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벌새」를 읽을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정희진 선생님 글만 읽으려고 했다. 예약한 사람들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가 오늘 대출해 왔는데, <작가의 말>을 읽고는 바로 읽기 시작해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내일 구역예배 차례가 우리집이어서 거실 빨래건조대 치우고 여기저기 쓸고 닦아야 하는데,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런 구절에서는 잠깐 책을 덮었다. 끓어오르는 이 느낌은 커피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그 무엇 때문인가. 




탈코르셋 주장이나 『82년생 김지영』은 중년 여성의 젠더 이슈가 아니다. 여성의 계급은 나이와 외모다. 나이 든 여성이나 장애 여성,이주 여성이 겪는 세계는 젠더로 환원되지 않는다. 한국의 기혼 중년 여성은 무엇으로 사는가. 남편이 출세하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완벽한 가정‘은 드물다. 아니, 무엇보다 그것은 남편과 자녀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지, 타인이 대신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엄마는 비난만 받을 뿐이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 전업주부든 여배우든 경력 단절 여성이든,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이들을 돕는 인프라가 전혀 없다. ([지금, 여기의 프리퀄 <벌새>], 정희진, 245쪽) 





내가 한국의 기혼 중년 여성이어서 그런가. 단어들이 하나하나 분리 되어서는 성큼성큼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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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이민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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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탔다. 고등학생 명이 앞에 섰다. 같이 노래방을 가는 길이다. 노래를 오래오래 부르자고 이야기한다. 이젠 뻔히 아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초등학생  화장을 시작한다. 화장을 제일 많이 애들은 중학생이고, 제일 잘하는 애들은 고등학생이다. 앞의 아이들은 고등학생들이다. 바로 앞에 있는 아이는 왼쪽 귀에 귀찌를 4 했다. 오른쪽 귀에도 귀찌 4. 옆에 아이는 귀찌 4, 구멍은 3. 연결되어 있는 형태의 귀찌를 했다. 맞은편의 아이는 개만 했다. 형태의 달라붙는 귀찌를 했다. 이런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오늘날 학교에서 학생의 외모를 단속하는 강력한 힘은 학교에서 내려오는 꾸밈 금지 규칙이 아니라 또래와 미디어로부터 형성되는 꾸밈 압박이기 때문이다. (110)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같은 중학교를 다니는데, 큰아이가 다닐 때만 해도 아이들은 피부화장에 틴트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했다. 검사가 집중되는 주간에는 아이들이 선생님을 피해 도망다니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물론 벌점 대상이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이루어진 학생 용모와 복장에 대한 설문 조사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학부모와 교직원은 마음이었으나, 학생들은 일치단결하여 색조화장을 포함한 전면적인 화장 허용과 갈색계통의 염색 허용, 체육복 등교 등의 쾌거를 이룩해냈다. 체육복 등교는 언제나 환영이다. 학교에 가는데 정장에 가깝게 디자인된 교복을 입을 필요가 어디 있나. 하지만, 체육복 입고서도 퍼펙트 신부 메이크업으로 하교하는 환한 얼굴의 중학생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 없다. 




탈코르셋이 페미니즘 확산의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 되리라는 동의한다. 전쟁은 항상 여성의 위에서 일어난다. 정결하지 않은 , 혐오스러운 몸의 대상은 여성의 몸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강제되는 것도 여성의 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임신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여성몸의 소유권이 남성에게 있어왔음을 확인해주는 증거다. 전시강간은 일부 군인들의 탈선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 장려되는 효과적인 전쟁 시나리오 중의 하나였으며, 강간은 여성을 움츠려 들게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다. 이별을 선언하는 여성은너와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 나체 사진을 유포시키겠다라는 협박에 수도 없이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며, 다이어트, 성형, 미용, 화장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모든 전쟁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여성의 몸이다. 탈코르셋은 여성의 위에서 이루어진다. 



