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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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시대 분위기만큼이나 허무와 절망이 짙게 깔린 1932년의 경성. (뒷장에서)

처음의 시작은 <외과의>였다. 포름말린 냄새가 책밖까지 퍼져 버릴것만 같은 오싹한 살인자가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잠시 놀음 상대로 생각했던 기생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으려 한다. 자신에게는 훌륭한 약혼자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완전 범죄를 꿈꾸며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시체를 수습하려고 한다. 자신의 범죄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자만이였다. 꼼꼼하고 철저한 범인은 살인 일지도 매일매일 상세히 적어 놓았다. 이 이야기속에서 설홍주는 약간 뒷짐지고 있는 느낌이다. 뒤에서 짠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범인의 일지속에서 등장하고 마지막에 사건을 해결한다. 읽다 보면 생각보다 범인이 쉽게 덫에 걸린 것만 같다. 저자의 재치에 웃음이 팡 터져버렸다. "감히 내 옷차림을 혼마치의 건달들과 비교하다니……, 그따위 소릴 한 놈은 죽어도 싸!" (58쪽)

 

두번째 이야기는 삶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였다. <안개 낀 거리>라는 제목처럼 요즘도 수시로 안개가 끼는데 운전할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 날씨도 안개속이고 세상도 안개속이다. 백성들은 어느 시대에나 고달픈 건 마찬가지 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시치 경부는 설홍주를 높게 사 사건이 벌어질때면 설홍주에게 맡긴다. 거져먹고 싶은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설홍주와 단짝으로 중국인 왕의사가 등장한다. 살인에 정당성같은 것은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이 이야기속에서 설홍주는 살인자 이전에 피해자인 그 사람을 고발하지 않는다. 자신의 궁금증이라면서 사건의 전말을 다 파헤쳤지만 그냥 물러가버린다. 거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신념은 여전히 여기 있네." 그는 자신의 가슴을 짚으며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안개 낀 거리와도 같아. 전혀 앞이 보이질 않아……. 정의? 잊혀져 가는 개념이야. 거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봐야지. (107쪽) 설홍주의 그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세번째는 책의 제목처럼 <피의 굴레>였다. 앞부분의 서론을 길게 끌고 나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반가웠다. 암울하고 힘든 시대였지만 그 시절을 잊기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20년전의 자살 사건으로 끝난 사건과 그때 죽은 사람과 친구였던 명수관의 김명수 사장의 자살 혹은 살해 사건이 일어난다. 레이시치 경부는 자살사건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였지만 설홍주는 사장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눈여겨 보았다. 그냥 넘어가려는 레이시치 경부를 설득하여 사건에 착수한다. 김사장이 죽기전에 전면 광고로 신문사에 실으려고 했던 기사가 있었다. 뭔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시였다. 어찌하였든 김사장이 살해당한 이유와 이 시가 관련이 있음에는 분명했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출현과 그녀의 부유한 약혼자가 등장한다. 설홍주는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심히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20년전에 죽은 그 사람과 김사장과의 관계를 밝혀낸다. 김사장을 죽여야만 했던 이유도 찾게 된다. 이 사건도 섬뜩하고 무서운 사건임에는 분명했다. 둥둥둥 북을 울리면서 주는 긴장감에 비해서 결말이 가져다주는 이야기의 효과가 좀 약한감이 있었다. 인간적인 면모라던지, 설홍주의 재치스러운 모습들은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잔잔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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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가의 도시락 2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채다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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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따러 가자는 하루미 말에 특가 전단지를 내보이는 쿠루리다. (1권에서 쿠루리를 쿠루미라고 썼다.우째 이런일이) 얼굴을 붉히며 전단지를 가리키는 쿠루리,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쿠루리의 모습이 무지 귀엽다. 1권의 마지막에서 하루미를 생각하며 두근두근하던 쿠루리의 마음이 서서히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하루미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연구중이다. 나는 지리학이 지리하게 느껴지지만 하루미는 매우 열성적으로 보인다. 여전히 하루미라는 이름이 남자보다는 여자를 떠올려서 여전히 헷갈리고 있다. 두사람만 버섯따러 가는 건가 싶었지만 여전히 말많은 선배와 딸인 나츠키 그리고 후배도 함께 간다. 나츠키와 쿠루리는 같은반이지만 아직은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물 만난 고기처럼 버섯따기에 심취해서는 길을 잃어 버린다. 산에서 길을 잃을 때는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하루미의 말을 기억하고는 쿠루리는 나츠키를 질질 끌고선 산을 계속 오른다. 두사람 급격히 가까워지고 학교에서도 친하게 지낸다. 나도 나중에 산에서 길을 잃으면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위로 올라가야지. 괜시리 길을 잃어서 정말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지는 않다.

