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속에 등장하는 '아야미'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 아야미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아야'해서 아야미인가 하는 우습지도 않는 허탈한 이야기를 끄집어 내보았다. 아야미는 몇해전에는 배우였고 지금은 극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야미는 자신이 젊다고도, 이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누군가의 눈에는 아리따운 한송이 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극장장의 말로는 자신은 투명인간, 즉 잊혀져가는 인간이라고 한다. 그는 아야미도 자신처럼 될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 극장도 이제 곧 문을 닫게 되고 아야미는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위기의 상황이다. 극장장이 보기에는 그런 그녀가 답답해 보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속에서 '고독'과 '혼자' 그리고 '외톨이' 그리고 '설득'이라는 단어가 한길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누군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자신은 혼자가 되어 고독하게 늙어가고 말것이라는 것. 극장장 역시도 그 누군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그것의 결과가 지금인지 조금 앞에 두어져 있는 미래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에 설득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설득당하지 않고 혼자임을 자처하게 된다.

 

일상에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비오는 창가에 앉아서 뜨거운 수증기를 마구 뿜어 내면서 그안에 무언가를 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라디오가 없는데 극장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아야미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그 소리를 감지할만큼 예민하지도 관심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나른한 일상을 그러면서도 차분해 보이는 입술을 타고 나오는 말들은 섬세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생각을 주었다. 그런 문장과 말들이 내게는 느낌있게 다가왔다. 어느 순간 '툭'하고 눈물이 떨어질때, 그 눈물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릴때처럼.

 

아야미의 직업처럼 저자의 글에서 극적인 면이 묻어났다. 이 순간 금방이라도 떠나버릴것처럼,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릴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이라는 의미로 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는 상처가 있다……." (121쪽) 어떤 글인지 모르게 불쑥 가슴속에 들어와서 씹고 또 씹어도 나중에 또 씹고 씹어져서, 혹은 단물이 아까운 것처럼 어딘가에 붙여 두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길에서 벗어나도 괜찮아 - 낯선 곳에서 주워 담은 청춘의 조각들
신소현 지음 / 팜파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때 낯선곳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 그때 얼마나 두려웠는지, 버스를 타고 종종 지나가던 길이였는데 매번 보아왔던 시골풍경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몰라 보았던 것이다. 내게 길은 늘 그런 의미였다. 거기서 거기, 여기서 여기, 저기나 여기나 매 마찬가지였다. 낯선곳에서의 충격은 여전히 다른곳을 두렵게 만들었다. 길치의 가장 큰 문제는 표지판이나 없어지지 않을만한 건물을 찾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여기나 저기나 있을 법한 편의점이나 찾고 어디서나 볼만한 낯익은 건물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만다. 지금이야 표지판으로 인식하긴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띵하고 갈길을 잃어 버린 어린아이처럼 굴고 만다.

 

여행으로 새로움이나 창조의 길이 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낯선곳에 머물면 현기증이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고 있다. 다행히도 나같은 사람이 있어서 산과 강이 덜 힘겨워한다는 것에 크나큰 위안을 얻고 있다. 이런식의 합리화도 괜찮은걸까?? 하여튼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나름의 재미를 느꼈다. 그래 그런 곳이 있구나, 그런 재미가 있구나, 타지에서 비빔밥을 먹으면 눈물이 날 것만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떡해서라도 해외를 나가야 한다면 고추장과 김치를 사수하리라.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겐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니까.

 

길 위에서 모든 진리가 펼쳐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여행자에게 여행은 그런 의미이리라. 내게는 매번 투덜거림의 연속이였고 지글지글한 자갈밭과 비슷했다. 얼마전에 차를 타고 돌고 돌아서 절벽으로 차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기적을 맛보며 최대한 긴 노선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이보다 더 멀리 갈수는 없으리라. 이정도 시간이라면 좀 오바해서 전국일주의 한 노선은 이미 훑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나가면 그래도 추억이 되고 신선함이 되기도 한다. 역시 투덜거림의 추억이랄까.

