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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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1편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2권이 출간되길 기다렸다.

 

명상살인 씨리즈는 독일에서 3권까지 출간되었고, 모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이며 방송작가로 일한 경력도 있는 작가는 법률상식에 대한 책은 출간한적이 있지만 소설은 2019년에 출간한 명상살인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론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 밤에 혼자 공포영화를 봐도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로 공포나 스릴러가 주는 충격에 무덤덤한 편이기도 하고, 결말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 하는 성향 때문이다. 식스센스 결말을 알고 보면 결말이 주는 충격은 없겠지만 결말을 모르고 봤을때 놓칠 수 있는 요소에 주목할 수 있는 재미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결말이나 중요한 요소를 기재하지 않는 편이지만, 2편의 서평이라는 특성상 1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밖에 없으므로, 1편을 읽지 않은 사람은 주의를 요한다. 뭐 1편을 읽지 않은 사람이 2편의 서평을 읽을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변호를 맡았던 조직의 보스를 포함 4명을 살인하고 1명은 지하에 가두고 있는 주인공 비요른은 6개월 동안 살인을 하지 않고 자기의 고객이자 자신이 살해한 보스의 대리인으로서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 조직원들은 보스가 죽었다는 것을 여전히 모른다.

 

부인과 딸을 데리고 알프스 산맥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후 주인공은 다시 자신의 명상선생인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찾게 된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찾았지만, 산장에서 생겼던, 통제가 되지 않던 분노의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이었다.

 

명상선생은 마치 정신과 의사처럼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고 조언을 하며 '내면아이' 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

심리학 서적 꽤나 읽어 봤던 독자들이라면 이 용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이 내면아이에 대한 명상선생의 비유가 참 탁월해서 소개해본다.

 

내 호기심이 깨어났다. "제 내면아이가 누군가요?"

브라이트너 씨는 비유로 대답했다. "허벅지에 퍼런 멍이 있다면 잀아생활에 방해가 될까요?"

"아닙니다."

"누군가 그 멍을 누른다면?"

"무척아프죠"

"그렇죠. 내면아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신의 내면아이에게는 심리적인 멍이 있어요."

(중략)

"내면아이는 깊은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는 비유적 용어입니다.

당신의 내면아이는 아주 이른 유년 시절의 심리적 부상들이 저장된 무의식의 일부죠.

이런 부상의 결과가 퍼런 멍이라고 상상해보세요. 오래된 이 상처들은 평소에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상처 입은 아이가 당신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죠. 하지만 누군가 이 멍을 건드리면 내면아이는 아주 큰 통증을 느낍니다. 당신은 내면아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고함소리를 들을 뿐, 누가 그렇게 소리치는지는 알지 못하는 거죠."

(중략)

잠"재 의식은 내면아이가 왜 분노하는지 알지만 의식은 모릅니다. 의식은 이 연관성을 이미 오래전에 밀어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매우 당연한 잠재의식의 행위에 의식이 당황한 겁니다."

64~67p 중 -

 

1편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명상선생의 조언은 우리가 실제로 읽는 명상 관련 서적처럼 좋은 조언을 가득 담고 있다. 내면아이에 대한 설명도 실제로 사람들이 나도 모를 내 과민반응이나 분노에 대한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라 여겨진다.

서적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범죄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명상에 문외한인 독자가 명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명상을 비틀어서 소화한다. 명상을 자기 행동의 이유를 정당화 시키는 도구로 전락시키는 해석을 한 것이다. 명상이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의 해석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실패가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저 좌절이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주로 자기 합리화에 명상 기술을 사용한다. 독자는 이러한 주인공의 태도에 실소를 하게 되고, 풍자와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일상에서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참 많다.

똑같은 영화를 봤을때도 각자의 경험현실이나 감정 상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르게 소화가 된다. 천만영화라도 나에겐 쓰레기 같은 영화일 수 있다. 나도 천만 관객이 들었던 어떤 영화를 보고 '왜 이런 유치한 감성팔이 영화를 천만명이나 본거지?' 라는 생각이 든적이 있다.

 

이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항상 극단적인 것이 문제가 된다. 판단력이 어딘가 결여된, 싸이코패스성향의 주인공은 명상을 통해서 죄책감을 덜어내고 흑백논리를 펼쳐낸다.

현실에서도 모아니면 도 식의 흑백논리는 위험하다. 인터넷 덧글 등에서 많이 보이는, 주제를 벗어난 비방과 추측, 편향적 주장과 고집, 미신적 믿음 등이 뒤섞인 흑백논리의 싸움은 사람을 굉장히 유치하고 단순하고 때로는 위험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요소들에 대한 위험성을 주인공이 아주 극단적으로 잘 풍자했다고 생각된다.

 

풍자가 가득한 이 소설은 민감한 주제인 인종문제, 남녀 평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을 한다. 그 모순을 지적하는데 이부분이 참 통쾌하기 까지 하다. 그렇다고 흑백논리로 받아들여 그런 문제들에 반대한다고 보면 안된다. 내가 볼 때는 작가는 회색지대에 속하고 있다. 진정한 평등은 소외받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게 아니라 소외받던 사람도 혜택받던 사람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소외자와 혜택자가 바뀌면 또 다시 기득권을 형성하게 되고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된다. 불평등을 헤체시키는 것은 평등이지 또다른 이권의 반복은 다른 형태의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을 소설속에서 잘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권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 풍자속에 들어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다. 무슨 대단한 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그래야 함을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통해 어느정도 배웠을 것이다.

유명인에게는 인성에 대해서 비난하지만 자신들은 담배 꽁초를 길에 버리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 한다. 자신들이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고 남이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크기를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오만이다


 

"의식된 스트레스는 명상으로 제거했지만, 내면 아이와 그 아이의 스트레스는 잠재의식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우리도 각자 내면에 내면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유를 알수 없는 괴로움이나 흥분, 분노 등은 실제로 유년 시절의 상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냐는 거다. 내면아이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치유하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주인공처럼 현실도피나 핑계, 합리화의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

 

과거의 상처나 트라우마, 내면아이 등을 인식하고 달래고 치유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 내면에 아이가 잠자고 있다고 해도 어쨌든 성인이면 자신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내면아이를 잘 달래고 키워나가야지 거기에 사로잡히면 어른이 아니라 그저 늙은 어린아이가 된다. 겉모습만 늙었다고 어른일까? 진정한 어른은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더 깨닫게 된다.

과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더이상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것들을 달래고 치유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을 도피하거나 변명거리나 합리화의 도구로 삼아서는 발전이 없다. 위로도 좋지만 때로는 스스로 채찍질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극단적이지 않고 적절하게 조절하여 흑백이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 현명한 선택이 된다.

 

 

별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보면 내 생각보다 굉장히 똑똑한 경우가 많다.

그저 드러나는 단면만 보고 쉽게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 자신의 어리석음일 수 있고, 타인에 대한 미움과 증오는 자기 혐오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인과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이 좋겠지만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문제가 된다는 것만 알아도 극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똑똑한 사람도 어떤 생각에 너무 빠지거나 잘못된 가치관 등에 사로잡히면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심리에 대한 포인트를 굉장히 잘 잡은게 이 소설이라고 생각 된다.

 

보통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편도 1편 만큼이나 흥미로웠다. 1편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2편도 실망하지 않을것이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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