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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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실제하는.. -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 _ 스토리매니악


내 중국 문학에 대한 이해는 지극히 협소하다. 읽어본 작품도 얼마 되지 않고 아는 작품도 많지 않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중국문학은 과거를 보거나 미래를 보거나 또는 전혀 새로운 판타지의 세계를 본다기 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현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중국 문화 고유의 것이든 아니면 현재의 정치 체제에서의 한계이든, 또는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적어도 내가 본 문학작품들은 그랬다는 것이다.


'다빙' 이라는 중국문학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는 작가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작가로 보인다. 그에 대한 소개를 보면 중국인들에게는 그의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이야기 세계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것이 현재의 중국과 겹치며 그를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를 표제작으로 하는 이 소설집에도 그의 소개에 나타난 것처럼 다양한 시각 혹은 이야기의 다양성으로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한 권으로 그의 이야기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이야기 또한 중국의 현재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그의 이야기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릴 정도다. 처음엔 그에 대한 정보 없이, 이 책에 대한 최소한의 소개만 알고 읽었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소설이 마치 실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는 감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읽은 후에 찾아본 정보에서 이 책이 그리 생생함을 갖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중국 대륙을 떠돌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실제 자신이 경험하거나 들었던 이야기, 즉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설로 엮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 에세이 같기도 한 생생함을 지닌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소설은 분명 현실에 기반하여 이야기가 덧붙여 지는 것이 맞지만, 나는 덧붙여 지는 판타지의 풍성함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적어도 다빙의 소설은 현실에 좀 더 집착하는 면이 보인다. 이야기적 상상력을 한껏 뽐내기 보다는 자신이 본, 들은, 경험한 중국의 현실과 인물들을 담담히 소설적 형식 안에 되살려 내고 있다. 이런 면이 중국의 현실, 중국의 문화, 중국이 가진 독특한 이야기 촉매로써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상당히 낯설게 다가왔다. 바꿔 말하자면, 그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울릴 만큼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접점이 덜해서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본, 유럽, 영미권의 소설에 비한다면, 지극히 적은 문학적 접촉, 또 문화적 접촉이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득이라면 이 작품집을 통해, 그가 보는 현재의 중국의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링허우 세대가 가진 갈등, 생각, 그로인해 변해가는 중국의 현실, 젊음이 갖고 있는 절망과 희망 등, 변해가는 중국의 민낯을 조금은 엿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좀 더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접해보면서, 그가 가진 이야기의 힘과 그 원천, 나아가 그가 중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가 경험한 강호의 세계에, 나도 도포 자락 휘날리며 참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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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이비 포켓 좀 말려줘 아이비 포켓 시리즈
케일럽 크리스프 지음, 이원열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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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오오오물~ - 누가 아이비 포켓 좀 말려줘 _ 스토리매니악


캐릭터가 사랑스러워 읽게 되는 소설이 있다. 캐릭터에 홀딱 빠져 다른 소설적 요소들은 뽀나스로 생각하게 되는... 그런 소설을 만나면 꽤 즐겁다. 원래 캐릭터가 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소설을 좋아하는 취향적인 면도 있지만, 캐릭터 소설이 가진 매력 자체가 워낙 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이 바로 사랑스러워 더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진 소설이다. '아이비 포켓' 이라는 블링블링한 이름을 가진 열두 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녀라는 조금은 우울한 신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며 유머가 깃든 독설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거침없는 행동으로 여러 위기들을 헤쳐나가기도 하고, 절친을 위해 우울해 할 줄도 안다. 때로는 악당 같은 모습이 되었다가도 어떤 때에는 영웅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다.


그 통통 튀는 매력을 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팔팔한 캐릭터를 앞에 떡 세워놓고, 코미디,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 호러, 액션을 짬뽕해 놓은 이야기를 뒤에 턱 세워놓았다. 잘못 섞으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겠지만, 탄탄한 이야기 짜임새에 다양한 장르의 장점만을 쏙쏙 빼먹은 듯한 구성이 짬뽕의 한계를 넘어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해 놓았다. 다양한 장르의 펼쳐놓고, 천방지축 캐릭터가 그 위를 통통 튀며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아이비 포켓이라는 인물과 얽힌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비밀을 한꺼풀 두꺼풀 벗겨 나가는 재미가 있다. 관을 만드는 스낵스비 부부, 의지가 되는 사서 카니지 양, 아름다운 귀족 상속녀 에스텔, 그녀의 오빠 서배스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리베카, 아이비를 괴롭혔던 올웨이스 양과 록들, 멀티다와 트리니티 공작 부인의 유령에 이르기까지, 이 기괴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조합과 배경이, 미스터리한 전체 분위기와 맞물려 책 한 장 한 장에 매력을 더한다.


