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279쪽) 내가 좋아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일일 필요는 없다. 그냥 가는거지 뭐. 처음에는 가볍게 읽었지만 읽다 보면 컬링에 점점 끌리다가 그리고 나중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세상이 힘없는 자를 짓밟고 가난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지도 않은 일에 범죄좌로 낙인 찍혀야만 했던 등장인물 '산적' 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심한 매질을 당해야 했던 며루치,으랏차 때문이였다. 아이들이 이름보다는 별칭을 부르기에 나도 그녀석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을 개패듯이 때리는데 요즘 동영상 무서워서 이렇게 팰까 싶다가도 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컬링은 최소 4명이 하는 운동이다. 스톤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관건인데 이것을 딜리버리라고 한다. 리드,세컨드, 서드, 스캡 순으로 딜리버리 하며 스캡은 팀의 주장격이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급수가 높아진달까. 얼음판에 물을 뿌려서 빙판이 얼어붙으로 우둘투둘해지는데 이것을 페블이라고 한다. 페블때문에 마찰력이 생겨 스톤이 휘게 되고 휘기 때문에 컬링이라고 한다. 돌땡이처럼 무거워보이는 원반, 이것이 스톤인데 이것을 던지면 양쪽에서 두사람이 미친듯이 비질을 한다. 이 비질을 스위핑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때 스위핑 하는 것을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났던지. 스위핑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스포츠는 체력이 관건이다. 스위핑을 하면 빙판이 녹아 페블이 없어져 스톤을 밀어주고 방향도 정확해진다고 한다. 동계올림픽때 처음 보았지만 중앙에 놓인 스톤을 다른 팀이 밖으로 쳐낼때의 그 짜릿함이 느껴졌다. 단순한것 같아 보이지만 꽤나 고난이도의 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

 

산적과 며루치가 으랏차를 컬링에 끌여들이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읽으면 그 사연이 나온다. 은근히 잔잔함이 밀려오는 따스한 사연이다. 으랏차라는 녀석도 처음엔 싫다 싫다 하다가 좋다가 미치게 좋다가 되어버렸다. 마냥 아이들이  컬링을 하는 모습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사춘기 시절 그녀석들이 겪어야 하는 진통도 수반되어서 왔다. 말이 없는 산적의 어려운 집안 사정, 그리고 으랏차네 집안 사정, 며루치는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나 보다. 으랏차는 이책의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족이지만 여동생이 피겨를 하고 엄마는 거기에만 매달려 산다. 아빠는 지방에서 때아닌 기러기 아빠로 살고 주말부부로 지내고 으랏차는 엄마 없이 그냥 맨땅에 내놓은 자식처럼 산다.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사는데" 라는 말 자식한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 자식을 위하는 길이 맞긴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 자식과 부모 사이일지라도 누구때문에 산다는 그런말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라면 도망치고 싶어질터이다.

 

마지막부분에서 울컥 했지만 앞부분에서는 가볍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심장뛰게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인생 전부를 걸어봐도 좋겠다. 인생이 길어서 한번 건다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되지도 않는다.

 

이책은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 http://cafe.naver.com/readbook.cafe 에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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