 

여행은 그토록 소원하던 소통의 의미인것도 같다. 더 큰 세상을 만남으로써 다른 사람을 만나보며 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 이 책을 덤으로 나도 묻어가는 것이다.

 

 

북카페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에게 감쪽같이 속아 버렸다. 어쩌면 그녀도 그에게 속았는지 모른다. '속았다, 이건 사기다.' 싶었다. 생판 모르는 남남끼리 만나 결혼해서 사는 건, 동화속에서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는 거리가 멀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그토록 오래 자도 눈에 눈꼽도 끼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유지한다니 이 역시 동화일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미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약간 실랄하게 느껴졌다. '에이미'는 무한하게 참고 있어 보였다. '에이미'는 모든 소녀들의 동경의 대상이였고 영원토록 공주님이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공주님과 닉은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닉은 외모만 왕자님이였으니까. 무엇때문에 그녀가 그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리스너'처럼 누군가의 속마음을 엿듣는 것만 같다. 상대방의 속 마음을 알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건다 부질없어 보였다. 알아서 좋은 것 보다는 모르는 편이 나을테니까 말이다. 닉의 마음은 매우 구체적이고 불편한 심경이였다. 그녀를 사랑해서 한 결혼이었건만 때로는 미치도록 미워질때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의 불편한 심경이 고스란히 글속에 담겨있었다. 정신 없었고 산만했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에이미'는 여전히 숨박꼭질을 좋아했다. 기념일마다 그녀는 그런 행사를 즐겨했다. 그녀가 사라져 버렸고 그의 심경은 복잡미묘했다. 플래쉬가 터지고 인터뷰도 하고 그런 상황속에서 닉의 모습에서는 슬픔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하는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사라진지 며칠이 지나지 않는 날들의 이야기가 200페이지를 넘게 빼곡하게 차고 흘렀다. 서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조금씩 실체가 벗겨지고 있었고 그의 본 마음도 드러나고 있었다. 그의 잘못도 있었지만 그녀 역시 못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기울기에 따라서 이야기는 달라질게 뻔해 보였다.

 

 

북카페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갑작스럽게 타임머신이 등장해서 SF인가 했었다. 읽어보니 매우 합당해보였다.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고시원의 전설인 이곳은 오고 싶어서 올 수 있는 곳이 아닌 매우 신성한 곳이였다. 다만 그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다섯명의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캐릭터인지라, 책에서 나왔나 보다. '혁제'는 게임페인 고시생, 동미는 학창시절에 '전설' 혹은 '짱'먹었던 여인네였고 은철은 허우대는 멀쩡한 원조남(고시원 가족들이 그렇게 부름), 성훈은 태어나면서 금수저를 물고 나왔고 또 한명은 최고참으로 고시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불혹의 나이를 코앞에 둔 상태이다. (이름이 상태임) 

 

시작부터 고시원이 등장하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불러 일으켰으나 별것은 없었다. 다만 웃겨서 쓰러질 뻔 하였고 현재를 살아가는 고뇌하는 준장년층들의 힘든 모습이 보여졌다고나 할까. 거기에 게임이 더불어져서 살짝 현실과 게임속을 드나드는 느낌속에서 현실감을 확실하게 살려주었다. 다섯명의 고시원 사람들의 재미난 성격이 책속에서 잘 살아 있었다. 특히나 동미의 살벌하면서도 코믹한 모습이 큰 웃음을 주었다. 동미가 짝사랑하는 성철앞에서는 천상여자인척 하다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살벌하게 용의 발톱을 보여준다. '까불기만 해봐.' 바로 처리에 들어가는 포스랄까.

