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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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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1편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2권이 출간되길 기다렸다.

 

명상살인 씨리즈는 독일에서 3권까지 출간되었고, 모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이며 방송작가로 일한 경력도 있는 작가는 법률상식에 대한 책은 출간한적이 있지만 소설은 2019년에 출간한 명상살인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론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 밤에 혼자 공포영화를 봐도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로 공포나 스릴러가 주는 충격에 무덤덤한 편이기도 하고, 결말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 하는 성향 때문이다. 식스센스 결말을 알고 보면 결말이 주는 충격은 없겠지만 결말을 모르고 봤을때 놓칠 수 있는 요소에 주목할 수 있는 재미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결말이나 중요한 요소를 기재하지 않는 편이지만, 2편의 서평이라는 특성상 1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밖에 없으므로, 1편을 읽지 않은 사람은 주의를 요한다. 뭐 1편을 읽지 않은 사람이 2편의 서평을 읽을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변호를 맡았던 조직의 보스를 포함 4명을 살인하고 1명은 지하에 가두고 있는 주인공 비요른은 6개월 동안 살인을 하지 않고 자기의 고객이자 자신이 살해한 보스의 대리인으로서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조직원들은 보스가 죽었다는 것을 여전히 모른다.

 

부인과 딸을 데리고 알프스 산맥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후 주인공은 다시 자신의 명상선생인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찾게 된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았지만, 산장에서 생겼던, 통제가 되지 않던 분노의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다.

 

명상선생은 마치 정신과 의사처럼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고 조언을 하며 '내면아이' 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심리학 서적 꽤나 읽어 봤던 독자들이라면 이 용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이 내면아이에 대한 명상선생의 비유가 참 탁월해서 소개해본다.

 

내 호기심이 깨어났다. "제 내면아이가 누군가요?"

브라이트너 씨는 비유로 대답했다. "허벅지에 퍼런 멍이 있다면 잀아생활에 방해가 될까요?"

"아닙니다."

"누군가 그 멍을 누른다면?"

"무척아프죠"

"그렇죠. 내면아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신의 내면아이에게는 심리적인 멍이 있어요."

(중략)

"내면아이는 깊은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는 비유적 용어입니다.

당신의 내면아이는 아주 이른 유년 시절의 심리적 부상들이 저장된 무의식의 일부죠.

이런 부상의 결과가 퍼런 멍이라고 상상해보세요. 오래된 이 상처들은 평소에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상처 입은 아이가 당신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죠. 하지만 누군가 이 멍을 건드리면 내면아이는 아주 큰 통증을 느낍니다. 당신은 내면아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고함소리를 들을 뿐, 누가 그렇게 소리치는지는 알지 못하는 거죠."

(중략)

잠"재 의식은 내면아이가 왜 분노하는지 알지만 의식은 모릅니다. 의식은 이 연관성을 이미 오래전에 밀어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매우 당연한 잠재의식의 행위에 의식이 당황한 겁니다."

64~67p 중 -

 

1편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명상선생의 조언은 우리가 실제로 읽는 명상 관련 서적처럼 좋은 조언을 가득 담고 있다. 내면아이에 대한 설명도 실제로 사람들이 나도 모를 내 과민반응이나 분노에 대한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라 여겨진다.

서적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범죄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명상에 문외한인 독자가 명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명상을 비틀어서 소화한다. 명상을 자기 행동의 이유를 정당화 시키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해석을 한 것이다. 명상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의 해석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실패가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저 좌절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주로 자기 합리화에 명상 기술을 사용한다. 독자는 이러한 주인공의 태도에 실소를 하게 되고, 풍자와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일상에서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참 많다.

똑같은 영화를 봤을때도 각자의 경험현실이나 감정 상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르게 소화가 된다. 천만영화라도 나에겐 쓰레기 같은 영화일 수 있다. 나도 천만 관객이 들었던 어떤 영화를 보고 '왜 이런 유치한 감성팔이 영화를 천만명이나 본거지?' 라는 생각이 든적이 있다.

 

이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항상 극단적인 것이 문제가 된다. 판단력이 어딘가 결여된, 싸이코패스성향의 주인공은 명상을 통해서 죄책감을 덜어내고 흑백논리를 펼쳐낸다.

