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난폭한 독서 -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
금정연 지음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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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당시에는 <금정연의 요설>이라는 제목이었다는데, 요설이란 단어가 딱인 것 같다. 엄청 수다스러운 느낌.. 근데 그 수다 잘 들어보면 지식의 깊이가 상당한 것. 이 정도 수준의 작품과 해설을 이렇게 접근이 쉽도록 풀어낸다는 점이 놀랍다.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에 관한 장은 좀 지나친 면이 있어 읽기가 힘들었으나.. 나머지는 재미있게 읽었다.
금정연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서평가라는 직업으로 산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사이먼 크리츨리는 개인주의individualism가 아닌분인分人주의 dividualism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자아를 형성하는 것은 우리를 그 자신에게서 분리하는 압도적이고 무한한 윤리적 요구의 경험이라는 뜻이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내면에 있는 나눌 수 없는 단단한 핵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맺으며, 제 자신의 중심에 놓인 육체의 욕구에 얽매이는 동물들과는 달리 우리 자신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만) 존재다. 누구와 만나서 관계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많은 나의 네트워크가 바로 나인 것이다.
나는 그것이 독서에 대한 훌륭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책을 쓰는 일도 다르지 않다. 아니, 그게 바로 책 이다.
-10쪽

일정한 뼈대 속에 사물의 다양한 국면을 욱여넣어 제시하는 것-이것은 이데올로기다.
(중략)
언젠가 정희진은 〈경향신문>의 칼럼을 통해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라고 썼다.
-54쪽

그는 가르강튀아와 우리 모두를 속인 후 수도사 장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말한다. "원하시는 만큼 심오한 알레고리와 의미를 부여하시고, 전하와 모두들 좋으실 대로 추론하십시오."
물론 그건 마지막 수수께끼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라블레는 자신의 작품 이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는 걸 집요하게 반대한다.
설령 그 안에 자신의 신념이 녹아 있을지라도 그것만을 주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작품은 단순한 신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설이다.

"인간은 선악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세계를 원한다.
이해하기에 앞서 심판하고자 하는 타고난, 억누를 수없는 욕망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바로 이 욕망 위에 수립된다. 이것들은 소설의 상대적이고 애매한 언어를 자기네들의 명확한 교조적담화로 바꾸지 않고서는 소설을 인정하지 못한다."
-64~65쪽

유아론이란 무엇인가? 실재하는 것은 자아뿐이고 다른 모든 것은 자아의 관념이거나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되어버린 비대한 머리통이다. 사실 그런 비대한 자의식이 없다면 누구도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자의식의 괴물들이 만들어낸 저마다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소설에 대해 말할 때 우리의 머리통이 조금쯤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직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것을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다면 글을 쓴다는 것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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