탈코르셋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한다. 선택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아닌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개인의 욕망을 너무 소극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외모를 포함해 아름다운 외연의 추구가 인간만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의무가 의무가 아니기 위해서는 이상 기본값이 기본값이 아니어야만 한다. 각자의 원판 위에 선택지를 하나 추가한다 해도 디딘 판을 교체하기 전까지 의무는 선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이 사회로부터 언제 자신에게 부여되었는지도 모르는 의무를 수행해 다시금 값을 공고히 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설정된 기본값은 사회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작은 꾸밈의 중지이다. 일상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꾸밈의 중지가 사회운동이 되는 까닭이다. 내가 꾸밈을 중지한 이후에 비로소 사회가 여성 개인에게 부여한 기본값을 인식하고 그것의 재조정을 개인적으로 경험했듯,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얼굴에 부여된 기본값의 사회적 재조정을 꾀한다. (43)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서 탈코르셋 운동은 코르셋을 벗어버리는 있다. 서양 여성 복식의 일부로서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내장을 파열시켰던 도구인 코르셋(119) 아니라, 아름다움을 위해 여성의 몸에 강요되었던 모든 종류의 고통을 거부한. 주머니가 없는 인형옷 같은 여성복, 길이도 밑위도 짧은 불편한 여성용 바지, 청순한 여성의 필수아이템 머리카락, 죽을 같은 고통을 매번 선사할 뿐만 아니라 기형적 변형을 일으키는 하이힐, 건강에 치명적인 마스카라, 안구건조증을 유발하는 렌즈 착용,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실제로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살인적 다이어트. 



페미니즘 담론 중에 어느 것이 쉬울까마는, 외부의 실천을 표방하는 탈코르셋 운동은 쉽지 않다. 탈코르셋을 타인의 외형은 그것만으로도 여성들의 외모/꾸밈 강박을 직면시킨다.(228) 탈코르셋 하지 않은 사람은, 탈코르셋 사람을 보고의지를 가지고 꾸미지 않기로 선택 사람을 보게 된다.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스스로의 용기 없음을 알아차린다. 



가부장제의 존속을 가능케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낭만적 이성애에 기반한 결혼과 가정이다. 이성애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것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구분/구별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각종 꾸밈이다. 여성임을 드러내는 몸가짐, 외양, 말투. 견고한 성을 부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무기가 탈코르셋이다. 





나의 인지부조화는 나만의 것이 아니어서,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는괜찮아?”라고 다정하게 물어봐 주기도 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어가면서 했던 고민들이 다시 뿌옇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혼하지 않아도 페미니스트일 있을까. 크리스찬이어도 페미니스트일 있을까. 사회적으로 고용되어 급여 받는 일을 하지 않아도 페미니스트일 있을까. 



답을 찾을 없었던 숱한 고민의 밤에 더해, 다른 물음이 내게 묻는다. 탈코르셋하지 않아도 페미니스트일 있을까. 







탈코르셋 운동이 문제에 맞서 직접 행동하자는 2015년 이후 페미니즘의 기조를 이어받은 운동이라는 점은 이부분에서 특히 시사적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안기는 고통으로부터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자신의 마음밖에 없어 마음먹기를 달리함으로써 문제를 받아들이던 여성은2015년 이후 기존의 접근을 버리고 직접 행동을 취했다. 이와 같은 행동주의는 규범적 여성성에 대해 사유를 확장하는 방식을 고수하던 페미니즘 내부에서의 접근 대신 탈코르셋이라는 외부의 실천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강박증 치료에는 행동치료가 쓰이고 있다. 지속적 행동으로 일어나는문제는 행동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강박증 치료에서는강박행동을 다르게 생각하는 대신 강박행동을 참는 반응예방법과 두려움을 직면하는 노출치료의 결합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6쪽)

탈코르셋이 치료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페미니즘의 기조로 일어난 행동주의가 여성 개개인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치료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접근이었다고 설명될 수 있는 까닭이다. 혜민은 두려움을 직면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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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응원하고, 지적으로 동경하며,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님이 KBS 열린토론  <인물토론, 유시민에게 묻는다> 출연하셔서, 문사철이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이 답을 있다는 알게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작가님이, “그거 뭐죠. 여성 식물학자가 그거는, 제가 읽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부분이다.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우주에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넓고 넓은 세상에서 ,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 나는 서서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105)  




패널로 참석한 명의 교수님들이 알면서 대답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찌되었든 누구도 책이 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들 겸손해서 그러신 거라 추측한다. 나는 아니다. 유투브로 방송을 보고 있던 나는, 가족이 들으라고 크게 소리쳤다. 랩걸이야. 책은 랩걸이라고!!! 



