현실에서도 모아니면 도 식의 흑백논리는 위험하다. 인터넷 덧글 등에서 많이 보이는, 주제를 벗어난 비방과 추측, 편향적 주장과 고집, 미신적 믿음 등이 뒤섞인 흑백논리의 싸움은 사람을 굉장히 유치하고 단순하고 때로는 위험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요소들에 대한 위험성을 주인공이 아주 극단적으로 잘 풍자했다고 생각된다.

 

풍자가 가득한 이 소설은 민감한 주제인 인종문제, 남녀 평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을 한다. 그 모순을 지적하는데 이부분이 참 통쾌하기 까지 하다. 그렇다고 흑백논리로 받아들여 그런 문제들에 반대한다고 보면 안된다. 내가 볼 때는 작가는 회색지대에 속하고 있다. 진정한 평등은 소외받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게 아니라 소외받던 사람도 혜택받던 사람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소외자와 혜택자가 바뀌면 또 다시 기득권을 형성하게 되고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된다. 불평등을 헤체시키는 것은 평등이지 또다른 이권의 반복은 다른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을 소설속에서 잘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권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 풍자속에 들어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다. 무슨 대단한 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그래야 함을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통해 어느정도 배웠을 것이다.

유명인에게는 인성에 대해서 비난하지만 자신들은 담배 꽁초를 길에 버리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 한다. 자신들이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고 남이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크기를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오만이다


 

"의식된 스트레스는 명상으로 제거했지만, 내면 아이와 그 아이의 스트레스는 잠재의식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우리도 각자 내면에 내면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유를 알수 없는 괴로움이나 흥분, 분노 등은 실제로 유년 시절의 상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냐는 거다. 내면아이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치유하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주인공처럼 현실도피나 핑계, 합리화의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 내면아이 등을 인식하고 달래고 치유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내면에 아이가 잠자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성인이면 자신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면아이를 잘 달래고 키워나가야지 거기에 사로잡히면 어른이 아니라 그저 늙은 어린아이가 된다. 겉모습만 늙었다고 어른일까? 진정한 어른은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더 깨닫게 된다.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더이상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것들을 달래고 치유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을 도피하거나 변명거리나 합리화의 도구로 삼아서는 발전이 없다. 위로도 좋지만 때로는 스스로 채찍질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극단적이지 않고 적절하게 조절하여 흑백이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 현명한 선택이 된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내 생각보다 굉장히 똑똑한 경우가 많다.

그저 드러나는 단면만 보고 쉽게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 자신의 어리석음일 수 있고, 타인에 대한 미움과 증오는 자기 혐오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인과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좋겠지만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문제가 된다는 것만 알아도 극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똑똑한 사람도 어떤 생각에 너무 빠지거나 잘못된 가치관 등에 사로잡히면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심리에 대한 포인트를 굉장히 잘 잡은게 이 소설이라고 생각 된다.

 

보통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편도 1편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1편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2편도 실망하지 않을것이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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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애니메이션 <작은 아씨들> 원화 그림, 박지선 외 옮김 / 더모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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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던 작은 아씨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매우 친숙했다. 애니메이션으로 TV에서 봤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이러한 세계명작 작화들을 보면 왠지 친숙하다. 플란다스의 개도 참 좋아했는데 역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원화로 읽는 감성클래식이라는 시리즈로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참 정감이 있고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라 하겠다. 이 책 역시 그 시리즈들 중 하나이며 이 시리즈들 중에선 처음 읽게된 책이다.

 

저자 루이자 메이 알코트는 이 책을 무려 6주만에 썼다고 한다. 소설속 이야기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많이 반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해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써본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텐데, 상당한 분량이라 더 놀라웠다. 물론 전편을 6주만에 썼을 것이고, 후속편도 썼는데, 이 책은 그 두권의 합본이라고 한다. 영화 개봉에 힘입어 작은 아씨들이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는데, 사실 다른 책도 전자책으로 구입했지만 아직 다 읽지 않아 이 책으로 먼저 읽게 되었다. 그 책도 1,2 부의 내용을 다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국내 번역본들은 대부분 합본이지 않을까 싶다.