 

두사람 함께 산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하루미는 쿠루리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은 없었지만. 쿠루리는 하루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름을 부르기가 어색하다. 엄마라고 부르다가 어머니라고 부르면 매우 어색한것처럼. 비유가 맞는건가. 지금도 아버지나 어머니는 어색하다. 음음 아버지.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쿠루리 옆에 이제는 나츠키와 아사코가 함께한다. 두사람이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날 분주히 음식 장만을 하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좀 안났다. 쿠루리는 크게 용기를 내어서 다음날 하루미의 도시락에 하루에게 라고 쓰지만 도시락이 흔들리는 바람에 '바보'가 되어 버렸다. 우째이런일이. '바보'라는 글자를 보며 하루미는 다시 좌절모드다. 새해 첫 설날을 맞아 하루미와 쿠루리 그리고 함께 가는 사람들이 신사에 간다. 집안 사정이 복잡하다던 같은 반 남자애 아사코도 함께한다. 아사코는 늘 웃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아픔이 많아서 그런것 같다. 하루미의 후배로 쭉 등장했던 코사카도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그래서 논문발표날 서포트 해주기로 하루미가 가지만 서포트가 아닌 벼랑끝으로 후배인 코사카를 밀어 버렸다. 훅~ 하고 단방에 불어서.

 

같은반 친구인 나츠키네 할머니한테 쿠루리는 새로운 요리법을 배운다. 나츠키네 할머니께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귀여운 쿠루리의 모습이 나온다. 학교에서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현명하게 헤쳐나간다. 쿠루리는 그냥 있고 나츠키가 발빠른 행동력으로 모든 상황을 평정한다. 쿠루리 몸살도 나고 생일도 지나간다. 그냥 평범하게 지나갔지만 반찬에 뭔가 다른게 있었다. 두 사람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재미난 일들이 많다. 도시락도 그렇고, 그리고 하루미와 후배와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 3권에서는 뭔가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고 한다. '뭐야, 또 출생의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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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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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279쪽) 내가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일일 필요는 없다. 그냥 가는거지 뭐. 처음에는 가볍게 읽었지만 읽다 보면 컬링에 점점 끌리다가 그리고 나중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세상이 힘없는 자를 짓밟고 가난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도 않은 일에 범죄좌로 낙인 찍혀야만 했던 등장인물 '산적' 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심한 매질을 당해야 했던 며루치,으랏차 때문이였다. 아이들이 이름보다는 별칭을 부르기에 나도 그녀석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개패듯이 때리는데 요즘 동영상 무서워서 이렇게 팰까 싶다가도 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컬링은 최소 4명이 하는 운동이다. 스톤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관건인데 이것을 딜리버리라고 한다. 리드,세컨드, 서드, 스캡 순으로 딜리버리 하며 스캡은 팀의 주장격이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급수가 높아진달까. 얼음판에 물을 뿌려서 빙판이 얼어붙으로 우둘투둘해지는데 이것을 페블이라고 한다. 페블때문에 마찰력이 생겨 스톤이 휘게 되고 휘기 때문에 컬링이라고 한다. 돌땡이처럼 무거워보이는 원반, 이것이 스톤인데 이것을 던지면 양쪽에서 두사람이 미친듯이 비질을 한다. 이 비질을 스위핑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때 스위핑 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났던지. 스위핑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스포츠는 체력이 관건이다. 스위핑을 하면 빙판이 녹아 페블이 없어져 스톤을 밀어주고 방향도 정확해진다고 한다. 동계올림픽때 처음 보았지만 중앙에 놓인 스톤을 다른 팀이 밖으로 쳐낼때의 그 짜릿함이 느껴졌다. 단순한것 같아 보이지만 꽤나 고난이도의 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

