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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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만 파헤치다 느슨해진 스릴러 - 로스트 심벌 _ 스토리매니악

 

댄 브라운'의 소설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는 비밀, 숨겨진 비밀 결사 조직, 명작들에 담긴 비밀스런 기호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그의 소설은 온통 비밀 천지다.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힘이 대단해서 그의 소설을 읽을 때는 언제나 그 비밀을 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로스트 심벌>도 그런 호기심을 강하게 일으키는 책이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하는 비밀스런 단어들을 구글에서 입력해 보면, 쏟아져 나오는 자료들과 이미지에 눈이 휘둥그래지곤 한다. 소설 속의 비밀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러한 내용들을 교묘하게 장치해 놓은 저자의 기술에 감탄할 분이다.

 

이번 소설 <로스트 심벌>에서는 비밀 결사조직 '프리메이슨'의 놀라운 비밀에 다가가는 '로버트 랭던'의 모습이 그려진다. 상징과 암호로 둘러싸여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곳곳을 누비며 비밀에 다가가는 모험이 펼쳐진다. 작가 특유의 비밀스런 분위기 조성, 곳곳에 숨겨진 상징, 그것을 풀어내는 지식들까지, 기존 작가의 작품에서 맛볼 수 있는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여전하다.

 

다만, 너무 같은 패턴의 반복이 아닌가 싶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같은 전작들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거나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색다르다는 느낌이 없다. 앞의 이야기가 은근히 이어지며 새로운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느낌 정도에 그친다. 그래서인지 전작들에 비해 쭉 빨려 들어가 몰입되는 맛이 적다. 빠르게 치고 나가며 옥죄는 긴장감도 더불어 떨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결말은 안타깝다. 프리메이슨의 비밀을 진짜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비밀을 전부 까 보여주려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너무 신비스런 분위기로 몰고 가려다 보니 이야기가 한 없이 늘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철학적이고 신비스런 이야기들이 주욱 이어지지만, 그 내용의 깊이 보다는 지루함이 먼저 다가온다. 뭔가 상당히 맥 빠진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보면 스릴러로서의 재미가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된다. 읽고 나서 몽땅 잊어 버리게 되는 전형적인 오락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신비스런 분위기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면 읽어 볼 만 하다. 그러나, 뭔가 쫀득쫀득한 긴장감을 즐기는 독자라면 살짝 미루어 두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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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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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 - 고백 _ 스토리매니악


'사회社會'는 불합리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회를 구속하고 있는 '규칙'이 그렇다. 규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단지 정신만을 구속하는 것, 암묵적인 동의 하에 정의되는 것, 또 엄벌 규정이 가장 강한 법률이라는 명문화 된 규칙이 그렇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사회를 구속하는 틀이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이 틀은 더욱 견고해지고 팽창했다

 

날로 견고하고 날카로워지는 이 틀은 안타깝게도 인간의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불합리한 것 투성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려 놓아도, 몇 년간의 자유만 희생하면 그 죄를 탕감할 수 있다. 사람을 죽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피붙이가 잔혹한 살인마의 손에 처참히 생을 마감해도, 피해자의 가족은 가해자에게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그 가해자는 몇 년 후 사회에 멀쩡히 복귀한다. 함무라비 법전에 보면 '자유인의 뼈를 부러뜨린 자는 그 뼈를 부러뜨린다'라고 했다. 문명이라는 안경으로 보면 범죄자도 보호 받아야 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함무라비 법전의 보복주의가 합리적인 것이다.

 

'무엇이 옳은가, 그른가'를 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는 이 부분의 정답은 철저히 '자신'이라는 관점에 있다고 본다. 내가 피해자 혹은 그 가족의 입장이 된다면, 어떻게든 그 피해자에 보복을 하고 싶을 것 같다. 똑같은 고통을 주고 똑같은 형태로 벌을 주고 싶어질 것 같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로 규범적인 문제로 윤리적인 문제로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여기 그에 대한 하나의 시각을 보여주는 문제작이 있다. 장르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법한 <고백>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한 여교사의 딸이 학교에서 죽었다. 경찰은 사고사라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 여교사는 자신의 딸은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반 아이들 중에 그 범인이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충격적인 '고백'을 덧붙인다.

 

여교사 '유코'는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을 경찰에 알릴 생각이 없다. 어차피 소년법 때문에 16세 미만 청소년은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코의 선택은 대담하다. 불합리한 틀을 벗어나 인간의 감정적인 면에 치우친 선택을 한 것이다. 바로 '복수'.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이야기는 이 복수를 시작으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독백이 이어진다. 저마다의 잣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며, 각자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치 자신이 관련되지 않은 사건을 이야기하듯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섬찟하다유코의 복수로 인해 만들어진 갈등, 갈등으로 인해 드러나는 가해자들의 심리, 가해자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정까지,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이 소설만의 기운은 범상치 않다.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시각, 그것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문제의식, 문제의식을 통해 보게 되는 사회의 부조리함, 그 부조리함 안에 엉켜 있는 인간의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각각의 캐릭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을 느끼고 있노라면, 그들이 제시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유코는 사회라는 틀 안의 시각으로 딸의 살해를 보지 않고, 철저히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 결과 복수라는 선택이 이어졌고, 이 선택은 가해자와 그를 둘러싼 집단에 심리적감정적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이 소설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틀 안에서 괴로워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철저히 자신의 관점에서 복수라는 지극히 인간의 감정적인 면을 실현한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그것도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복수로 말이다.