4자매 매그, 조, 베스, 에이미를 중심으로 어머니 마치부인과 아버지 마치 목사 가족의 훈훈하면서도 소소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따뜻함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 소개만 보면 만화책 같지만 원화만 삽화처럼 삽입 했을 뿐 소설이다.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네 자매 중 둘째 조세핀을 닮았다.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과 작가의 꿈을 가졌다. 첫째 딸 매그는 맏언니 답게 다정하고 우아하다. 모두가 사랑하는 엘리자베스는 박애주의자이다. 화려한 외모의 에이미는 샘많고 욕심많은 막내로서 당차다. 이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이야기를 원화와 같이 읽으니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개성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자매가 각각 개성이 달라 참 재미있다. 집안에서 소일거리도 하며 재잘재잘 수다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힘든일도 있지만 즐겁게 받아들이는 자매들의 모습, 큰 슬픔도 겪게 되지만 이겨내는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사랑' 인 것이다. 사실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지만 가족의 사랑을 다룬 작품(도 역시 많긴 하다)을 읽으니 그것들 보다 더 감동인것 같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겪어보지 못한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동시에 독자 개개인의 어린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 또한 시골에서 3남매로 살았던 나는 동네 몇 안되는 아이들과 자연을 벗삼아 놀았는데,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보낸 어린시절이라 TV도 많은 채널이 나오지 않았고, 동네 아이들 다 합쳐도 10명도 안되었기 때문에 매일같이 만나 어울리고 다투기도 하고 했었다. 제대로 된 놀이 도구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소설의 자매들처럼 역할극 놀이도 하기도 하고 산에 올라 산딸기도 따고 곤충들을 잡기도 했다.

 

놀이감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집에 있었던 어린이 세계문학을 여러권 읽었었는데 그 때가 최근 이전에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때였다. 이후 초등 고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놀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책과 멀어졌다. 그렇지만 그 당시 읽었던 세계명작 들에 대한 좋은 인상들이 책에 대한 호감과 현재의 독서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런 어린시절의 모습들을 이 책을 읽고 오랫만에 새록 새록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에이미였다. 항상 밝고 정이 많은 캐릭터이면서도 화를 낼때는 낼줄도 안다. 그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잘 이겨낸다. 작가의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조도 마찬가지로 정이가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2부에서 그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재작년에 만들어진 영화 작은 아씨들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보려고 했는데, 원작을 읽고 보려고 미루고 있었다. 그래서 전자책으로 구입을 하기도 했는데 보지 않다고 이렇게 원화가 삽입된 판으로 읽게 되었다. 이제 영화를 봐도 될 차례인것 같다. 기회가 되면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는 짧은 글도 써볼까 한다.

 

고전이지만 전혀 어려운 내용 없이 좋은 가독성이 장점이다. 오래전에 쓰인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그저 술술 읽히는 것만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자아내는 뭉클한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이 글은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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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섹스/라이프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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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넷플릭스 신작 섹스라이프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다. 

저자의 남편과 저자의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실화에 약간 과장을 보탠이야기라고 한다. 드라마를 다 보질 못해서 내용이 어떻게 다른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비슷한 것 같고, 핵심적인 주인공은 좀 다른 것 같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결말이 중요한 소설은 아니나 대략의 스토리만 써보자면,

 

잘생기고 능력있고 친절하고 성실한 남편 켄은 모든게 완벽하지만 너무 바른생활 사나이라서 그런지 성욕이 별로 없다. 그게 불만인 주인공 비비는 결혼전 찬란했던 과거사의 일기를 작성하게 되고 그걸 남편이 봤다는 것을 알고 크게 당황한다.

 노트북에 작성했으나 평소에 부인의 노트북에 전혀 관심도 없는 남편이 하필 그걸 보았다니.

 

 

그런데 오히려 이게 자극제가 되었는지 켄은 노트북 일기에 나온 남자들의 애정행각을 따라 하면서 열정이 올라오는 듯하다.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자극을 똑같이 받는데,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일부러 일기를 작성하고 남편이 보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친구인 새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략으로 사용하는데 남편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둘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데...

 

 

 

 

한국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부관계를 보여주는 주인공이었다. 

물론 한국인도 욕망이라는 것이 있다. 질투심을 이용하면 활력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더 위험한 상황이 될수도 있다. 흔히보는 막장드라마나 뉴스의 기사거리를 제공할 치정극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 부부들도 요즘은 각자의 과거가 있지만 그걸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낫다고 본다. 아니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자극제가 될것 같지도 않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럴듯 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한국 부부관계가 서양보다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불륜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다. 서양문화권에서는 결혼전에 가졌던 관계에 대해서는 서로 상관하지 않는 풍조가 좀 더 있다. 결혼 후에 저지른 불륜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한 것 같다.

