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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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에선 언젠가부터 젊은 여성작가의 약진이 돋보인다.

정유정 황정은 김사과 등 섬세하고 흠잡을 때 없는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들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이 인물들을 표현할 때 내면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게 해서일까? 미국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아더 미세스의 메리 쿠비카는 주목할만한 작가라고 한다.

 

정유정이라는 간호사 출신의 기린아가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이 간 책이다. 배우가 추천한 영화, 작가가 추천한 책은 실패할 확률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광고성 문구라해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예가 걸린만큼 순 엉터리 같은 추천은 할리 만무하다.

 

의사로 일하던 세이디와 대학교수인 윌은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살하면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간다. 섬유근육통이라는 병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앨리스는 유산과 함께 딸인 이모젠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 오토와 딸 테이트를 데리고 섬으로 이사를 오지만 예민한 세이디는 그 집이 왠지 깨름칙했다. 옆집 모건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더욱 불안에 떠는 세이디.

십대인 조카 이모젠은 엄마의 죽음때문인지 반항적이기 그저 없고, 새로 취직한 병원과 마을 사람들은 세이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초중반에는 이야기가 급격하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결말을 향한 단서들을 드러내면서 적절하게 전개되는 느낌이다.

 

반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전개에 더 중점을 두고 보는데 이 부분이 정말 잘 짜여진것 같다. 극적인 반전을 위해서 억지로 끼워맞춘 이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개연성이 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를 읽을 때 허구인줄 알면서도 빠져드는 것은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공감을 얼마냐 하냐가 관건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여기서 개연성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SF나 초현실적인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그게 잘 되어있다.

 

소재로 치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소설은 희귀한 것이 아니지만 그 전개 방식이 좋았다는 정유정의 평에 나도 동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기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본다. 함께 사는 부부라 해도 알고보면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거늘 남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일지도 모를일이다. 나에게 헌신적이라고 믿었던 인물과 적대적이라고 믿었던 인물이 위기의 상황에서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있을 법하면서도 충격을 주는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인물들의 심리는 우리의 자아와 비슷하게 자기 생각에 빠져들거나, 자기 관점으로만 현상을 보면서 무엇인가 어긋난거 같다는 느낌을 준다. 결말을 떠나서 이 묘사가 불안한 사람의 정서를 훌륭하게 표현했다고 봤다.

 

 

심리적인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 지난 일이고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잘 달래고 조절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문제를 방치하게 되면 그 문제는 내 안에 숨어있다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요즘 날씨처럼 더운날에 처음보는 낯선 사람과의 사소한 시비에서 짜증과 분노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예 사람 자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 증오로 일반화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범죄자의 내면에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피하고 싶은 문제일 수록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때로는 우울과 좌절과 실패, 혹은 더 큰 두려움으로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주해야 할 때가 온다.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이 절묘하듯이 사람마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을 달리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을 대부분의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소설의 인물들이 보여주듯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책이나 명상을 통해서 찾는 방법도 있겠다.

 

 

왜 이런 쉰소리를 하는지는 책을 다 읽어본 사람은 알게 될 것이다.

극적인 반전보다 과정을 중요시 하는 나같은 독자만 있다면 그냥 결말과 반전을 공개하겠지만,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생략했다.

 

사실 그저 트릭과 반전에 치중한, 읽고나면 약간은 허무한 플롯 위주의 소설이었다면 스포를 공개하면 안되겠지만, 이 소설은 그게 아니라서 공개해도 읽는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또 그걸 중요하게 읽는 사람에겐 큰 재미를 앗아갈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었다는 문구를 쓰기 싫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고 쓰는 것은 쓰는 사람 마음인데 왜 뻔한 공식으로 반사적인 반응을 보이는게 싫기에 아예 언급을 안하고 있다.

아무튼 반전에 너무 치중하는 분이라면, 다른 재미도 찾아보길 권한다. 반전은 충격이고 그 충격은 새로운 감정을 주니가 신선하기 마련이지만,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상쇄해야 그런 재미를 또 느낄 수 있기 마련이라, 그런 자극적인 재미만 추구하다가 보면 왠만한 일에는 무덤덤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 소설은 사람의 상처 그리고 그 치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괜찮은 소설이었다.


[이 글은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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