 

나는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리듬을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소설 또한 그렇다. 흥을 돋울 만한 적절한 리듬감은 상당히 배재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리듬감을 아우르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흡인력이 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들어간다. 그 흡인력에 압도 당하면 정신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소설이다.

 

'복수'라는 동적인 선택을 '고백'이라는 정적인 형태로 풀어낸 작가의 재주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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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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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이 엮어낸 '늪' -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_ 스토리매니악


미스터리 소설을 구입해서 꽤 오랜 기간 묵혀 두고 있는 책들이 제법 있다. 정말 마음 내킬 때 쑥 뽑아서 즐기기를 원해서 그러는 것인데, 오랜 만에 한 권 뽑아 들었다.

 

'미치오 슈스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책으로 알고 있다. 어떤 면이 좋다는 사람과 나쁘다는 사람을 나누었는지 내내 궁금했다. 책을 덮고 난 지금 내가 이 소설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명징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다'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너무 별로다'라고 말하기도 그런, 굉장히 애매한 위치를 차지 한다.

 

정통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와 호러가 믹스 된 형태의 이야기다.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터인데, 현실의 눈으로 보자면 지극히 비논리적인 설정이지만, 소설 속 세계의 눈으로 본다면 또 상당히 논리성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이 참 미묘한데소설 속 주인공처럼 상당히 혼란스러운 느낌을 읽는 내내 받게 된다. 현실과 소설 속 세계와의 충돌이랄까?

 

소설 속의 눈으로만 보자면 잘 짜인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일련의 비정상적인 동물 사망 사건과의 연계,사라진 친구의 시체를 찾기 위해 추리를 펼치는 과정은 심심치 않았다. 비정상적인 설정 안에서 뛰노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위화감은 있었지만, 그것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전개 자체는 몰입해서 들여다 보게 된다.

 

읽는 내내 뭔가가 신경을 거스른다는 표현은 어떨까 싶다. 주인공의 다면적인 성격이나 환생한 친구가 감추고 있는 비밀, 편집증적인 행동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까지, 내내 신경 한 끄트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적잖이 정신력을 소모하는 소설이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혼란스런 소설 속 설정이 그 실마리를 잡지 못하게 방해하는 느낌이다. 뭔가 손에 잡힐라치면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들에 의해 실마리가 미끄덩 빠져 나가는 기분이 내내 이어졌다.

 

이 소설을 평할 때는 모두 '반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충격적이고 상상도 못했다는 등의 반응들이다. 충분히 그런 반응이 쏟아질 만큼의 반전이다. 반전 자체에 충격을 받아 희열을 주는 타입의 반전이라기 보다는, 반전으로 인해 앞에 이어진 이야기들이 이해 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또 하나의 공포를 맛 보는 느낌의 반전이다.

 

내 경우에는 앞의 이야기들이 워낙 혼란스러워서 반전의 감흥이 조금은 덜 했다. 머리가 어질어질 한 상황에서 던져진 반전은, ',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하는 느낌을 먼저 들게 했다. 한참 생각하고 나니 몸이 오소소 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조금은 타이밍이 어긋난 반전의 희열이었다.

 

이런 장치들을 해둔 작가의 기교가 놀라울 뿐이다. 그 기교를 읽어내며 따라가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듯 하다. 대립되는 두 가지 관점을 절묘하게 섞어 또 다른 논리적인 세계를 창조해낸 이야기, 이 책이 매력적으로 읽힌다면 바로 그 부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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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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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에 젖다 - 내가 죽인 소녀 _ 스토리매니악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 등의 장르소설을 즐겨 읽는 편인데, 같은 장르에서도 스타일에 따라 각각의 소설을 좋아하는 정도가 다르다. 내 경우는 꽉 짜인 추리를 즐기는 편이라기 보다는, 분위기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내가 워낙 추리에 소질이 없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분위기로 장악하고 그 분위기 안에서 옴쭉달싹 못하여 이야기에 끌려가거나 떠밀려 가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몇몇 작가를 들자면, '미쓰다 신조' '교고쿠 나쓰히코',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하라 료' 등의 소설을 좋아한다. 보면 알겠지만 정통 미스터리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다른 장르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이다. 특히 하라 료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이야기를 쓰는데, 나는 이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좋아한다. 다만,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소설은 그 편차가 좀 심한 편이라 자주 읽는 편은 못 된다.