작가님에게 지적 자극을 줬던 중에서, 2009년도판종의 기원』 이야기도 하셨다. 찾아보니 올해에 <드디어 다윈> 시리즈 1권으로 재출간되었다. 하릴없이 책을 대출했고, 『종의 기원을 읽다』 이북으로 사두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종의 기원을 읽다』 먼저 읽고 있다. 

















욕심 내지 말고, 차근차근 차례차례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글쓰기가 뭐라고』  번째 읽으면서 세상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강준만 교수님이었는데.

나는 이렇게 사이를 서성인다. 하릴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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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있는데.. 종의 기원을 읽다... 있는데.....🙄

(있기만해요)

단발머리 2019-10-22 21:58   좋아요 0 | URL
전 뭐랄까요... 읽고 있는데 읽었던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죠.
읽었나? 아닌가? 하다가 또 딴 짓해요.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늘의 명대화편.
동생 : 언니, 카레 좀 싸가도 돼?
언니 : 응, 다 싸가도 돼. 난 또 만들면 되니까.
동생 : 앗싸!

syo 2019-10-2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지만 명사가 떠오르지 않는 지병에 걸리신 게 아닐까요. 이택광 선생님은 몰라도 이종필 선생님까지 몰랐다면 슬프네요..... 모르지 않으셨을 거야......

단발머리 2019-10-23 07:55   좋아요 0 | URL
영상 속의 느낌으로는 이종필 선생님은 아시는 것도 같기는 해요. ㅋㅋㅋㅋㅋ 끄덕이는 느낌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모르셨을까 싶긴 해요.
하긴, 사실 모를수도 있죠. 대중서잖아요. 교수님들 대중서 잘 안 읽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23 08:48   좋아요 0 | URL
‘아는 데 말 안하고 참는 것처럼 끄덕거리기‘ 스킬이 발동한 것은 아닐까요 ㅋㅋㅋㅋ 저 그거 잘 하는데..... ‘교수님, 교수님 말씀 저 다 알아 들어요‘버전으로 많이 했는데 ㅋㅋㅋ

단발머리 2019-10-23 08:53   좋아요 0 | URL
저의 궁금 포인트는 교수님들도 우리처럼 그러는가~~ 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런 경우 많지요. 네네, 다 알아들어요. 그럼요, 암요.
하지만 교수님들도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방송에서는 세 분 다 뭐..... 유시민 작가님 좋아한다, 대단하다, 대단하시다 생각한다, 그런 말이 끊임 없었지만요.
그 점에서는 교수님들이랑 나랑 똑같네요.
유작가님, 좋아합니다.... 참말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10-23 08:58   좋아요 0 | URL
그분들도 다 뉘집 아들딸들이고, 뉘교수의 꼴통제자들이었을텐데, 사람 다 비슷할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종필 쌤 저렇게 생기셨구나....

단발머리 2019-10-23 15:57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정말 비슷할까요. 아닐것 같아요. 왠지 교수~~~ 하면... 크햐~~~~~
이종필 교수님 책도 꽤 되더라구요. 전 동영상 보고 네이버 검색했는데 다른 분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긴 머리가 어울리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 읽어볼까 싶습니다. 과학문외한으로서^^
 


















여자는 출생에서부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실을 인정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남녀평등시대에 더해 여성상위시대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외침이 늘어난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여성 지위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항상백래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연대는 조직적으로, 집단적으로 그리고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럴까. 여성간의 연대는 이렇게 어려울까. 





