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집 스토리콜렉터 33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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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의 공포가 당신의 귓속을 파고든다 - 괴담의 집 _ 스토리매니악


사람이 공포심을 느끼는 데에는 청각과 시각이 큰 영향을 미친다. 공포의 대상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시각보다는 청각의 공포심이 더 세다고 생각한다. 이는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공포 영화에서 느끼는 공포는 보이는 공포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들리는 공포가 더한 공포심과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이 좋은 예라고 본다.

 

청각으로 느끼는 공포는, 실제 대상을 보기까지의 긴장감 공포감이 극대화 되는 경향이 있다. 괴상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린다던지, 이상한 소리가 감각을 자꾸 자극한다던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막연한 공포를 자극한다. 밤에 자려 누웠을 때, 방 안 여기저기서 나는 소리에 놀라고 괜히 불안해지는 현상도 이런 종류의 공포다.

 

이런 소리에 의한 공포를 잘 이용한 소설이 바로 <괴담의 집>이다. 문자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특성상, 소리로 공포를 자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소설 자체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기 바란다(만일 정말 어떤 소리가 들린다면... 무섭다!). 이 소설은 괴이한 소리를 원천으로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괴이한 일들을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인터넷 체험담, 출판사 투고 원고, 또 다른 텍스트에서 수집된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괴담, 시기와 공간이 다르지만, 이 괴담들 속에서 유사성이 보인다? 오싹한 일이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주인공과 괴담을 좋아하는 모 출판사 편집자가 만나 괴담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시공간이 전혀 다른 집을 배경으로 한 괴담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게 되고, 이 이야기들 속에서 기이한 유사점을 느끼게 되면서, 그 정체를 추리해 가는 이야기를 이 소설은 담고 있다.

 

'미쓰다 신조' 특유의 공포가 잘 살아 있는 소설이다. 괴담 속에서 느껴지는 가슴을 옥죄어 오는 긴장감, 무심한 듯 던지는 괴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흡입력,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구성, 호러와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스타일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의 공포와, 그 소리의 공포로부터 달아나려는 또는 거리를 두려는 과정의 긴장감, 소리의 실체를 확인한 후의 맞닥뜨리는 오들거림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어떻게 이리 인간의 공포심에 대해 잘 아는지, 무서울 만한 요소들을 쏙쏙 잘도 박아 놓았다. 마치 단편이 이어져 있는 듯한 구성이라 좀 더 짜임새 있게, 그 이야기에만 딱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작가의 다른 장편 소설보다도 공포의 농도는 더 짙은 느낌이다.

 

짜릿하다.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그렇지만, 이번 소설은 더 진한 짜릿함이다. 무서운 이야기에 혐오감을 갖고 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미쓰다 신조' 특유의 공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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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밤바 - 1915 유가시마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나지윤 옮김 / 학고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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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이지만 흡입력 있는 성장 소설 - 시로밤바 _ 스토리매니악


어린 시절의 기억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비록 나이가 들며 하나 둘 소중한 추억들을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기억들은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늘 추억하고 싶고, 늘 회상하며 웃음짓고 싶지만, 삶이 어디 그런 여유를 주던가? 삶에 치이다 보면 좋은 기억들을 떠올릴 틈이 없다. 그렇게 하나 둘 기억은 시간 속에 또 잊혀져 가고 말이다.

 

때문에 가끔 어린 시절을 다룬 성장 소설을 읽을 때면, 나의 소중한 어릴 적 추억들이 오버랩 되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그 소설의 분위기가 내 어릴 적 환경들과 닮아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 소설 <시로밤바>가 내겐 그런 소설이다.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고, 조금이나마 그때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해준다.

 

이즈 반도에서도 시골인 유가시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 소년의 시선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친척들과 이웃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유가시마의 소년 '고사쿠' 는 다섯 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 고향 마을인 유가시마에서 그를 돌보는 것은 증조외할아버지의 첩이었던 할머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지만, 할머니는 소년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고사쿠는 그런 할머니를 잘 따른다.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 기본적인 설정 위에 이루어져 있어 심심하기까지 하다.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심플한 설정이다. 설정이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다. 여느 시골 소년이 경험했을 법한, 여느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이처럼 심심한 이야기 같은데, 읽기 시작하면 정말 무섭게 술술 잘 읽힌다. 참 묘한 소설이다.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한 답이 나온다.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의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어릴 적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자연스레 이야기에 동화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고사쿠와 같은 장난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어느 샌가 내가 살던 마을에서도 있었던 일들을 소설에서 보게 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상당히 다르지만,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무언가의 공감의 힘이 작용하는 듯싶다.

