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식탁 - 양장,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오렌지디 인생학교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이용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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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요리 레시피들... 도구와 재료의 부재로 시도해보지도 못할 레시피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ㅠㅠ 누군가에겐 ˝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레시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엔 공감. 그러나 알랭 드 보통의 글은 이번에도 역시 ...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는 가슴 아픈 사실도 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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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3-2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가슴 아픈 리뷰였네여...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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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연달아 읽게 된 사랑과 돌봄이 주제인 책들. 사랑에 수반되는 복잡 미묘함과 모순된 감정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돌봄에서 파생되는 ˝감정과 사유, 성찰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고, 어쩌면 양립이 불가능할 듯도 한 사랑과 정치, 사랑도 정치적이라는 말이 아프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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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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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문제는 왜 언제나 여자들에게로만 귀결이 될까. 엄마라서 딸이라서 며느리라서 심지어 할머니라서, 큰 엄마라서까지... 어떠한 이름이어도 여자들 뿐이어야 할까. 다른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쉽게 떠오르질 않는다. 부정하면서 나도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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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좋아하는 대추를 사 가자며 나는 앞서가는엄마를 불러 세웠다. 우리 할머니보다 열 살은 족히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대로변 인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대추와 깐 마늘, 쪽파 등을 팔고 있었다. 대추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흔들며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엄마는 대춧값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대추를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게 나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집에 넘쳐 나는 게 대추였는데." - P11

"야, 너 진짜 효심 하나는 인정. 완전 찐사랑이다. 찐!"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할머니가 좋아하시겠지?"
"당연하지. 할머니는 원래 그냥 너 쳐다만 봐도 좋아해. 어제도 못 봤냐, 너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얼굴 환해지시는 거. 할머니 이 대추 드시면 자리 털고 일어나실지도 몰라. 이게 보통 대추냐, 네 정성 때문에라도 할머니 오래 사시겠다."
"그건 아닌데."
영석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 뭐가?"
"대추나무에 그래서 올라간 건 아닌데."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대추를 기분 좋게, 맛있게 드시고, 그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올가을이 지나기전에 꼭."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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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경관 속을 걸을 때 어떻게 선주민이 외부인보다 일반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전언하고 있다. 선주민이 사는 곳 바깥에서 온 외부인이 속한 문화에서는 더 이상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에 높은 가치를 두지 않으며, 이런 감수성을 "원시적" 자질로 치부하고 "선진" 문화에서•온 사람은 이미 거기에서 탈피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이렇게오만한 태도가 결국 장소와의 신체적 친밀감이 제공하는 엄청난 무형의 가치를 묵살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 P197

그래서 친밀감의 욕구를 무시하는 사람을 보면 무례함을 무릅쓰고서라도 말해주게 된다. 인간이 고독을 벗어던지기란 불가능하다고 아울러 자연을 경시하는 문화에 속한 사람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쉬이 떨쳐낼 수 없으리라는 말도. - P197

근대 문명의 특징인 실존적 고독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것은 얼마쯤은 장소와의 관계에 치유적 차원이 있다는 믿음을내버린 탓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 세계에는 인식 가능하며 그렇기에 관찰자를 포용하는 패턴들이 항상 존재한다. 끝없이 복잡한 이 패턴들을 부단히 새롭게 느끼는 감각은 세상에 혼자라거나 삶이 덧없다는 느낌을 약화시킨다. 
결국 장소를 깊이알고자 하는 노력은 어딘가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인간의 소속 욕구를 표현하는 일이다. - P197

젊을 때는 여행하며 거쳐가는 장소에 대해 동행인이 뭔가 굉장히 통찰력 있는 말을 하면 더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감정은 똑같은 깊이의 지식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 그이처럼 특정 장소에 분명하게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내가 서 있는 장소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가까웠다. - P198

회색곰이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을 때 그건 단지 곰 한 마리가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장면은 한 세계로 통하는 진입점이다. 
우리 대다수는 다른 곳에 가려고 그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덤불숲에서 블랙베리 열매를 거덜내고 있는 회색곰에 대해 그저 생각만 하는 편이 낫다고 믿어버릴 테지만. - P198

이 순간은 "초대"다. 
누구든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참여하라고 곰이 내미는 초대장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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