 

 

조금 자극적이긴 하지만 결국 부부관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자극제로 과거를 활용하는 주인공이다. 과거가 생각난다고 해서 바람을 피우거나 하지는 않는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쿨함이 엿보였다. 그게 맞다고 싶으면서도 나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때로는 모르는게 약일 수도 있다. 

조선 시대처럼 정절을 강요할 수도 없는 시대다. 서양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놀림감이 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게 현실하고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인식이 확실이 한국보다는 개방적일 것이다.

 


 

솔직 발랄한 소설이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당황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예전에 봤다면 많이 당황했을 수도 있을 텐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너무 자조적인 대사들이나 한국 정서에 잘 맞지 않는 말투(상황이 아니라 말투-상황이야 소설적 상황으로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나 대사가 좀 거슬리긴 했다. 

그러나 그저 가볍게 재미로 많이들 읽을 책일것 같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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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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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에선 언젠가부터 젊은 여성작가의 약진이 돋보인다.

정유정 황정은 김사과 등 섬세하고 흠잡을 때 없는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들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이 인물들을 표현할 때 내면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게 해서일까? 미국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아더 미세스의 메리 쿠비카는 주목할만한 작가라고 한다.

 

정유정이라는 간호사 출신의 기린아가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간 책이다. 배우가 추천한 영화, 작가가 추천한 책은 실패할 확률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광고성 문구라해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예가 걸린만큼 순 엉터리 같은 추천은 할리 만무하다.

 

의사로 일하던 세이디와 대학교수인 윌은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살하면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간다. 섬유근육통이라는 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앨리스는 유산과 함께 딸인 이모젠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 오토와 딸 테이트를 데리고 섬으로 이사를 오지만 예민한 세이디는 그 집이 왠지 깨름칙했다. 옆집 모건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더욱 불안에 떠는 세이디.

십대인 조카 이모젠은 엄마의 죽음때문인지 반항적이기 그저 없고, 새로 취직한 병원과 마을 사람들은 세이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초중반에는 이야기가 급격하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결말을 향한 단서들을 드러내면서 적절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반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전개에 더 중점을 두고 보는데 이 부분이 정말 잘 짜여진것 같다. 극적인 반전을 위해서 억지로 끼워맞춘 이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개연성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를 읽을 때 허구인줄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은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공감을 얼마냐 하냐가 관건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여기서 개연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SF나 초현실적인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그게 잘 되어있다.

 

소재로 치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소설은 희귀한 것이 아니지만 그 전개 방식이 좋았다는 정유정의 평에 나도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기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본다. 함께 사는 부부라 해도 알고보면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거늘 남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일지도 모를일이다. 나에게 헌신적이라고 믿었던 인물과 적대적이라고 믿었던 인물이 위기의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있을 법하면서도 충격을 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인물들의 심리는 우리의 자아와 비슷하게 자기 생각에 빠져들거나, 자기 관점으로만 현상을 보면서 무엇인가 어긋난거 같다는 느낌을 준다. 결말을 떠나서 이 묘사가 불안한 사람의 정서를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봤다.

 

 

심리적인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 지난 일이고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잘 달래고 조절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문제를 방치하게 되면 그 문제는 내 안에 숨어있다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요즘 날씨처럼 더운날에 처음보는 낯선 사람과의 사소한 시비에서 짜증과 분노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예 사람 자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 증오로 일반화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범죄자의 내면에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피하고 싶은 문제일 수록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때로는 우울과 좌절과 실패, 혹은 더 큰 두려움으로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주해야 할 때가 온다.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이 절묘하듯이 사람마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을 대부분의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소설의 인물들이 보여주듯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책이나 명상을 통해서 찾는 방법도 있겠다.

 

 

왜 이런 쉰소리를 하는지는 책을 다 읽어본 사람은 알게 될 것이다.

극적인 반전보다 과정을 중요시 하는 나같은 독자만 있다면 그냥 결말과 반전을 공개하겠지만,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생략했다.

 

사실 그저 트릭과 반전에 치중한, 읽고나면 약간은 허무한 플롯 위주의 소설이었다면 스포를 공개하면 안되겠지만, 이 소설은 그게 아니라서 공개해도 읽는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또 그걸 중요하게 읽는 사람에겐 큰 재미를 앗아갈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었다는 문구를 쓰기 싫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고 쓰는 것은 쓰는 사람 마음인데 왜 뻔한 공식으로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는게 싫기에 아예 언급을 안하고 있다.