중간중간 곁들여진 삽화도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팀버튼 스타일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보는 듯한데, 이야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삽화가 소설의 문장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에는 그 반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이비 포켓의 명확한 이미지와 코믹스러운 캐릭터들의 모습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리게 되는데 이는 내 취향과 관련이 깊다. 소설 속의 캐릭터, 소설 속의 배경 이야기, 구성되어 있는 세계, 거기에 삽화까지, 상당히 내 취향이다. 아, 약간 유아틱한 이야기 구성까지 말이다. 시리즈 소설이라는 것이 꽤나 감사할 지경이다. 재미면에서는 나무랄데 없지 않을까? 살짝 아동틱한 이야기를 못참아 내는 성격만 아니라면, 누구나 즐겨 읽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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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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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찬란한 시간이 벚꽃처럼 화사할 때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_ 스토리매니악


청춘의 시절에는 누구나 찬란하게 빛나는 때가 한 번쯤은 있다. 젊음이 발산하는 것이든, 재능이 꽃피우는 것이든, 사랑이 자리하는 것이든, 청춘의 시절에는 그 나름의 이유로 반짝이는 때가 반드시 있다. 그 반짝였던 때를 잊지 못해 우리의 청춘이 그립고, 아쉬운 것 아닐까?


여기에 그 청춘의 빛나는 때를 화사하게 그려놓은 이야기가 있다. 청춘의 화사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로테스크한 제목이지만, 그 제목이 갖고 있는 애절함을 이야기 속에서 맞닥뜨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이야기의 찬란함이 그 빛을 더한다. 너무나 찬란한 시간이 너무나 화사하게 그러나 담담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자의적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며 외톨이로 지내는 '나' 와 그와는 정반대 성격의 더무나 발랄하고 화사하여 동급생에게 인기 만점인 '사쿠라' 가 하나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 비밀은 너무나 어두운 것이지만, 그 비밀을 대하는 두 사람의 자세는 너무나 심플다. 그 심플함이 각자의 성격과 어울리면서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꽤나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참 대비가 많은 소설이다. 화사한 벚꽃에 비해 어두운 그들의 비밀, 남녀 주인공의 상반된 성격, 청춘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결과, 이 모든 대비가 각각의 단어를 더욱 부각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는 방식이 꽤 즐겁다. 또 이런 상반된 것들에 혹은 소재에 배경에 숨은 은유들이 이야기에 깊이와 음영을 만든다. 너무나 화사하지만 짧게 그 화사함을 끝내는 벚꽃은 그들의 비밀과 맞닿아 있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는 문장에는 그들이 공유한 참담한 비밀을 벗어나고자 하는 허탈한 희망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행간에 꼭꼭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원스레 드러냄으로써,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가 더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참담한 결과를 알면서도 그 결과를 향해 맹렬히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이 책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자신들에 닥쳐올 운명을 알면서도 그 운명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짧은 시간이, 그 짧은 시간 안에서 공유하게 되는 그들의 감정이, 그 짧은 시간 안에서 만들어내는 하나 하나의 추억이, 이야기에 향기나는 여운을 더한다.


가슴 한 부분이 아프면서도, 정체모를 따스함이 번지기도 한다. 아련한 청춘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깊은 한 숨도 내쉬게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나 그 아픔이 전해지는가 싶으면, 그들이 내뿜는 청춘의 아름다운 열기에 휩싸이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하며 이야기 속으로 자꾸 끌고 들어간다.


이야기의 별로인 점을 끄집어 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오겠지만, 좋았던 부분에만 취해서 읽어도 중분하지 않을까? 봄꽃의 향기가 슬슬 들려오는 무렵에, 벚꽃 빛깔 가득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눈 앞에 선명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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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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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시선 - 나는 너를 본다 _ 스토리매니악


기술의 발전에 의한 사생활 노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곳곳에 자리잡은 CCTV 가 내 모습을 감시하고, 도처에 뿌려진 내 개인정보들이 익명의 대상으로 누군가에게 사용되어진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람의 안면 인식을 하고 이것이 인공지능에 연결되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Enemt of The State' 의 변호사 '딘' 이 보여준 감시 사회의 단면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안전, 보호라는 명목하에 행해지는 공적기관의 개인 감시, 사생활 침해는 그 이면에 숨은 악용 가능성 때문에 더 섬뜩하다. 하물며 범죄자에 의한 내가 알지 못하는 감시의 공포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이 익명의 시선으로부터의 공포가 이 소설의 베이스다.


어느 날 신문의 광고란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내가 모르는 사진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 이에 더해 그 광고란에 실린 이들이 하나씩 범죄로 희생되어 간다면? 다른 날짜의 광고에 실린 여성들이 살해 당하거나 집에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는 등의 범죄에 연루된 사실은 주인공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누군가 줄곧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압박감과 공포는 현대사회의 일상에 함몰되어 무신경해진 이들에게도 똑같이 행해질 수 있는 공포의 모습이다.


