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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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기른 다람쥐>편에서 저자의 어머니와 다람쥐의 가족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람쥐는 부지런해서 겨울잠을 자기 전에 여기저기 굴을 파서 식량을 저장한다. 요즘에는 먹을 것이 마땅하지 않은지 어머니가 사는 곳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다람쥐에게 고구마를 반쪽 내주었고 다람쥐는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해서(나도 무섭다) 보기만 하면 잽싸게 도망가 버리는데 어머니의 손길에 달아나질 않는다. 이럴수가 고구마 반쪽에 서로의 마음이 통한거다.

 

"미안하다. 사람이란 이래. 늘 의심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남을 못 믿고…… 그렇게 평생을 살거든. 그래서 늙으면 교활해지지, 이해하렴." (111쪽) 사람은 살아가면서 의심이 제일 많이 느는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만들기도 한다. 의심 못지 않게 지혜도 쌓여가니 다행이다.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행동반경에 대해서 저자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때론 다람쥐랑 친구 먹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다람쥐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과 사람들의 우스꽝스럽고 이중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심각하다. 돼지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인데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이야기가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처참하고 서글프고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못할짓을 하고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인과 닭님들>이다. 닭대가리라고 무시당하는 닭들이 왜 닭님이 되었는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닭의 위대함을 한껏 목청을 가다듬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저자가 닭을 키우게 된 이유인즉 거세게 자라나는 풀때문이였다. 그래서 어머니께 조언을 구했는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 너는 인자 죽었다. 마당을 풀들이 노리기 시작하면 못 막어야, 절대 풀은 못 당한다. 풀하고 맞서다가는 골병든다.(43쪽)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머니의 구성진 사투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골병든다는 말에 완전 공감한다. 나 역시도 풀과 전쟁을 선포했다가 지쳐서 떨어져나간적이 있다. 풀이 화나면 풀독까지 선물로 준다. 정성껏 키운 닭 다섯마리를 조류독감때문에 지키지 못하게 생겼다. 그리하여 시인님께 양도를 한다.

 

동물이나 생물을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친다. 그녀석들을(암탉들) 자연의 순리에 맡겨 버리면 겨울철 한파에도, 여름철 홍수에도 끄떡없다. 사랑할수록, 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자연의 순리대로 맡겨야 한다. 사람도, 동물도 이것저것 가리는게 많다보면 홀로 서지 못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힘든 시절이 필요하다. 그 시절을 겪어야만 좀 더 성숙해지니까. 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통을 참고 이겨내는 방법을 깨닫기 때문이다. (126쪽)

닭과 저자의 추격전부터, 그녀석들(암탉들)이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알콩달콩 둘러 앉아서 구성지게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동물이야기에서 사람이 사는 이야기까지 구성지고 서글프다. 거기에 유머가 빠지지 않고 동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투닥거리는 모습도 느껴지고 <젖>편에서 절망속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춘기를 지나 진학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어야 할 나이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쩐 투윗이였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왔다. 소 구제역때문에 모든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소를 살처분하는 모습을 읽으면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간다. 건강한 소를 살처분 하는 것, 뱃속에 새끼까지 있는데도 죽여야 하는 현실이 절망적이였다. 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쩔수 없이 살처분 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힘들것이다. 어쩌다가 사람과 소과 이런 상황에 마주해야 하는 것인지.

 

<자음과 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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