 

산적과 며루치가 으랏차를 컬링에 끌여들이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읽으면 그 사연이 나온다. 은근히 잔잔함이 밀려오는 따스한 사연이다. 으랏차라는 녀석도 처음엔 싫다 싫다 하다가 좋다가 미치게 좋다가 되어버렸다. 마냥 아이들이  컬링을 하는 모습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 시절 그녀석들이 겪어야 하는 진통도 수반되어서 왔다. 말이 없는 산적의 어려운 집안 사정, 그리고 으랏차네 집안 사정, 며루치는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나 보다. 으랏차는 이책의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족이지만 여동생이 피겨를 하고 엄마는 거기에만 매달려 산다. 아빠는 지방에서 때아닌 기러기 아빠로 살고 주말부부로 지내고 으랏차는 엄마 없이 그냥 맨땅에 내놓은 자식처럼 산다.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라는 말 자식한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 자식을 위하는 길이 맞긴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자식과 부모 사이일지라도 누구때문에 산다는 그런말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라면 도망치고 싶어질터이다.

 

마지막부분에서 울컥 했지만 앞부분에서는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심장뛰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인생 전부를 걸어봐도 좋겠다. 인생이 길어서 한번 건다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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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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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책을 읽어봐야겠다. 재미있는 책도 좋지만 자꾸만 읽고 싶어지는 책, 당최 한글로 씌여있지만 영어처럼 느껴지는 책, 아마도 그런 책을 읽으면 내가 현재에 읽고 있는 책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가끔씩 책을 읽고 나면 마지막을 다 읽고서 책꽂이로 보내기 싫은 책이 있다. 그 책이 내게 명확하게 말해주진 않지만 마음속의 울려퍼지는 잔잔함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책과 가깝지 않은 나였지만, 반가운 책이 있다. 그것은 언니가 선물해주는 책이였다. 누런 서류 종이에 담겨져 있어서 무슨 책일까 받기 전에 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먹는 것을 더 좋아했지만 언니가 내게 선물했던 책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집중해서 열심히 읽었다. 다행히 언니는 나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선물해주었다. 노란 표지에 해바라기가 나를 보고 웃는 것처럼 느껴졌던 책표지가 떠오른다. 그 책을 지금 읽는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사실 그 책을 무지 좋아하였음에도 내용은 딱히 떠오르니 않는다. 좋아하기는 했을까 싶다.