자신의 일상과 행동 경로가 누군가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공포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매개로 내게도 전해진다.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지금의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생각이 다다르면 소설속의 공포가 생생해진다. 범죄의 표적이 된 주인공과 그 범죄의 원흉을 찾으려는 경찰의 시선을 교차하면서,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 사생활과 신변에 대한 위협이 판치는 현대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들을 작가는 유려하게 펼쳐놓고 있다.


스릴러 소설에는 이야기의 흐름속에 공백이 충분해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빨리 읽히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탄탄한 구조 속에 독자를 몰아넣고 심리적으로 더욱 압박해 가며 뻑뻑하게 읽히는 소설이 있다. 단연코 후자의 냄새가 나는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 가진 심리적 즐거움을 여성 인물의 두려움과 공포심, 그 이면에 담긴 현대인의 불안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그늘에 숨은 익명의 시선이 불안이라는 날카로운 창으로 내 등 뒤를 찌를 때에 느끼는 공포감은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한층 빛을 발하는 듯 하다. 거기에 그 범죄의 대상이 익명의 폭력에 더욱 노출되어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두려움의 무게감이 더욱 느껴진다. 언뜻 단순하면서도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형태의 공포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비범한 이야기로 탈바꿈된 느낌이다.


책을 덮고 나면 한층 움츠러들었던 신체가 안도하며 이완하는 느낌을 받는다. 스릴러가 주는 쾌감이자 저자가 선사하는 두려움의 즐거움이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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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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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롤러코스터, 짜릿할까? or 멀미날까? - 옥토버 리스트 _ 스토리매니악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면 기대되는 기본적인 구조들이 있다. 보통은 시간순으로 전개되며 반전을 극대화 하거나, 중간중간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때로는 공간적인 것과 시간적인 것을 섞어 혼란스러운 긴장을 엮어내기도 한다. 어떤 방식이든 기본적으로 사건의 발단에서 반전의 순간을 거쳐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구조는 비슷하다. 이런 구성이 정답은 아니지만,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구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성을 홱 뒤집은 소설이 있었으니, '스릴러 소설에서도 역순서사가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것이 이 소설이다.


작가는 시간의 순서를 뒤집는 독특한 구조의 소설을 완성했다.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3일간의 시간이 등장하는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요일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금요일의 이야기로 끝나는 구성이다. 시간을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니고 끝의 결말부터 시작점까지 완전히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스토리가 거꾸로 흐르는 것인데, 결말을 기준으로 앞의 사건 앞의 전개를 더듬어 간다는 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아이가 유괴되고, 유괴범에게 거액의 몸값과 존재조차 모호한 옥토버 리스트를 전달해야 하는 3일간의 상황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딸을 되찾으려는 주인공의 사투와 이에 얽힌 인물들의 행동과 동선을 역추적해 간다.


이런 이야기의 구성이 독특한 구조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에 매력이 없다. 유괴범과 이에 얽힌 인물들, 딸을 구하려는 주인공 등,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이야기보다는, 반전을 제시하고 그 반전을 이루게 된 전개를 제시하며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재미를 만드는 소설이다. 즉, 구조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야기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보다 옥토버 리스트에 대한 설정이 너무 약해 보인다. 이도저도 아닌, 그 진실에 대해 알았을 때의 허탈함이 맥을 탁풀리게 만들었다.


독특한 구성도 모두에게 재미를 주기는 힘들 듯 하다. 결론이 나오고 반전이 나온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또 다른 의미의 반전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반전이 일어난 사실 확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런 거였구나, 이런 이유였구나' 를 알게 되는 과정은 있었지만, 그것이 뇌를 띵~ 울릴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현재 앞에 놓여있는 사실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과 전개는 무엇이었을까를 궁금케 하는 매력은 있었지만, 그것이 소설의 전체 재미를 확 올려줄 만큼은 아니었다.


역순서사에서 오는 단점들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읽는 이의 취향에 따라 180도 달라질 문제로 보인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저자도 언급했듯, 이 책을 앞에서 뒤가 아닌 뒤에서 앞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 뒤에서 앞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결론이 약하다는 점만 살짝 미뤄놓고 보면, 오히려 뒤에서 앞으로 읽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음과 동시에 나름의 결과물도 만들어낸 소설로 보인다. 역순서사를 하면서도 이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리스펙을 날릴만 하다. 이야기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크게 남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흥미롭지만,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소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형적인 제프리 디버 스타일의 롤러코스터 소설이라 생각해 주세요.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여러분이 탄 롤러코스터가 거꾸로 달려간다는 것뿐입니다." 라고 말했다. 거꾸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이들이, 더 짜릿함을 느낄지 아니면 괜한 멀미만 느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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