아무튼 반전에 너무 치중하는 분이라면, 다른 재미도 찾아보길 권한다. 반전은 충격이고 그 충격은 새로운 감정을 주니가 신선하기 마련이지만,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상쇄해야 그런 재미를 또 느낄 수 있기 마련이라, 그런 자극적인 재미만 추구하다가 보면 왠만한 일에는 무덤덤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 소설은 사람의 상처 그리고 그 치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괜찮은 소설이었다.


[이 글은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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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 수수께끼의 수중 도시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
C. B. 리 지음, 손영인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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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인드 크레프트는 전 세계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이다. 레고처럼 네모난 것들로 건물을 만들고 부시기도 하고 하는 게임인것 같은데 왜 인기가 많은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보는 무엇인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곤 했는데,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인 것 같다. 페이지가 380페이지가 넘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좋아하기에는 좀 두꺼운 것 같기도 하다. 삽화 없이 글씨만 있어서 어른이 읽기에도 수월한 분량은 아니었다. 아무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이크, 에이미, 탱크 세명의 주인공의 시점이 각 장마다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형식이다. 서로 체격도 성격도 많이 다른 아이들이 마인드크래프트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게임을 하며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아빠의 직업 때문에 자주 전학을 다니는 제이크는 아이들과 친해기고 싶지만 언제 떠날지 몰라 정을 주는 게 쉽지 않다. 탱크는 덩치크고 험악하게 생긴 아이이고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사실은 매우 착한 아이다. 에이미는 소위 잘나가는 친구가 생기고 패션이나 옷차림 가십거리등 십대아이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것들에 관심이 있는 듯하지만 사실 마인드크래프트를 즐기는 평범한 아이다.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서 우연히 벽화를 발견한 제이크는 수중도시를 그린 벽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감탄했다. 곧 사라질 커뮤니티 센터의 컴퓨터실에서 생긴 사건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된 제이크와 탱크, 에밀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아이들이지만 마인드 크레프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아이들은 누군가가 숨겨놓은 도시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을 탐험하며 서로 가까워 지게 된다.

 

게임이라는게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나도 어릴 때 게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많은 시간을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내곤 했는데, 어른이 되니 언젠가부터 게임하는 것도 번거롭고 재미도 못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추억이랄까 이런 것들이 있어서 자주 하지도 않으면서 PS4게임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어릴적에 재믹스라는 게임기를 무척 가지고 싶어서 떼를 쓰기도 했는데, 더 좋은 게임기가 나오고 그것을 아르바이트로 갖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결핍이 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게임기를 많이 해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있어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사는 편이다. 한달에 한 시간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던 나도 어른이 되고 나서 어른의 눈으로만 보면 게임이라는게 참 시간낭비고 할땐 재미있지만 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고 허무한 생각이 든다. 요즘 게임은 참 복잡하고 이것저것 신경쓸것도 많은데, 그게 참 귀찮기 까지 하다. 너무 어려운 미션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이거해서 뭐가 남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어릴 때 친구들과 게임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함께 어울렸던게 생각이 났다.

그 당시 컴퓨터 게임 오락실 이런 것들에 너무 몰입하는 친구들은 그들만의 세계가 있어서 범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나도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뭔가 특이한 괴짜쯤으로 여겨지는게 싫었다. 다른 아이들도 그랬는지 대놓고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으나 이야기 하다보면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게임을 서로 빌려주기도 하고 놀았었다. 우리 세대엔 온라인 게임이라는게 없어서 요즘처럼 많이 게임을 하지도 않았다. 극중 탱크나 제이크 캐릭터를 보니 어릴 때 생각이 많이 났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과하지만 않으면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고 행복하다면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때가 되면 게임을 좋아하지 않을 때가 온다. 게임기 정도는 여유있게 살 나이쯤이 되면 과하게 몰입하고 싶어도 더 많은 것들과 더 많은 취미와 목표들이 생긴다. 지금은 책을 읽는게 게임보다 좋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고, 내가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말고 책을 더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아이들처럼 우정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면 적당한 게임도 할만한 행위인 것 같다.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옛 추억이 떠올라서 좋았다. 게임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하고 공감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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