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읽은 책이 또 많이 쌓여서 긴 정리를 할 필요가 생겼다. 1월 현재 21권 정도를 읽은 것 같으니 나쁘지 않은 속도.  깊이도 좋고 음미하는 것도 좋고, 좋은 글을 찾는 것도 좋고, 독서란 그저 좋은 것인데, 질과 양 모두 각각 중요한 면이 있고 나는 일단 40-80세 사이에 만 권을 읽기 위해 양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독만권서 행만리로'에서 반 이라도 실현하려는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건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로 형편이 안 될 때 그걸 못한다고 자책하거나 아쉬워만 하고 있지 말고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야한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 여행도 열심히 다니는 날이 곳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실 많이 아쉬운 건 아니다. 완벽한 준비 없이도 떠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인생의 어느 즈음에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로 조금 더 준비를 갖추고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의 운동은 오후로 미뤘다. 한번에 3시간이 넘는 운동을 하면서 근육운동과 심폐운동을 함께 하면서, 거기에 심지어 개인기록을 갱신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운동을 진행한 덕분에 24시간이 지난 오전까지도 몸이 덜 회복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소 굳은 건 운동을 하면서 풀어주면 그만이지만 에너지가 너무 떨어져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운동 보다는 횟수를 채우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는 경우 나쁘지 않겠지만 오늘 내가 목적한 수준의 운동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오후 한 시나 두 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 사후에 나온 책. 잭과 그의 개, 박쥐와 그의 백작, 고양이와 마녀, 목사와 까마귀, 박사와 그의 거인과 쥐, 드루이드와 뱀, 그리고 탐정과 다리를 저는 그의 조수.  이들이 한 마을로 모여들고 개방자와 폐쇄자의 역할이 예상되는 거대한 이벤트,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결정하는 싸움을 하게 된다. 탐정과 조수는 그 이벤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끼어들었고, 개와, 고양이, 박쥐, 까마귀와 쥐, 뱀이 함께 얽혀 사건을 풀고 만들어 간다. 개방자가 승리하면 선주신들이 세상으로 나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할 것이고 폐쇄자가 승리하면 세상은 그대로 흘러갈 것이다. 이 다양한 유명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데 이야기의 흐름도 무척 즐겁다. 결말은 물론 세상은 as is 로 남는 것이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의외의 인물이 세상은 이대로가 마음에 든다고 폐쇄자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젤라즈니의 작품들은 한 개도 허투른 것이 없이 높은 수준의 문학성과 가독성을 갖고 있다. 


혼자 이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가끔 나오는 인종편견 혹은 외모에 대한 묘사가 눈에 거슬린다. 도서관에 읽은 책을 반납하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싹 쓸어왔다. 아마 이번에 갖고 온 녀석들을 다 읽으면 한동안은 다시 그곳에 갈 일이 없어질 것이다.  못간 곳이 태반이라서 일단 유럽에서 여행의 시작을 갖고 싶은데 중남미의 어딘가를 간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하고 싶어졌다. 나이도 있고 갈 곳은 널려있으니 가능하면 일반 발전된 국가의 도시를 위주로 다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휘리릭 읽어제꼈다.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쪽으로는 워낙 지식이 일천하여 기회가 되면 늘 개론서를 찾아서 조금씩 읽어본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지식은 낮아서 이번에 마침 라즈웰 호소키의 책이 눈에 띄길래 구했다. 한국의 재즈관련서적도 훌륭하지만 좀 길고 복잡한 탓에 일목요연한 개론서가 아쉬웠는데 이 책은 딱 그 역할에 제격이다. 하루키의 책도 좋고 남무성의 책도 좋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 책으로 일단 시작하면서 추천하는 대표적인 음반을 찾아서 듣고 좀더 심화된 과정으로 나아가면 좋을 듯 싶다.  너무 단순화한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시대와 장르를 구분했고 유명한 주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어차피 처음엔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봐야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기본개념을 익히고 일단 들어보면서 조금씩 관심을 넓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히 잘 짜여진 책.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을 읽고서 넘어오게 된 책. 유수의 대학연구소에서 어마어마한 기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된 전생기억에 대한 연구와 추론. 결론적으로 '과학'이라는 체제안에서 확실하게 증명된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이를 완전히 부정하기엔 너무도 많은 증거를 통해 '전생'이란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기억하는 건 실제로 살았던 다른 사람의 '삶'이란 것이다. '과학'이란 대부분 실험실에서 같은 조건과 환경으로 특정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에 전제를 두고 현상을 증명하게 되는데 그걸 모든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에서 상당한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다. 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걸 바라보고 규정지을 뿐이지까 '과학'이 인류의 진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그것이 궁극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  과학으로는 설명하는 못하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빌 호지스 3부작'의 하나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국어번역으로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 듯. 뭔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늘 익숙한 무엇이 있었는데.  추리소설에 가까운데 스티븐 킹 하면 역시 서리얼리즘과 호러가 결합된 것이 좋다. 'It'이나 'Insomnia'같은 것들 말이다. 


