 하고 별 의문없이 넘겼는데, 위 질문들을 보고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골치가 좀 아파진다... 



2. 젠더는 규범이다

 

 1) 생물학적 성별?(X) 성별 이원론 체계로서의 젠더(O)


보부아르의 명제, "사람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에 대해 버틀러는 되묻는다. '처음부터 여성이 아니었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여성이 될 수 있는 건데?'  - 149쪽

  그러니까, 섹스로서의 여성(female)은 언제나 젠더로서의 여성(woman)이, 섹스로서의 남성(male)은 젠더로서의 남성(man)이 되는 것이 섹스와 젠더를 구분하는 것의 전부에 불과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male이 woman으로, female이 man으로 연결되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속하는 존재들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가능한가? 


female, male이 생물학적인 성별이고 woman, man은 사회적인 구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결국엔 female은 반드시 woman이 되고 male은 무슨 일이 있어도 man이 되어야 한다면, 사람의 몸은 항상 이미 젠더화된 몸이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이 사회가 '진짜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남성/여성의 몸은 정말로 반박 불가능하고 자연스럽고 중립적인 물질이 아니라 남/여라는 단 두개의 항으로 이뤄진 젠더 이원론인 것이다.  - 149쪽 


 인간은 태어나면서 주로 의사에 의하여 호명되는 성별, 즉 지정성별을 갖게 되는데, 이때 이미 젠더화 된다. 즉 "신생아를 둘러싼 사람들은 이 호명이 신생아의 '진짜' 섹스, 즉 타고난 몸의 물질성을 '그대로' 기술하는 것뿐이라고 믿지만, 버틀러는 이 호명의 순간에 인간의 몸이 항상 이미 젠더화된 몸으로 산출된다고 본다."(150쪽) 몸이 나타내는 성별에 대해 사람들은 이분법을 의심없이 받아들이지만 사실 생물학적 성별이라는 것도 분명하지 않다(인터섹스들의 존재가 이를 증명한다).  


 생물학적 성별의 결정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고 하는데, 오랫동안 성호르몬이 생물학적 성별을 결정한다고 믿었으나 두 호르몬 모두 모든 몸에서 생성된다는 것이 진작에 밝혀졌고, 그 다음에 성염색체가 핵심 요소로 등장했으나 그 연구에 있어서도 성차별적 편견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문제점이 비판되어 왔으며 성별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생물학적 기준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153,154쪽). 


이런 논의들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젠더가 섹스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젠더가 우리의 몸을 규정하고 해석하고 재현하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주류 사회가 진짜 성별이라고 믿는 것은 남/여 이원론으로서의 젠더일 뿐이고, 그런 점에서 섹스는 항상 이미 젠더이다.  -155쪽 


 인터섹스 아이들에 대한 성기 수술 이야기는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에도 나온다. 브루스는 생후 7개월경 포경수술을 받았다가 의사의 실수로 음경이 거의 다 타 버린다..(컥) 그의 부모는 존 머니 박사의 설득으로 브루스를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고 이름도 브렌다로 바꾼다.. (컥) 그러나 청소년기에 브렌다는 여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을 겪었고, 다시 수술을 받아 데이비드라는 이름의 남성이 된다..(컥) 그는 남성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잠시 행복을 누리지만 결국 여러가지 문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ㅜㅜ (이 책 전자책 기준 99/191쪽에 나오는 내용) 








 이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데이비드 라이머 이야기를 다룬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를 읽고자 찾아봤었으나 절판이다. 

 정말이지 부모가 또는 의사가 아이의 성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요상한 믿음에 의하여 희생당한 대표적 케이스 같다. 애초에 음경을 태워버린 의사는 뭐야.. 아 진짜 너무 안됐다ㅜㅜ 












그러므로 우리가 '섹스', '생물학적 성별'이라고 알고 있는 남/여 범주는 처음부터 규범적이다. 버틀러는 이 섹스 범주가 푸코 식으로 표현하자면 '규제적 이상'이라고 말한다. 왜 규제적 이상인가?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이 거기 도달하길 원하고 노력하게끔 유도하는 '이상'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모두가 바라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규제'하기 때문이다. '섹스'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젠더 이원론 규범 체계를 통해 물질화된 인식론적 범주이다.  - 160,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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