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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고백할 것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속 악역들을 동경해왔다.
기억에 남거나 몇번이고 다시 봤던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조폭들이나 범죄자가 주인공인 '친구,비열한 거리,범죄와의 전쟁,신세계,내부자들' 같은 영화이다.
처음에는 그저 액션이나 싸움장르를 좋아하나보다 생각했지만 '트리플엑스','미션 임파서블','엑스맨'같이 착한 편에 있는 영웅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는 왜 유독 조폭영화만을 좋아하는 걸까. 설마 겁쟁이인 내가 조폭이 되고 싶었던 걸까?
좀더 내밀한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영화속에 등장하는 악역들을 동경했던 것 같다.
이런 악역들에게는 나에게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그들의 확신에 찬 언행들은 현실에 있는 나는 감히 행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동경했던 조폭의 행로를 따르지 않고 사회의 규범에 맞춰서 잘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같이 악인에 대한 동경을 '강상중' 작가도 했었다니 하니 내가 그렇게까지 비정상은 아닌가 보다.
이 책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은 "악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세상에 만연한 악은 어떻게 분류하는가? 악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이라는 마치 판타지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들에 대한 강상중 작가의 사고와 통찰이 담겨 있다.
우리는 무협지나 종교에서나 나오는 악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악행을 저지르는 악마와도 같은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연 이같은 악은 과연 무엇때문에 생기는가.
강상중 교수가 말하기로 바로 '공허함, 자기 자신이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는 절망감, 증오, 거절당한 느낌, 허무의 심연'에서 악이 싹튼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생긴 악인을 외부로 배척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강 교수의 주장이다.
사회 전체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안전','정의','자유'를 확보하면서 악인이 탄생할 환경을 최소화해야 겠다는 결론을 얻는다.
'강상중 작가'를 알게 된 걸로 만족스럽고 그의 다른 저서도 꼭 읽어보고 싶다.
굉장히 신기했고 나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