학창시절에 좀 더 책을 가까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때 읽었던 책을 지금 읽으면 어떠할까. 많이 읽지 않은 덕분에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책 좀 읽었다고 으스대는 사람이 있다. 이책은 꼭 읽어 봐야 한다면서. 그럼 나는 그 책은 읽지 않겠다. 속좁게도 마음이 베베 꼬인다. 우리는 읽을 권리도 있고 읽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런데 읽지 않을 권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책읽는 즐거움이 크지만 읽는게 고역인 사람도 있을터인데 말이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 어쩌면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음을,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것도 같지만 생활에서는 잘 반영되지 않는 듯 하다. 남이 나와 다른 것을 참지 못하고 나와 전혀 상관없음에도 무례하게 군다. 그런 권리는 누가 준거야.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일이며,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그것은 때로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94쪽) 타인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머리로 이런 저런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냥 마음으로만 느낀다는 것, 참 좋은일이다. 어린시절에 친구를 사귈때, 마음이 시키는대로 했기에 마냥 행복한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생각하게 된다. 쓸데없는 생각, 그것이 좋지 않음에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머리가 굳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가벼워져야 할텐데. 아무생각없던 나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책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마음이 가는데로 해보는게 좋을듯하다. 자칭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책이 누구에게나 좋을 순 없으니까.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언제나 아득한 당신, 오늘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편지를 기다리는 내내 우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안녕히.(160쪽) 편지를 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편리하다는 것이 일상에서의 행복감을 빼앗아 버린 것 같아서 아쉽다. 친구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편지를 받았을때의 설레이는 기분. 늦은 밤에 친구에게 편지를 써놓고는 아침에 보니 유치해서 부치지 못한 편지들. 친구에게 답장이 오지 않아서 우편함을 서성이던 그 시간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안에서 찾아야 한다. 아마 이유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냥 좋으니까. 이 책은 모처럼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보석처럼 빛나는 책을 만났을때 침이라도 발라 놓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리고 따스함과 편안함.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정들이 올라온다. 행복한 바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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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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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이 이 책에 다 들어 있다. "깡패 같은 땡중 같으니라고(8쪽) 처음의 시작은 이렇다. 말도 안되는 물건을 주지한테 얼떨결에 돈주고 사온 것이다. 봄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중고매장을 동업하고 있으나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인데 가사사기가 딱히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물건도 히구라시가 사오고(버릴 물건을) 판매도 하고 사건의 진상도 풀어낸다. 미나미군이라고 할때는 남자인 줄 알았다.(아직 일본 성과 이름에 적응이 덜 되었다.) 미나미 나미로 거꾸로 읽어도 이름과 성이 같다. 하여튼 나미는 중학생으로 중고매장에 살다시피 한다. 개인적인 사정은 겨울편에서 등장한다. 땡중은 여름편에서도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는데 알면서도 가는 히구라시 "너 부잣집 아들이냐?"  매번 적자를 면치 못한다지만 정작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번째 가을편에서는 주지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건을 비싸게 팔아 먹는 이유가 매우 정당하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되는 물건 비싸게 팔아도 괜찮은거요. 괜찮다고 한다. 바보처럼 보이는 히구라시는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손해봐도 괜찮다고,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히구라시의 그런면, 가사사기의 엉뚱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모습에서 사람냄새가 난다.(심하게 난다 싶다.) 이런 사람이랑 동업하면 간당간당하게 입에 풀칠만 하게 될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괜찮을터이다.

돈이 많아서 주체할 수 없게 되는 것도 꽤나 좋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일을 하게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가 펼쳐지면 마무리와 수습은 히구라시가 한다. 가사사기의 추리력도 나름 괜찮다고 본다. 다만 수습은 안될뿐이고 나미는 마냥 가사사기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중고매장에 흘러들어오는 물건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봄편에서는 중고매장에 흘러들어온 청동에 얽힌 사연을 풀어낸다. 히구라시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일이 잘 풀렸다.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수습을 잘하는 히구라시를 보니 내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 히구라시는 나미를 매우 걱정하는 편이다.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를 대략 꾸며주고 자신이 수습하는 이유도 다 나미를 위해서다. 그럴때보면 바보처럼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 어떤면에서는 안그럴까 싶지만.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고 있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가 생각건대 구부러진 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161쪽) 어쩌면 히구라시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사사기와 나미가 모르고 있을 꺼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가사사기는 정말 모를꺼지만. 혹시 어리버리한 척 하면서, 바보인척 하면서 가장스럽게 더욱 꾸며내는 인물이 가사사기 일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말았다. 그건 분명 아닐꺼라는 생각이 든다. 툭툭 털어내면 아픈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가사사기의 개인적인 사정이야기도 듣고 싶고 히구라시의 개인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다. 가사사기는 털어봤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 인물일꺼라 단정짓고 싶지 않다. 웃길 것 같지만 웃기지 않는다. 어쩌면 눈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감정을 깊이 쑤시고 들어 오지는 않고 적당히 배회만 해주니 그것도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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