여자들은 타자와 대결해서 싸울 있도록 자신들을 하나로 뭉치게 현실적인 수단이 없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과거나 역사와 종교를 갖고 있지 않고, 프롤레타리아처럼 노동과 이해의 연대성도 갖고 있지 않다. 여자들 상호간에는, 미국의 흑인이나 게토의 유대인이나 생드니의 르노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가 공유하는 어떤 장소의 집단성도 없다. 여자들은 주거·노동·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매이고 아버지나 남편 같은 남자들의 사회적 신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여자들보다 남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들 사이에서 분산되어 살고 있다. 부르주아 여성은 부르주아 남성과 연대성이 있으며, 프롤레타리아 여성과는 관계가 없다.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이 아닌 백인 남성과 연대한다. 어쩌면 프롤레타리아는 특권계급을 말살하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며, 광신적인 유대인과 흑인은 원자폭탄의 비밀을 독점하여 인류 전체를 유대인이나 흑인으로 만들려고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는 꿈에도 남성을 말살하려는 생각을 없다. 여자와 압제자 사이의 굴레는 다른 굴레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성의 구별은 생물학적 조건이지 인간 역사의 단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의 대립은 최초의공존 가운데서 나타났고, 여자는 대립을 깨뜨리지 않았다. 남녀 쌍은 개의 반쪽이 서로 불가분적으로 이어져 있는 기본단위이다. 성에 의해서 사회를 둘로 나누기란 불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여자의 특징을 근본적으로 나타낸다. 여자는 요소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체 속에서의 타자이다. (18) 






보부아르는여자들이 주거, 노동,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매이고, 아버지나 남편의 사회적 신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최초의 공존 상태인 가정 속에서 남녀는 대립할 밖에 없지만, 가정이야말로 그녀의 존재를 존속시켜줄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성의 변증법』에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억압당하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계급이라 표현했고, 『젠더는 해롭다』에서 쉴라 제프리스는 위치를 벗어날 없다는 의미에서 카스트 명했다. 여성은 2 계급이며, 표준에 도달하 못한 인간으로서, 평생 지위를 벗어날 없다. 이는 신화, 종교, 문화의 이름으로 재생산되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전수된다.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어떤 개인도 역사적 환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없다. 




전업주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업주부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댁 이야기가 나오고,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남편에 대한 불평을 듣게 된다. 놀라운 지점은 이야기가 다들 똑같다는 . 어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너의 시어머니와 우리 시어머니가 같은 사람 아니냐? 혹시 잃어버린 쌍둥이 아니야?”라며 웃기도 했다. 나는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에피소드 정도는 가지고 있다. 제일 힘들었을 때는 시어머니의 그런 행동이심하다 생각했을 때였는데, 결혼 연차가 쌓이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면서 생각이 바꿨다. 때는 페미니즘 책을 읽기도 전이었다. 시어머니는 중증이 아니었다. 굳이 카테고리화하자면, 중간에서 그래도 나은 쪽이었다. 모든 시어머니가 그랬다. 사람의 예외도 없이. 알고 지내는 아들친구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그건 교양이나 지식유무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어머니가 되면 그랬다. 시어머니의 위치가 되면 모두 그랬다. 똑같이. 거의 똑같이.   



지금은 다르게 본다. 남성 위주의 사회,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권력에 접근할 있는 방법은 남성 권력에 기대는 방법 뿐이다. 가정 내에서 남편의 권위는 아들에게로 전해진다. 경제적인 힘도, 전체를 운용하는 힘도 모두 남자에게만 있다. 시어머니가 그나마 자신의 권력을 집행할 있는 대상은 며느리 뿐이다. 시어머니는 남자들의 일원이 수는 없지만 며느리에게는 상대적인 강자가 되어, 남자들이 남겨준 권력의 일부를 누릴 있다. 아들과 결혼해 낯선 집에 들어온 이상, 며느리는 반항할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것이 우리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부갈등이라고 쉽게 예단할 일도, 유교 문화 한국인들의 평범한 생활상이라 생각할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판결과 정의』 김영란 대법관이 말했듯이,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가 말했듯이, 가부장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여성은 생물학적 조건 때문에 임신, 출산이 강요되고, 결혼이 강제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사랑했던 사람에게 데이트 폭력, 아내 폭력을 당하고, 헤어지자 말했다가 살해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가장 은밀한 순간마저 약점으로 악용될 있다는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적은 월급이 주어지며, 꾸밈노동, 감정노동이 강제된다. 모든 억압은 여자라는 이름으로 주어진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연대하는 어려움을 겪는가. 그런가.  



