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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 뇌가 멈춘 순간, 삶이 시작되었다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진영인 옮김 / 윌북 / 2022년 3월
평점 :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유명한 테드 강연은 처음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처음 테드강연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질 볼트 테일러의 강연이었다.
젊은 나이에 뇌졸증에 걸렸고 회복되는데 8년이나 걸렸지만 자신의 불행을 뇌과학자로서의 좋은 경험으로 바꾼 하버드 대학 뇌과학자의 감동적인 강연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한글로 번역된 강연들도 올라와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찾아볼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은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으로도 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몰랐던 저자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도 읽어보고 싶어져 주문을 한 상태이다.
좌뇌가 마비되었어도 과학자로 흥미롭게 생각했다는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뇌의 기능에 대해서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의 어린시절 한국에서도 대 유행하고 있는 마이어스 브릭스 검사(MBTI 검사)를 해봤는데 내향형, 직관형, 사고형, 판단형인 INTJ라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결과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다른 유형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는 것이 나도 보통은 내성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친구들이나 편안한 환경에 있을때는 사람들을 잘 웃기고 적극성을 보였던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인 것은 성장과정에서 위축이 되어 그럴 수 있는 것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달라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친구와 어른과 직장에서의 태도가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저자는 MBTI검사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었고, 심리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심리학과 뇌과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매진했기 때문에 뇌의 4가지 캐릭터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MBTI검사를 해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데, 혈액형이나 이런 심리학 검사를 하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풍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마이어스 브릭스는 모녀로서 심리학자도 아니고 칼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성격을 분류하긴 했지만 하지만 정식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심리학계에서는 잘 인정하지 않는 검사라고 하며 바넘효과(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경향 - 성격검사를 하게 하고 결과는 무작위로 나눠줘도 80%이상이 그 결과를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인한 착각일 수 있다.
저자의 4캐릭터 이론은 이런 특징을 수용하여 뇌의 4가지 캐릭터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나 개인적 노력, 환경 등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네가지 캐릭터는 1. 좌뇌 사고형, 2. 죄뇌 감정형, 3. 우뇌 감정형, 4. 우뇌 사고형인데 책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이 네가지 캐릭터의 특징과 분석, 사례와 어떻게 이런 캐릭터의 특성을 개발해갈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을 중점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것을 싫어한다. 극혐한다고 할 정도이다. 혈액형은 정말 그럴듯 하긴 하지만 앞서 말한 바넘효과에 의한 것이고 MBTI나 혈액형이나 그저 재미로 해본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들이 유행을 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한 회사의 면접시험에 혈액형 때문에 면접을 탈락시켰다는 실화가 있을 정도이다.
아무리 사람이 똑똑한 부모 아래서 태어났다고 해도 정글에서 자란다면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법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올챙이 시절이라 기억을 못하는 것 뿐 부모나 주위 환경으로부터 수없이 듣고 학습한 결과이다.
즉 인간은 환경이나 학습이 만드는 것이라는 거다.
물론 타고 나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도 타고난 환경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보다 월등히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환경에 영향을 받고 적응하는 능력 때문이다.
바다 거북이는 태어나자마자 레이싱을 시작하는데, 이건 아주 오래된 반복에 의한 유전적 행동이지만, 인간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떤 생물들보다 오랜 보살핌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이론이 더욱 와닿고 믿음이 간다. 저자가 말하는 4가지 캐릭터는 사람의 캐릭터가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각 캐릭터의 유형을 잘 이해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인 부모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각 캐릭터의 특성과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좀 더 긍정적인 쪽으로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격이나 장점, 특징, 지능등이 고정되어있다는 편견은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이고 이미 그게 아니라는 수많은 증거와 논문이 즐비한데도 우리의 고정관념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생물은 스스로 한계를 정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벼룩이 높이 뛰지만 통에 뚜껑을 덮어놓고 오래 놔두면 나중에 뚜껑을 열어도 뚜겅이상으로 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통에 갖히지 않은 벼룩을 넣어 놓으면 금방 통 높이 이상으로 튀어오른다고 한다.
고정관념은 이런 편견을 사람들에게 갖게 한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뇌과학자에 뇌졸증으로 일반 사람이 할 수 없는 경험까지 했던 세계적인 석학이 이야기 하는 것은 믿음이 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생각?
그러나 자신의 관념도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닌, 학습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편견은 그저 비전문가들에게 들었거나 배운 관념일 뿐인데 전문가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깊게 믿고 있다. 그런 어리석음은 인간을 스스로 한계짓게 하고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
20대 중반만 넘어도 우리는 학창시절 만큼 머리가 좋지 않고 퇴화되고 기억력도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 청년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전 뇌과학이 미숙할 때의 이야기다. (뇌과학의 모든 역사라는 책에서 잘 나와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보길 바란다)
70이 넘어가도 뇌세포는 젊은 시절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87세가 넘는 노인에게도 새로운 뇌세포가 생성이 되며 70% 정도가 새롭게 생성된 뇌세포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87세 노인에게서도 뇌세포 생성 ? Sciencetimes
새로운 생각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엉터리 생각이나 정보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믿음을 갖지 못한다. 반대로 주변의 별 근거 없는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에게 듣는 것은 너무 쉽게 믿기도 한다. 그 정보 자체는 전달한 사람 자체가 아닌데 동일시 하기 쉽다. 그래서 세상에는 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과학은 물론 완벽하지 않지만 지난 과거의 실험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뒤엎고 발전시킨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남과 세상은 쉽게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부라고 할 정도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비록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고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남과 조금씩은 다른 나를 이해하는 좋은 최고의 방법인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해한다면 저자의 바램대로 서로 더 화합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