 

뭐든지 노력하면 안되는 거 없다고 하지만 '안되는 거'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대로 안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아무리해도 힘들때는 그 노력이 정말 힘들겠지만 놓아야 할때가 있다. 그때를 놓쳐버리면 더욱더 힘들어 진다. 책에서도 그렇듯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있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다. 하여튼 그들의 '타임머신' 사수 작전을 재미있었고 유쾌했다. 어쩌면 이거 '타임머신' 사수하려다가 막장으로 치닫는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훈훈한 마무리에 급조된 눈물까지 나올뻔 하였다.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타임머신'이라는 것을 두고 서로의 팽팽한 신경전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어쩌면 별것도 아닌것 같았는데 그게 제일 큰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유쾌하게 웃어줄 수 있었다.

 

 

 

북카페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편에서 저자의 어머니와 다람쥐의 가족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람쥐는 부지런해서 겨울잠을 자기 전에 여기저기 굴을 파서 식량을 저장한다. 요즘에는 먹을 것이 마땅하지 않은지 어머니가 사는 곳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다람쥐에게 고구마를 반쪽 내주었고 다람쥐는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해서(나도 무섭다) 보기만 하면 잽싸게 도망가 버리는데 어머니의 손길에 달아나질 않는다. 이럴수가 고구마 반쪽에 서로의 마음이 통한거다.

 

"미안하다. 사람이란 이래. 늘 의심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남을 못 믿고…… 그렇게 평생을 살거든. 그래서 늙으면 교활해지지, 이해하렴." (111쪽) 사람은 살아가면서 의심이 제일 많이 느는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의심 못지 않게 지혜도 쌓여가니 다행이다.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행동반경에 대해서 저자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때론 다람쥐랑 친구 먹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다람쥐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과 사람들의 우스꽝스럽고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심각하다. 돼지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인데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이야기가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처참하고 서글프고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못할짓을 하고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인과 닭님들>이다. 닭대가리라고 무시당하는 닭들이 왜 닭님이 되었는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닭의 위대함을 한껏 목청을 가다듬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가 닭을 키우게 된 이유인즉 거세게 자라나는 풀때문이였다. 그래서 어머니께 조언을 구했는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 너는 인자 죽었다. 마당을 풀들이 노리기 시작하면 못 막어야, 절대 풀은 못 당한다. 풀하고 맞서다가는 골병든다.(43쪽)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머니의 구성진 사투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골병든다는 말에 완전 공감한다. 나 역시도 풀과 전쟁을 선포했다가 지쳐서 떨어져나간적이 있다. 풀이 화나면 풀독까지 선물로 준다. 정성껏 키운 닭 다섯마리를 조류독감때문에 지키지 못하게 생겼다. 그리하여 시인님께 양도를 한다.

 

동물이나 생물을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 그녀석들을(암탉들) 자연의 순리에 맡겨 버리면 겨울철 한파에도, 여름철 홍수에도 끄떡없다. 사랑할수록, 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자연의 순리대로 맡겨야 한다. 사람도, 동물도 이것저것 가리는게 많다보면 홀로 서지 못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힘든 시절이 필요하다. 그 시절을 겪어야만 좀 더 성숙해지니까. 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통을 참고 이겨내는 방법을 깨닫기 때문이다. (126쪽)

닭과 저자의 추격전부터, 그녀석들(암탉들)이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알콩달콩 둘러 앉아서 구성지게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동물이야기에서 사람이 사는 이야기까지 구성지고 서글프다. 거기에 유머가 빠지지 않고 동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투닥거리는 모습도 느껴지고 <젖>편에서 절망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춘기를 지나 진학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야 할 나이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쩐 투윗이였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왔다. 소 구제역때문에 모든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소를 살처분하는 모습을 읽으면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간다. 건강한 소를 살처분 하는 것, 뱃속에 새끼까지 있는데도 죽여야 하는 현실이 절망적이였다. 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쩔수 없이 살처분 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힘들것이다. 어쩌다가 사람과 소과 이런 상황에 마주해야 하는 것인지.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