보부아르의 진단이다. 부르주아 여성은 부르주아 남성과 같이 살기 때문이다. 프롤레타리아 여성보다는 부르주아 남성이 가깝기 때문이다.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보다 백인 남성에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여성 내부에서도 계급이 존재함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계급 철폐를 위해선 반드시 단일 대오가 필요하다. 여성이 스스로를우리 호명해야 한다.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전선으로 임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투쟁할 것인가에 대해선 다음 시간에다른 분이이어 주실 거라 굳게 믿으며.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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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22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진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주말에 이모가 왔었어요. 토욜에 와서 일욜에 점심먹고 갈 예정이었는데 일욜 아침에 이모의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모는 전화를 끊고 나서 한숨을 연달아 쉬었어요. 이모는 참 조용한 성격인데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우리 시어머니가 유별난 게 아니라는 거 나도 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시집살이를 별로 한 것도 아니다‘ 라고요. 그런데도 핸드폰 액정에 시어머니가 뜨면 너무 답답하대요. 지금 전화한 것도 뭣 좀 사다달라는 가벼운 심부름이었는데, 본인 아들을 두고 이런 사사로운 것까지 자기에게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이모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오전에 일어나서 갔어요. 불편해서 더 못앉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가 가기 전에 ‘이제 더이상 그런 잔심부름 하는 며느리 안하겠다, 그런 건 아들 시켜라‘ 말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될지는 잘 모르겠대요. 시어머니는 당신 아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왜 그걸 며느리에게 전화해 시키는 걸까요? 이모를 보내는 마음이 참 안좋았어요. 이모도 ‘별 거 아닌데‘ 라고 말하면서도 많이 답답해하더라고요.


휴...

단발머리 2019-10-22 15:11   좋아요 2 | URL
이런 이야기를 엮으면 또 책 한 권이 나온답니다.

저랑 친한 언니는....
시어머니가 병원 가셔야 하는데, 큰며느리인 언니에게 전화하셔서, 네가 같이 가야겠다, 시간은 다음주 화요일, 이러셔서...
어머니, 그 날은 제가 선약이 있고요. 다른 날로 가세요. 같이 갈께요. 아니다, 예약을 바꾸기 싫다. (귀찮다)
그래서, 언니가 그럼 안 되겠네요. 저랑 가실려면 제 시간과도 맞추셔야죠. 이러고 나서, 시어머니 언짢아 하시며.... 쩜쩜쩜
시집 온 지 19년 만에 처음이었다고 하대요. 시어머니랑 병원갈 때 이런 식으로 하는 거요. 아들이 둘, 딸 둘이어도
병원은 큰며느리랑 가고 싶어하시는데, 시간은 못 바꾸시는..... 쩜쩜쩜.

다락방님이 맨 처음 댓글을 다신 관계로다가.... 다음 타자는 바로 그대이신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10-22 15:2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러니까.. 저도 쉬려고.... 그러니까..... 아내가 남편 죽인 소설을 가지고 왔는데요? 지금 아내가 남편 시체 넣을 땅 파고 있어서 안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22 15:24   좋아요 0 | URL
그럼 일단 요건은 제가 다른 분 기다리는 걸로 하고요. 다락방님은 땅 파는 거 좀 마무리되면 어느쪽 땅인지 강북인지 강남인지 강서인지 그걸 좀 알려주세요.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22 15:31   좋아요 0 | URL
땅 파는 게 영화에서 보는것처럼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게 아니래요. 아주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대요. 처음에야 의욕적으로 파지만 한계가 온다고요. 그래서 이 여자가 아주 열심히 계속 파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 파면 알려드릴게요. 후훗.

단발머리 2019-10-22 15:43   좋아요 0 | URL
암요, 암요.... 땅 파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 열심히 파고 있다니 다행이기는 한데, 다락방님 시간 될 때 그 분이 서둘러야 할텐데...
삽은 챙기셨나 모르겠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수연 2019-10-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다가 포기했어요 단발머리님_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면서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아아아 어렵다 어렵다 하고_ 하권은 좀 진득하게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으로서는......

단발머리 2019-10-22 18:21   좋아요 0 | URL
제게는 <편지로 쓴 철학사>가 더 어려워보여요. 머리도 아프고 자꾸 눈도 감기고요. TT 저도 어렵기는 해요. 그래서 진도가 세월아, 네월아~~~~~
 

















생각을 한다. 