 

다이쇼 시대의 가난하고 서구화 되지 않았던 일본 시골의 풍경, 사춘기를 향해 가는 고사쿠의 여러 혼란스런 감정들 또한 이 소설을 즐기는 포인트다. 우리와는 그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현대화 되지 않았던 여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람들간의 부딪힘과 공동체로써의 관계들, 그런 공동체 안에서 한참 커가는 아이들이 느끼는 혼란과 얽히고 설키는 어린 소년이 느끼는 감정들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어떤 필터 없이 소년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소설이 갖고 있는 큰 장점 중 하나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시골마을에서 할머니와 생활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그만큼 작가 자신의 감수성이 잘 녹아 있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농촌의 풍경을 통한 서정적인 감정이 넘쳐 흐르고,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생생히 살아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소설도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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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리스트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임재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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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방법 - 라이프 리스트 _ 스토리매니악

 

행복을 찾는 방법은 많지만, 손에 거머쥐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분명 행복의 길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다. 행복을 곁에 두고도 빙빙 돌기만 하는 사람을 본다면, 그것만큼 답답한 노릇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행복을 거머쥐는 방법을 강제로 시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발칙한 질문을 이야기로 옮긴 것이 이 소설 <라이프 리스트>.

 

언뜻 강제하는 행복이 행복인가 싶겠지만, 그 행복을 찾는 방법을 시킨 사람이 그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살짝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모든 면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서른 네 살의 '브렛' 에게 삶의 균열이 찾아 온다. 바로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유언을 통해 브렛이 열 네 살 때 작성한 '라이프 리스트'  1년 안에 이룰 것을 요구하며, 그래야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놓는다. 브렛은 유언을 통해 현재의 안정적인 직장도 잃고, 라이프 리스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서른 넷의 여성이 20년 전에 작성한 인생 계획에 따라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어릴 적 치기 어린 행복의 조건들이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때의 생각과는 다른 행복을 꿈꾸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한 조건을 내 걸었음을 잘 안다. 그렇게, 자신이 소녀 시절 작성했던 라이프 리스트를 완수해가는 이야기는 재치 있는 발상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그려져 재미를 준다.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 . 누구나 공감할 듯한 문장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나 나서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브렛이라는 인물을 통해 구현한다. 그녀가 현재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치기 어린 소녀 시절의 행복을 찾아 나서도록 부추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고,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야 하는지 일러준다.

 

단순한 메시지 덕에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며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삶을 찾아가는 브렛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개 키우기, 가난한 사람 돕기, 말 구입하기, 사랑에 빠지기' 같은 쉬운 듯 어려운 듯한 미션을 하나하나 완수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약간의 흥분과 감동을 안겨주는 법인데, 이 소설의 브렛을 통해 이런 점을 다시 느끼게 된다.

 

가볍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너무나 난감한 상황이겠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써는 그녀의 이야기가 즐겁고 다음 장이 점점 궁금해졌다. 인생의 진짜 행복을 찾아 나선 브렛을 통해 지금의 내 삶의 행복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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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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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 신세계여. "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미래가 심히 걱정되기는 한다. ,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지도 않을 것 같으니, 괜한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래의 모습이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많은 작가들이 이 궁금증을 풀어 주려 이야기를 창조해내고는 한다. 이 책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 도 그런 작가 중 하나다. '멋진 신세계' 라는 화려한 제목을 달고 마치 달콤한 미래를 보여줄 것만 같은 이 소설은, 반어적으로 너무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작가가 그린 미래 세계는, 획일화된 사회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사회의 모든 면을 지배하고, 가족의 유대는 사라졌으며,생명에 대한 인식도 가볍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땅에 떨어졌고, 스스로 생각할 자유마저도 없다. 인간의 출생과 계급, 지위, 해야 하는 일까지 정해지고 훈련 되어진다. 하나의 난자에서 수십 명의 얼굴이 같은 인간을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세뇌를 통해 사회에 순응하게 만든다. 이 세계의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짜인 사회라는 틀 안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이 오직 그들이 추구하는 바다.


