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이 책에 다 들어 있다. "깡패 같은 땡중 같으니라고(8쪽) 처음의 시작은 이렇다. 말도 안되는 물건을 주지한테 얼떨결에 돈주고 사온 것이다. 봄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는 중고매장을 동업하고 있으나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인데 가사사기가 딱히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물건도 히구라시가 사오고(버릴 물건을) 판매도 하고 사건의 진상도 풀어낸다. 미나미군이라고 할때는 남자인 줄 알았다.(아직 일본 성과 이름에 적응이 덜 되었다.) 미나미 나미로 거꾸로 읽어도 이름과 성이 같다. 하여튼 나미는 중학생으로 중고매장에 살다시피 한다. 개인적인 사정은 겨울편에서 등장한다. 땡중은 여름편에서도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는데 알면서도 가는 히구라시 "너 부잣집 아들이냐?"  매번 적자를 면치 못한다지만 정작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번째 가을편에서는 주지 스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건을 비싸게 팔아 먹는 이유가 매우 정당하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안되는 물건 비싸게 팔아도 괜찮은거요. 괜찮다고 한다. 바보처럼 보이는 히구라시는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손해봐도 괜찮다고,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히구라시의 그런면, 가사사기의 엉뚱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모습에서 사람냄새가 난다.(심하게 난다 싶다.) 이런 사람이랑 동업하면 간당간당하게 입에 풀칠만 하게 될것이다. 그래도 좋다면 괜찮을터이다.

돈이 많아서 주체할 수 없게 되는 것도 꽤나 좋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일을 하게 되어도 좋을 것 같다.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가 펼쳐지면 마무리와 수습은 히구라시가 한다. 가사사기의 추리력도 나름 괜찮다고 본다. 다만 수습은 안될뿐이고 나미는 마냥 가사사기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중고매장에 흘러들어오는 물건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봄편에서는 중고매장에 흘러들어온 청동에 얽힌 사연을 풀어낸다. 히구라시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일이 잘 풀렸다.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수습을 잘하는 히구라시를 보니 내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든다. 히구라시는 나미를 매우 걱정하는 편이다.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를 대략 꾸며주고 자신이 수습하는 이유도 다 나미를 위해서다. 그럴때보면 바보처럼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 어떤면에서는 안그럴까 싶지만.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고 있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가 생각건대 구부러진 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161쪽) 어쩌면 히구라시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사사기와 나미가 모르고 있을 꺼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가사사기는 정말 모를꺼지만. 혹시 어리버리한 척 하면서, 바보인척 하면서 가장스럽게 더욱 꾸며내는 인물이 가사사기 일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말았다. 그건 분명 아닐꺼라는 생각이 든다. 툭툭 털어내면 아픈 상처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가사사기의 개인적인 사정이야기도 듣고 싶고 히구라시의 개인 이야기도 들어 보고 싶다. 가사사기는 털어봤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는 인물일꺼라 단정짓고 싶지 않다. 웃길 것 같지만 웃기지 않는다. 어쩌면 눈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감정을 깊이 쑤시고 들어 오지는 않고 적당히 배회만 해주니 그것도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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