내가 읽는2 성』 동서문화사에서 출간된 책이다. 1056 짜리인데,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구입했을 때는 정가가 15,000. 10% 할인 되서 13,500원에 구입했다. 현재 가격은 10% 할인가 22,320. 페미니즘 경전을 미리 구입하는 준비된 마음, 무척이나 흐뭇한 대목이라 있겠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얼마나 간사한지. 북플 피드에 올라오는 책은 권으로 구성된 동서문화사의 2017년도 판형인지라, 나는 고이 모셔둔 권짜리가 아니라, 권짜리2 성』 1, 2 자꾸만 쳐다보고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커버를 빼내어 고요한 곳에 조용히 보관해둔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다. 시스티나 성당 들어가기 전에 설명을 들을 , 찍은 사진을 찾아본다. 예수님 건강하시다. 며칠 그림만 훑어보았던 <바티칸 미술관에서 봐야 그림 100> 설명이 기억난다. 예수님은 아폴론을, 성모 마리아는 비너스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근육질 미남이고, 성모 마리아는 포즈에서 풍기는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예수님 오른쪽 아래, 예수님의 제자로서 화형으로 순교한 바돌로매가 자신의 살가죽을 들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바돌로매의 살가죽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많고 많은 사람들과 그만큼 많은 천군, 천사 하나가 아니라, 천국과 지옥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살가죽 위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미켈란젤로. 자신을 그렇게 바라볼 아는 사람, 자기 영혼의 위치를 가식 없이 직시할 있는 사람. 미켈란젤로는 천재인가 보다. 







부끄러움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하루에 5,000 걷는 일이 어렵다. 그래서, 5,000 이상 걸었을 거라 확신이 드는 밤에는 가족들을 모두 모아 놓고 북플 독보적 서비스를 클릭한다. 어제는 5,084보를 걸어서, 『2 성』 함께 3초간 오늘 독보적 미션 완료의 불꽃놀이를 즐겼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아무튼2 성』 페이퍼이니까, 문단을 옮겨 본다. 

 



프롤레타리아는 스스로를우리들이라고 부른다. 흑인들도 그렇게 부른다. 그들은 자기들을 주체로서 확립하고, 부르주아나 백인들을타자 바꾸어 놓는다. 그런데 추상적인 시위에 머무르는 몇몇 집회는 예외로 하고, 여자들은우리들이라고 하지 않는다. 남자들이여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자들은 말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가리킬 쓴다. 그러나 여자들은 진정한주체로서 자신들을 내세우지 않는다. 프롤레타리아들은 러시아에서, 흑인들은 아이티에서 혁명을 일으켰으며, 인도차이나 사람들은 인도차이나에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여자들의 운동은 언제나 상징적인 선동행위에 불과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스스로 양보해 주는 것밖에는 얻지 못했다.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그저 주는 것만 받아 왔을 뿐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스스로 양보해 주는 것밖에는 얻지 못했다. 가끔 선심 쓰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크게 양보한 적은 없었던 같은데남자들이 스스로 양보하지 않았다면, 여자들은 어떻게 살았단 말인가. 

18. 그저 주는 것만 받아 왔을 뿐이다. 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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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10-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짜리로 ‘또’ 사고 싶으신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0-17 22:44   좋아요 0 | URL
아니, 다락방님은 독심술도 배웠단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한 가지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읽기는 한 권짜리로 읽고, 링크는 두 권짜리로~~ 괜찮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0-17 22:58   좋아요 0 | URL
당연히 괜찮습니다! 뭐든 원하는대로 하세요! 이 세상은 제가 단발머리님께 드린 선물입니다!!

단발머리 2019-10-18 09:10   좋아요 0 | URL
이 크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 시원하고 산뜻한 바람을....
고마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9-10-1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링크하든 그저 제2의 성이면 되지요. (흐뭇)

단발머리 2019-10-19 07:18   좋아요 0 | URL
마음으로는 국가대표급으로 달려가는데, 이제 18쪽이네요.
정독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주세요 (하하)

그러게, 앞으로 어떤 책으로 링크를 할까요?

뒷북소녀 2019-10-1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루 1000보도 안 걷더라구요. 요즘 얼마나 분발하고 있는지.

단발머리 2019-10-22 13:37   좋아요 0 | URL
독보적 서비스 덕분에 저도 오늘 30분은 걸었네요.
뒷북소녀님도 저랑 막상막하신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