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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시덥잖은 꿈, 기억이 잘 안나는 꿈, 너무 말도 안되서 꿈에서도 꿈인줄 아는 꿈도 있지만, 때로는 현실과 같이 생생한 꿈을 꾸곤 한다. 깨고 나서도 직후 몇초동안은 현실이 아니란걸 깨닫기 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었다.
아주 가끔은 슬픈 꿈을 꾸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그 꿈에서 깬적도 있어서,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지만, 진하게 느꼈던 감정이 사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도 한다. 반대로 꿈이어서 안타까운 꿈도 있었다.
그렇게 생생하게 꿈을 꾸는데도 아무 의미도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꿈이 현실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기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꿈들이 우연이 아니라고? 정말 무슨 의미라도 있단 말인가? 그런 호기심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꿈과 잠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잠을 자야 꿈을 꾸는 것이므로, 밀접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을 할때나 기억을 떠올릴때 신경표상이 활성화 되는데, 꿈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도 마찬가지 신경표상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반복되고 인상이 깊었던 일들이 꿈에서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성이나 친구가 꿈에서 나타난다면 그만큼 그 대상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신경을 썼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꿈에는 진화적 기능과, 감정조절을 역할을 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렘수면을 꿈꾸는 잠이라고 하고 비렘수면을 꿈없는 잠이라고 하는데, 렘수면을 취하지 못한 쥐는 저체온증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폴메카트니는 유명한 예스터데이를 꿈에서 들은 선율로 작곡했다고 한다.
나도 꿈에서 정말 괜찮은 이야기감의 소재라고 생각되거나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꿈에서 꾼 적이 있었다. 꿈을 깨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지기 때문에 바로 적어놓거나 해야하는데 출근 준비등으로 놓친 것들도 있고, 적어놓고 나중에 보니 별거 아닌 아이디어였던 적도 있다. 그 꿈에서 느낀 것은 감정, '대박이다'라는 감정을 꿈에서 느낀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꿈의 창의적 기능은 명확하게 증명된바는 없다.
세계 수십억 인구들이 꿈을 꾸지만 그에 비해 폴 메카트니의 사례같은것은 아주 드물기에어떻다는 증명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꿈의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는 부분이 참 재미었었지만, 뭐 이런것 까지 알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깊게 파고들고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구권의 학문적으로 쓰여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연구 서술 하는 책들이 이런 경향이 있기는 하다. 그게 맞는 접근 방법인것 같긴 하지만 그저 독자로서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책에서 이야기 하듯 부산물 같은 것이리라.
우리집 강아지가 잠을 잘 때 가끔 잠꼬대를 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낑낑 대면서 몸을 들썩거리는 것이 마치 생생한 꿈을 꾸는 것 같다. 꿈에서 무슨 위험에 처하기라도 했나보다. 겁이 많은 녀석이라 두렵고 불안한 것들이 꿈에서 나오는 것 같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강아지도 감정을 느끼고, 트라우마도 있고, 꿈도 꾼다는 것을. 개도 잠을 잘때의 뇌 활동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개가 정말 꿈을 꾸는지는 정확하게 알길이 없다고 한다.
개에게 꿈을 꾸었냐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과학은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단정지어 말할 수 있으므로 꿈을 꾸는 것 같은 활동을 보이지만 꿈을 꾼다고 100%확인할 수는 없다는 말일 것이다. 여러가지 근거와 진화적인 기제로 인해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꿈을 꾼다는 가정을 할 수는 있다.
일본에서 대지진을 예언한 만화가의 책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책에서 예언한 날이 곧 다가 오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러한 꿈이 맞고 안맞고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과학적으로 꿈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다. 꿈은 근심과 불안을 시뮬레이션하고 중요한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넘기기 위한 재싱 및 인출과정이라고 한다. 음악이나 공부를 할 때 우리는 잠을 통해 그 기억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대중들이 흥미로워할 꿈의 기능, 예지몽, 텔레파시 꿈, 자각몽 등도 과학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뭐 예상하다시피 그에대한 확실한 입장은 없다. 부정하지 않으므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여지는 있으나, 긍정적이지도 않다. 아니라는 근거도, 맞다는 근거도 확실히 없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지만 무슨 명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호기심 자체가 탐구자체를 함으로서 과학적 지식을 얻게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세상에 어떤 문제든 사실 명확한 답이 없는 부분이 많다.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중에 오답인 경우도 많고, 오답이라고 여겨지던 부분이 답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 때문에 잊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학습이란것의 꽃은 답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답을 알아도 왜 그런 답이 도출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그 도출하는 과정 자체가 답보다 더 중요하다. 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생각하고 알게되는 과정이 충분히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