일본에는 이토 준지가 있고 미국에는 스티븐 킹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둘 다 기묘한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고 둘 다 이상한 것들에 대한 포비아가 가득하고 거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다르며, 세상이 눈을 통해 머리로 들어올 때 대충 쓰리쿠션 정도를 맞고 굴절되어 인식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번 비슷한 방향의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갑자기 차로 사람을 덥쳐 여럿을 죽이고 사라진 살인자가 다시 나타나려 하고 은퇴한 형사가 그를 잡는 평범한 이야기.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지만 스티븐 킹은 역시 서리얼한 호러쪽이 더 맞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오락이 하고 싶어지는 만화. 지금은 홈콘솔과 PC가 사실상 오락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32비트, 아니 64비트까지만 해도 사실 홈콘솔과 PC가 오락실을 따라가면 시절이었는데, 그때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려준다.  슈퍼닌텐도로 호환된 Street Fighter 2가 처음 나올 때 70불 하던 롬팩을 (기름이 갤런당 1불 하던 시절 - 지금은 지역에 따라 3-4불 - 알바시급이 5불 정도였던) 사서 밤새도록 갖고 놀던 기억. 생각해보니 지금은 프로선수들도 여성들이 많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오락실엔 여자애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고, 그나마 있었던 애들은 주로 보글보글이나 테트리스를 했던 것 같은데 여주는 모든 오락에 통달한 천재이면서 격투대전게임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능력자이다. OVA 시즌 1 정도가 여기서 끝나는 것 같다. 애장할 시리즈.  언젠가 갖고 있는 오락기들을 다 펼쳐놓고 PC방처럼 꾸민, 만화책과 무협지로 가득한 남자의 동굴을 갖는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만...


책읽기와 책모으기 등 관련된 책을 정말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이런 책은 처음 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계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 모임에서 쫓겨나는 지독하게 eccentric한 사람들. 서로의 신분은 베일에 가려진채 책을 통한 페르소나로 만나는 이들의 모임은 독서중독을 넘어 덕후에 가까운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읽기에 대해 그간 접한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책이다. 만화형식을 빌려 읽기도 좋고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괜찮은 이야기. 






삼국지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아마 2012년 아니면 그 이전에 박종화의 삼국지를 읽은 것이 아닌가 기억된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까지 계속 즐겨 읽었으나 이미 내가 그의 머리를 outgrow 한 상태라서 보관하고 있는 책을 좀처럼 펴볼 생각이 들지 않았고 얼마 전에 구입한 정사 삼국지는 아직 모셔놓고 열진 않았다. 그전부터 장정일의 삼국지를 볼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열 권을 완독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롭게 쓰인 삼국지를 표방하면서 취지에 걸맞게 작가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추론을 이야기에 넣었다. 덕분에 보통은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가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졌고 꽤나 상식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재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연의 원전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던 점도 좋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경계가 좀 모호했고 선택 또한 완전히 agree하지는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뭐랄까 조금 산만한 경우가 그래서 있었던 것 같다.  후삼국지를 구해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도 몸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팔목부터 어깨, 다리 등등. 그래도 오늘 운동을 해줘야 이걸 풀고 내일의 운동도 즐겁게 push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쉬고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gym에서 여유롭게 보낼 것이다.  마음은 순수하되 뇌와 몸은 조금 섹시해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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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시월의 밤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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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화와 전승, 소설의 모티브가 차용된 종합선물세트. 읽으면서 바로 알아볼 수 있다면 판타지, 추리, 호러 등 다방면에 있어 괜찮은 수준의 독서이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의 미래를 두고 벌어지는 개방자와 폐쇄자의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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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남미 - 쿠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100일간의 남미 여행
이미혜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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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 반납하면서 집어온 여행기. 2015년부터 1월이면 늘 하와이로 떠났었던 휴가를 연기한 아쉬움을 달래려 읽었다. 더도 아닌 덜도 아닌, 딱 그 만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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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잘 활용하면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오늘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다가 gym이 여는 오전 여섯 시에 맞춰 나갔다. 계획했던 대로 chest, back, shoulder 각 일곱 가지의 운동을 세 세트씩 해준 후, 주저하지 않고 (사실 살짝 미룰 마음이 있긴 했다) 기계위로 올라갔다. 2마일만 뛰고 나머지는 걷다 뛰기를 해도 5마일은 할 수 있을 것으로 가볍게 마음을 먹었으나, 어쩌다 보니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5마일을 쉬지 않고 달린 날이 되어버렸다. 65분 동안 총 6.5마일을 뛰고 걸었는데 처음 5마일을 45분 정도에 뛴 것 같다. 이후 26-7분의 spin으로 예정했던 2000 kcal를 채울 수 있었다.  역시 많은 면에서 관점과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내일은 이 정도의 성과는 어렵겠지만 오전에 weight를 하고 스핀을 돌린 후 오후엔 달리기를 해볼 생각도 하고 있다.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weight 후 다시 달리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4.5마일을 넘어갈 무렵부터 무릎이 조금 아프긴 하더라.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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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한 후, 달릴 계획이었으나 지친 몸을 끝내 gym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덕분에 주말의 부담도 늘었고 상대적으로 예상되는 성과도 줄었다.  아주 작은 한계이지만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말 이틀은 강하게 push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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