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보더: 1. 고스트 페인 (20p 해설집)
키세 카즈치카 감독, 사카모토 마야 (Maaya Sakamoto)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1. 공각기동대가 약간 어려운 감이 있다면 공각기동대 어라이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여태동안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해석하기 난해했던 공각기동대가 기존의 철학적 어휘를 집어치우고 그동안 이곳저곳에 뿌렸던 떡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꽤 시간이 지난 SF라서 이젠 에반게리온처럼 한물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원작영화는 2000년도에 리메이크해서 더 최첨단으로 변환시켰고, 게다가 아예 사람의 뇌에 칩을 넣어 정신을 네트워크화시키는 등 워낙 파격적인 소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지금 보기에도 전혀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 마치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전체주의(조지 오웰의 1984년)는 더 이상 소재로 먹히지 않는 반면, 욕망과 말초적인 자극의 네트워크화(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여전히 SF의 세계관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더 1에서는 말 그대로 소좌의 어린 시절이 나온다. 목소리도 상당히 앳되고, 자신의 상사였던 중사에게 충성을 바치는 마음도 각별했다. 수사 도중 잠깐 실수를 저질러서 전뇌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기억을 조작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아마 이 영화를 까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소좌는 그렇지 않아!'라는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머리스타일도 원작에 비교하면 훨씬 짧아서 어린 소년같은 느낌이 한층 더하다. 그에 비하면 아라마키 다이스케는 국회의원에게 할 말 못할 말 다하고 아주 정치계열에서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는 혈기 끓어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 시절엔 더 먼치킨이셨는 듯 ㄷㄷㄷ 

 

 2. 보더 2에서는 소좌 외의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아마도 스토리를 가장 체계적으로 잘 짠 곳이 어라이즈 시리즈 중에 이 부분밖에 없을 것이라 짐작된다. 떡밥도 사진에 나오는 비비라는 인물 딱 하나 외엔 드러내지 않는다. 무슨 소린가 하면 이렇다. 공각기동대 SAC 2기에서 다치코마들이 죽기 전에 자신들이 미군 위성에 타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소좌가 왜 자국의 위성을 쓰지 않았는지 의아해하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이 비비라는 AI는 미군의 특수부대에서 파견되었다고 하던데, 그녀가 고스트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고 소좌가 크게 관심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시험상 다른 AI들에 비해 좀 독특해보이는 다치코마를 거기에 넣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소가 대령은 카르디스탄 학살의 전범으로 찍혀서 사형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의 휘하에 있는 게 바토. 그는 감옥에 가서도 군의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상태였고, 마지막 재판 날 일본의 모든 교통관제를 해킹한다. 당시 자동으로 운전하는 차가 대중으로 유통된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그 과정에서 병렬화를 막는 것을 없애기 위해 미군 특수부대의 모듈 병렬화 해제 코드를 빼앗았는데(이것도 AI가 모듈을 멋대로 반출해서 국방성 차관을 조작했다는 게 밝혀진다.) 그 모듈을 막는 게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특수부대 중 한 명인 비비가 다시 코드 복제판을 독립폐쇄 가능한 AI 다치코마에게 그것을 씌운다. 모듈은 바로 구 실리콘밸리의 큰 손 7사가 공동개발한 매스필드유닛이었다. 그것은 일본 측과 미국 측이 극비에 규격을 공유하기 위해 반입된 모델타입이었다. 그것을 이용해 그들은 저용량의 뭔가를 대량으로 병렬화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본의 모든 차량을 통제하는 데 성공한 대령은 군사 데이터베이스를 요구한다. 그것을 사용하여 과거 공안과 정부의 기밀을 전세계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전후 가장 뒤처진 나라로 세계에 예속되는 것이라 한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세계에 저지른 치부와 그 외 숨겨진 비밀들을 다 까발리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나?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이런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전후 모든 전쟁영웅을 숙청하려는 일본 정부, 그 틈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대령. 피해자와 가해자가 완전히 뒤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령을 포함한 그들 모두가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까닭은 정부의 은폐뿐만이 아니다. 그들 모두 다 결국 국민을 우롱하려는 행위를 택하기 때문이다. 잠시 영웅행세를 하던 대령은 국민을 인질로 잡아 차관이 판도라를 팔게 만들려한다고 사람들을 눈속임시키고는 즉시 판도라를 열어젖히려 한다. 여기서 문제는 내무성이 정말로 돈을 줬다는 데에도 있지만, 78부대가 전범 용의를 벗는 것도 기다리지 못한 그의 성급함에 있다. 그 와중에 전쟁 중 일본에서 대령을 포함한 78부대에게 바이러스를 심어놨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더군다나 대령은 뻔뻔하게도 돈과 정보를 들고 해외로 망명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니 정부도 대령도 둘 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스토리에서도 공각기동대 팀이 진지함과 난해함을 벗어던지고, 블랙코미디 요소를 최대한 증가시키려 노력했다는 게 드러난다. 딱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일은 아니고 말이다.

 

3. 보더 3에서는 새삼 소령을 모에화하려고 작정했는지 새빨간 드레스를 입히거나 새삼 나신을 등장시키거나(...) 한다. 내용도 사실 그닥 시덥지 않은 구석이 많다. 아무래도 소좌에게는 한창 때였는지 주변에 남자가 많이 꼬였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때 소좌의 성격이 불끓듯 했는지 남자가 며칠도 안 되서 바뀐다;;; 그리고 유달리 3개월 정도 관계가 진행된 남자가 있었는데, 그 시점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다루는 소령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소좌 다음으로 많이 출연하는 게 바토이다. 바토가 처음으로 소좌에게 질투를 느끼게 하려고 작정한 듯도 하고... 소좌가 고스트에 잡입하여 바토가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치는 장면을 연출하게 만드는 장면은 확실히 재밌긴 했다;;; 바토에겐 미안하지만.

 

 근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소령은 오히려 토구사에게 더 환심이 생긴 듯하다 ㅋㅋㅋ 저 때부터 바토는 쳐다보지도 않았구나 싶기도 하고... 소령이 좀 누님 타입이라서 그런지 소령 자신이 연하 남자에게 더 흥미있는 듯. 아무래도 보더 4에서는 토구사를 형사에서 공안 9과로 빼돌리기 위해(소령을 제외한 대원이 6명 이상이어야 정부에서 예산이 나온다나? 하지만 토구사가 공안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5명이었기 때문에 아라마키 소장의 비공식기관으로 등록되었고, 공안 9과의 무기나 네트워크 시스템 업데이트같은 것도 전부 다 자비로 했다는 듯.) 소령이 분발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은데,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4. 근데 소령 은근히 이분 닮지 않았음? 앞머리 깐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 분의 팀 이름도 어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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