 

, 제대로 된 분위기를 내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소설도 그다지 없는 편이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내걸며 나오는 책들도 읽어 보면 그 분위기가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인데, 하라 료는 그래도 그 분위기를 잘 살려내는 작가로 평하고 싶다. 특히 이 책 <내가 죽인 소녀>는 그 스타일과 분위기가 상당히 하드보일드 하여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는 '사와자키'라는 탐정을 중심으로 진행 된다. 천재 소녀라고 주목 받는 어린 바이올리니스트가 유괴 되고, 이 유괴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 탐정이 유괴 사건의 범인을 밝혀 가는 과정이 주요 줄거리다.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가 워낙 정의하기가 만만치 않은 장르다. 여러 정의가 있긴 하지만, 나는 우선 묵직한 분위기와 작중 인물들의 대사에 얼마나 하드보일드한 힘이 들어가 있는가를 보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아주 만족시켜준다. 특히 분위기는 여태 읽은 하드보일드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묵직함을 지니고 있다나는 이 책을 꼭 집에서 그것도 밤 늦은 시간에만 읽었는데, 소설의 묵직한 분위기를 더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였다. 탐정의 고뇌나 일 처리 방식, 그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그만의 독백 등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간다. 그 분위기에 젖어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가 묵직해서 그런가, 이야기가 경쾌하게 읽히는 감은 없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을 속도감 있게 읽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들과 비교한다면 정반대다. 상당히 느린 걸음으로 문장 문장 사이를 걸어야 한다. 뭐랄까, 뭔가가 자꾸 발목을 잡아 끄는 것처럼, 무거운 걸음을 터벅터벅 옮기는 듯한 느낌이다.

 

이 소설은, 분위기, 스타일 뿐만 아니라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재미도 한 껏 지니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빠른 속도감을 갖지 않다 보니, 오히려 추리와 추리 사이, 즉 탐정이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이 조사와 저 조사 사이, 이 장소와 저 장소 사이에 어떤 힌트가 숨어 있는 것인지, 사와자키는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 무의식 중에 그 자체의 미스터리 방식을 즐기게 된다다른 정통 미스터리의 퍼즐과 비교한다면 잘 짜인 추리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과정의 진행과 해결에 이르는 줄기가 꽤 만족스럽다

 

일반적인 재미있다 하는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른 방식의 재미를 주는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경쾌한 느낌이나 추리 자체의 짜인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묵직한 느낌의 분위기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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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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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라는 분위기 있는 시공간을 느끼다 -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_ 스토리매니악 

 

나이 들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고 있다살아가는 현재로서의 시간이 아니라살아온 과거로서의 시간이 중요함을 말이다어린 나이는 과거를 볼 여유가 없다왕성한 혈기를 발산할 현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조금씩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생기고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면 반드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하지 않던가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시점부터는 추억이 더 없이 소중해진다지나온 시간지나온 과거... 안타깝게도 기억하고 싶은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때로는 너무나 잊고 싶은 추억도기억하기에도 몸서리 쳐지는 추억도생각할 수록 상처가 생기는 추억도 있다지우고 싶어도 영 지워지지 않는 머리에 들러 붙은 껌딱지 처럼 질기다.

 

일본의 판타지 소설가 '다니 미즈에'는 이 추억을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전성기가 지나 쇠퇴해가는 상점가에 눈에 띄는 허름한 시계방, '추억의 시계時界를 수리합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으나, ''자가 떨어져 나가 '추억의 시 수리합니다로 읽히는 그곳은 시계라는 것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이다.

 

상처를 안고 상점가로 이사 온 '아카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상점가에서 그녀가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하여 이어진다그 에피소드는 하나 같이 과거를 보고 있다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이야기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현재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그 응어리진 추억을 수리해 가는 이야기다.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부드럽기 그지 없는 슈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든 시계방이라는 공간그를 중심으로 이어진 허름하지만 인간미가 넘치는 상점가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은 오랜만에 소설에서 느껴보는 맛이다거기에 과거를 수리한다는 묘한 감성까지 더해져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 없이 말랑말랑 하게 만든다.

 

아픈 추억들아쉬운 추억들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은 추억들이 하나 둘쯤은 있게 마련이다그런 사람의 심리를 적절히 파고 들었다고 생각한다그러나그런 좋은 소재 안에서 뛰노는 캐릭터들은 조금 아쉽다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조금은 단순한 느낌이다슈지가 가지고 있는 아픈 추억이 너무 쉽게 너무 밋밋하게 밝혀져 가장 큰 재미로 남겨 두었던 부분이 가장 아쉽게 느껴지고 말았다.

 

조금은 구성의 짜임이 아쉽다하지만그 분위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그만큼 공간과 소재의 설정이 잘 어우러진다이 소설이 영상화 된다면 그 분위기가 제대로 드러날 것 같다머릿속에 그 공간의 분위기가 잘 그려지니 말이다하나의 잘 설정 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재미 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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