" 어쨋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누구였든지 간에 살아 있을 때는 행복했으리라는 점이죠. 지금은 누구나 행복하니까요. "

" 그래요, 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죠. "

이처럼 작가가 그리는 미래 문명 세계는 충격적이다. 이야기 초입부터, 감정은 배제된 듯한 미래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무채색의 인간들이 정해진 대사를 읊어대고 매뉴얼에 있는 대로 세계가 구성 되어 있는 듯하다. 미래의 획일화된 사회에 대한 압도적인 사실 묘사가 숨막히게 펼쳐지고, 이어 도덕성이 결여된 미래 인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가 바라 보는 미래에 대한 시선은 냉소적이다. 극적인 감정의 표현 없이 미래 세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느껴지는 효과가 느껴진다. ,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이야기는 신랄한 풍자와 함께 한다. 직접적인 것을 건드리지는 않지만, 미래라는 그 시간 자체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가 곳곳에 깔려 있다.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모두가 행복을 느껴야 하고 모두가 불행을 느껴서는 안 된다. 모든 생각과 행동은 공유 되어야 하고 심지어 사람의 육체까지도 누구에게나 공유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고, 허용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이런 사회에 대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바로 야만인 '' 이라는 존재를 통해서다.

 

야만이 '' 이 하는 질문은 지금 우리가 추구하려는 미래의 모습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과도 같다. '' 이 신세계를 경험하고 느꼈던 바를 지금의 우리는 작가가 제시하는 미래 사회를 보며 느낄 수 있다. 자유와 도덕성이 망각된 사회, 이런 사회를 우리는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묵직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작가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제시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격렬한 거부감 보다는, 지금 우리의 사회가 획일화된 사회, 점점 자유와 도덕성이 망각되어 가는 사회를 지향하고, 조금씩 소설 속 '멋진 신세계로 다가가고 있는 것만 같아 오싹했다.

 

한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이 점점 맞아 들어가고 우리의 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낼 때, 경이로움을 느끼고는 한다. , 그 안에 담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감이 느껴질 때, 그 이야기는 긴 생명력을 가진다. 이 책이 오랜 세월 읽히고 사랑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미래의 암울한 모습을 느끼는 것 보다는, 지금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미래의 그림자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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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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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퍼, 인간을 심판하다 - 산 자와 죽은 자 _ 스토리매니악


'넬레 노이하우스' 는 인기 작가로 한국 출판계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작가가 첫 작품으로 대단한 사랑을 받고, 이어 나오는 시리즈 작품마다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소설로 시작한 작가의 '타우누스 시리즈' 는 벌써 여러 권이 소개 되었는데, 이번 작품 <산 자와 죽은 자>는 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스나이퍼' 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와 산책하던 노인, 손녀 곁에서 요리하던 노인, 음악 교사인 청년 등, 평생 나쁜 일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선량한 사람들이 살인범의 총에 맞아 살해된다. 묻지마 살인인지. 사이코패스의 짓인지, 의도를 지닌 살인인지,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중심으로 한 경찰이 이 살인범을 쫓는 줄거리다.

 

저격 총을 사용해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 이야기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 살인의 행태는 차분할 정도로 냉정하다. 그 냉정한 살인마를 일상과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쫓는다. 작가의 '타우누스 시리즈' 가 다루고 있는 이러한 형태의 구성은 이야기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이야기는 천천히 따라가게 되지만, 그렇게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깊은 늪에 발을 디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의 늪에 빠질 때쯤에는 많은 의문들이 생겨난다. 이 살인범은 막무가내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 명백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 그 목적이 '심판' 이라는 점, 왜 이 살인범이 심판을 하고 다니며,  심판을 받을 자가 아니라 선량한 가족들을 노리는가 하는 점 등의 의문이다.

 

이 의문들을 피아와 보덴슈타인 풀어간다. 뭔가 배후에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만 같은 이 사건을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의 주변을 탐문하며 하나 하나 비밀을 벗겨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만나게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행하는 여러 종류의 폭력, 인간의 생명을 둔 위험한 돈 거래 등, 인간의 이면에 숨은 어두운 면면들이 드러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만들어낸 다양한 인간의 감정들이 캐릭터를 통해 드러나는 부분은 작가의 대단한 역량 중 하나다.이 사람간의 감정들이 살인을 부르고, 또 그 살인에 얽힌 비밀들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서도 이러한 비밀들을 조금씩 들여다 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시리즈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그 재미가 더 촘촘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범죄 미드 한 편을 보는 듯 하다. 범죄에 대한 수사의 줄기, 수사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인간들의 감정들,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까지, 재미 있는 이야기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속도감 있게 후루룩 읽어 내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것들을 하나 하나 즐기며 이야기에 몰입하여 읽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느끼게 되는 또 다른 감정 또한 이야기의 백미라 보여진다.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여러 모로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에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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